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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박인환 <선시집> 영역본(여국현 옮김·맹문재 감수)

by 푸른사상 2021. 10. 12.

 

분류--문학()

 

박인환 선시집(THE COLLECTED POEMS)

 

여국현 옮김·맹문재 감수|160×232×22 mm(하드커버)|274쪽

25,000원|ISBN 978-89-91918-18-4 93810 | 2021.9.30

 

 

 

■ 도서 소개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한

박인환 시인의 『선시집』을 영문판으로 만나다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한 박인환 시인의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인 박인환 『선시집』(푸른생각)이 영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해방기의 정치적 혼란과 한국전쟁을 겪은 조국의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당대 현실을 예리하게 그려낸 박인환의 시를 영어로 옮김으로써, 깊은 그의 시 세계를 세계의 독자들에게도 소개한다.

 

 

■ 박인환 연보

 

1926년(1세) 8월 15일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 159번지에서 태어나다.

1933년(8세) 인제공립보통학교 입학하다.

1936년(11세) 서울 덕수공립보통학교 4학년에 편입하다.

1939년(14세) 경기공립중학교에 입학하다.

1941년(16세) 경기공립중학교 자퇴하고 한성중학교에 다니다.

1942년(17세) 명신중학교 4학년에 편입하다.

1944년(19세)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다.

1945년(20세) 광복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상경해 ‘마리서사(茉莉書舍)’를 개업하다.

1948년(23세) 4월 20일 김경린, 김경희, 김병욱, 임호권과 『신시론』 발간하다. 4월 이정숙(李丁淑)과 결혼하다. 12월 장남 세형(世馨) 태어나다.

1949년(24세) 4월 5일 김경린, 김수영, 임호권, 양병식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발간하다. 김경린, 김규동, 김차영, 이봉래, 조향 등과 ‘후반기’ 동인 결성하다.

1950년(25세) 1월 『경향신문』 입사하다. 한국전쟁 겪다. 9월 딸 세화(世華) 태어나다.

1951년(26세) 5월 육군종군작가단에 참여하다.

1952년(27세) 5월 15일 존 스타인벡의 기행문 『소련의 내막』 번역해서 간행하다. 6월 16일 「주간국제」의 ‘후반기 동인 문예’ 특집에 평론 발표하다.

1953년(28세) 5월 차남 세곤(世崑) 태어나다. 7월 중순 서울로 돌아오다.

1954년(29세) 1월 오종식, 유두연, 이봉래, 허백년, 김규동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발족하다.

1955년(30세) 3월 5일 미국 여행하다. 10월 1일 시작품 「목마와 숙녀」(『시작』) 발표하다. 10월 15일 시집 『선시집』 간행하다.

1956년(31세) 3월 시작품 「세월이 가면」 이진섭 작곡으로 널리 불리다. 3월 20일 오후 9시 자택에서 타계해 3월 22일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되다.

1959년(3주기) 10월 10일 윌러 캐더의 장편소설 『이별』 번역해서 간행되다.

2014년(58주기) 7월 25일 이정숙 여사 별세하다.

 

 

■ 옮긴이 소개

 

여국현

시인, 영문학강사, 번역가. 1967년 강원 영월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졸업. 중앙대, 방송대 강사. 저서로 『현대 미국소설의 이해』 『서양의 현대문화』(공저), 시집으로 『새벽에 깨어』 『우리 생의 어느 때가 되면』(전자시집), 번역서로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그녀의 편지』 『하이퍼텍스트 2.0』 『블리스 페리의 시론』 『크리스마스 캐럴』 『종소리』(공역) 등이 있다.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외 4편의 케이트 쇼팽의 소설을 각색한 극본이 2020년 혜화당극장의 <소설극장 공모전>에 당선되어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한울타리 극단>에 의해 공연되었다.

 

 

■ 감수자 소개

 

맹문재

편저로 『박인환 시 전집』 『박인환 번역 전집』 『박인환 영화평론 전집』 『박인환 전집』 『박인환 깊이 읽기』 『김명순 전집-시·희곡』 『김남주 산문전집』 『김규동 깊이 읽기』, 공편으로 『한국 대표 노동시집』 『이기형 대표시 선집』, 시론 및 비평집으로 『한국 민중시 문학사』 『패스카드 시대의 휴머니즘 시』 『지식인 시의 대상애』 『현대시의 성숙과 지향』 『시학의 변주』 『만인보의 시학』 『여성시의 대문자』 『여성성의 시론』 『시와 정치』 등이 있음. 고려대 국문과 및 같은 대학원 졸업. 현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

 

 

■ 목차

 

서적과 풍경

세 사람의 가족 / 최후의 회화 / 낙하 / 영원한 일요일 / 자본가에게 / 회상의 긴 계곡 / 일곱 개의 층계 / 기적인 현대 / 불행한 신 / 검은 신이여 / 미래의 창부 / 밤의 노래 / 벽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불신의 사람 / 서적과 풍경 / 1953년의 여자에게 / 종말 / 밤의 미매장 / 의혹의 기 / 문제 되는 것 / 눈을 뜨고도 / 행복 / 미스터 모의 생과 사 / 목마와 숙녀 / 센티멘털 저니

 

아메리카 시초(詩抄)

