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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오세영 산문집, <중심의 아픔>

by 푸른사상 2021. 10. 12.

 

분류--문학(산문)

 

중심의 아픔

 

오세영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39|150×217×19 mm(하드커버)|336쪽

19,000원|ISBN 979-11-308-1826-9 03810 | 2021.9.30

 

 

■ 도서 소개

 

삶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문학적 단상들

 

문학 연구와 시 창작에 매진해 온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의 산문집 『중심의 아픔』이 <푸른사상 산문선 39>로 출간되었다. 창작과 학문 두 가지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저자의 문학적 삶과 여러 단상들을 모은 이 산문집은 ‘영원’과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달려온 한 시인의 문학관과 발자취를 기록한다.

 

 

■ 작가 소개

 

오세영

1942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장성, 광주, 전북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이고 예술원 회원이다. 학술서로서 『한국 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 시 연구』 『한국 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이란 무엇인가』 등 23권, 시집으로 『무명연시』 『밤하늘의 바둑판』 『북양항로』 등 25권, 기타 산문집들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시와 사람

시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 / 시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 / ‘시인(詩人)’이라는 말 / 월평에 대한 나의 태도 / 짧게 그리고 진솔하게 / 우주의 중심에 서고 싶다 / 내 시작(詩作)의 금과옥조 / 글쓰기의 정직함에 대하여 / 노래는 노래, 춤은 춤이다 / 시와 술과 사람 / 신춘문예 심사 유감 / 나의 동안거 / 어떤 시비(詩碑) 제막식 / 시 낭독 ‘십팔번’ / 시를 쓰는 마음 / 인터넷 유감 / 나의 산책로 / 내 사춘기의 하늘을 수놓았던 무지개 / 정기간행물엔 시 한 편을 / 시인의 명함 / 나의 대표 저서 / 안데스에서 보내는 엽서 / 역사는 가도 삶은 남는 것 / 인간과 운명 / 오직 자유를 위해서 / 사랑을 위한 순교

 

제2부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 낭만주의 시 연구 / 서정적 진실 / 현대시와 실천 비평 / 한국 현대시의 행방 / 말의 시선 / 20세기 한국시 연구 / 상상력과 논리 / 변혁기의 한국 현대시 / 한국 근대문학론과 근대시 / 한국 현대시의 분석적 읽기 / 유치환 / 김소월, 그 삶과 문학 / 20세기 한국시의 표정 / 시의 길 시인의 길 / 한국 현대시인 연구 / 20세기 한국 시인론 / 우상의 눈물 / 시 쓰기의 발견 / 시론 / 문학이란 무엇인가 / 버릴 것과 지킬 것 / 진실과 사실 사이

 

제3부 시는 그저 있는 것이다

반란하는 빛 /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 무명연시 / 불타는 물 / 사랑의 저쪽 / 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 어리석은 헤겔 / 눈물에 어리는 하늘 그림자 / 아메리카 시편 / 벼랑의 꿈 / 적멸의 불빛 / 봄은 전쟁처럼 / 시간의 쪽배 / 꽃피는 처녀들의 그늘 아래서 / 문 열어라 하늘아 / 너와 나 한 생이 또한 이와 같지 않더냐 / 임이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 / 바람의 그림자 / 밤하늘의 바둑판 / 마른 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 / 별밭의 파도소리 / 바람의 아들들 / 가을 빗소리 / 북양항로(北洋航路) / 