태평양에서 / 15일간 / 충혈된 눈동자 / 어느 날 / 어느 날의 시가 되지 않는 시 / 여행 / 수부들 / 에버렛의 일요일 / 새벽 한 시의 시 / 다리 위의 사람 / 투명한 버라이어티

 

영원한 서장(序章)

어린 딸에게 / 한 줄기 눈물도 없이 /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 검은 강 / 고향에 가서 / 신호탄 / 무도회 / 서부전선에서 /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 새로운 결의를 위하여

 

서정 또는 잡초

식물 / 서정가 / 식민항의 밤 / 장미의 온도 /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 불행한 샹송 / 사랑의 파라볼라 / 구름 / 전원

 

∎ 작품 해설

∎ 박인환 연보

∎ 역자 후기

 

 

■ ‘역자 후기’ 중에서

 

번역을 하면서 박인환과 박인환의 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시인 박인환은 「목마와 숙녀」와 「세월이 가면」 같은 작품을 통해 흔히 모더니스트 시인, 혹은 모던 보이, 댄디 보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시에는 당대 현실에 대한 예리한 인식과 사고가 깊이 담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는 조국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슬픔이나 분노, 전쟁 중에 잃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식민을 경험한 다른 나라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미국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경험하는 조국애 등은 그의 시 세계가 당대 조국의 현실에 얼마나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떤 언어로 된 문학작품이라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상당한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도 하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작품을 외국어로 소개하는 일은 부담과 어려움에 더해 어떤 책임감이 따라오기도 한다. 영어라는 매개를 통해 박인환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하게 될 영어 사용 독자들에게 박인환이라는 시인과 그의 시들이 어떻게 전해질까 하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결과물에 대한 조심스러운 두려움을 느끼지만 기쁨과 함께 보람도 느낀다. 박인환 시인의 시 들을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던 기쁨과 박인환 시인을 영어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문을 열었다는 뿌듯함이다. 역자가 느꼈던 기쁨과 보람이 이 시를 읽을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 ‘작품 해설’ 중에서

 

박인환 시인은 1955년 10월 15일 첫 시집 『선시집』(산호장)을 간행했다. 전체 4부로 구성해 총 56편의 시작품을 시집에 수록했다. 시집 제목을 『검은 준열의 시대』로 정하려다가 스펜더(Stephen Spender)의 시집 제목인 『선시집』을 따라 바꾸었다. 1909년 영국에서 태어나 1995년까지 활동 한 스펜더는 박인환의 시 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시인이자 비평가였다. 스펜더는 시를 쓴다는 것이 순수한 개인의 문제였던 시대는 지났다고 단언하고 시의 사회적 효용성을 주장했다. 그의 선배인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이나 파운드(Ezra Loomis Pound)의 시 세계와 단절하고 불안한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 참여의 시를 쓴 것이다.

박인환이 『선시집』에서 추구한 시 세계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해온 그 어떠한 시대보다 혼란하였으며 정신적으로 고통을 준 것이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것이었다. 나는 지도자도 아니며 정치가도 아닌 것을 잘 알면서 사회와 싸웠다.”라고 밝힌 시집 후기에 잘 나타나 있다. 박인환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충격과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시를 썼다. 사회의 지도자나 정치가는 아니었지만, 시인으로서 전쟁의 폭력에 맞선 것이다. (중략)

박인환은 1926년 8월 15일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1956년 3월 20일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까지 그의 시작품은 총 89편이 발굴되었다. 1편의 번역 시도 있다. 박인환은 해방기의 정치적인 혼란과 한국 전쟁의 참상에 좌절하지 않고 모더니즘 시 운동을 주도했다. 역사의식을 견지하고 1945년부터 시작해 1950년대의 한국 시단에 새로운 시의 흐름 을 이끈 것이다.

 

 

■ 책 속으로

 

A Wooden Horse and a Lady

                - Park, Inhwan

 

Having a drink

We are talking of Virginia Woolf’s life

And the hem of a lady’s dress who has gone riding on a wooden horse.

It has disappeared into the autumn tinkling just its bells,

Leaving its owner behind A star falls from a bottle.

The heart-broken star is shattered lightly against my heart.

When the girl I kept in touch with for a while

Grows up by the grasses and trees in the garden,

Literature dies away and life fades out

And even the truth of love forsakes

The shadows of love and hate,

My beloved one on the wooden horse is not to be seen.

lt’s true that the days come and go

The time of us withers away to avoid isolation

And now we should say goodbye

Hearing the bottle falling by the wind,

We must look into the eyes of the old female novelist.

‥‥To the Lighthouse‥‥

Though the light is no more to be seen,

For the future of pessimism we cherish for nothing,

We must remember the mournful sounds of the wooden horse

Whether everything leaves or dies,

Even just with gripping the dim consciousness lighting up in the minds,

We must listen to the sorrowful tales of Virginia Woolf

Like a snake that has found its youth after creeping between the two rocks,

We must drink a glass of liquor with open eyes.

As life is not lonely

But just vulgar as the cover of a magazine,

Why do we apart for fear of something to regret.

When the wooden horse is in the sky

And its bells are tinkling at our ears,

When the autumn wind mourns hoarsely

In the fallen bottle of mine.

 

                         trs. by Yeo, Kook-Hyun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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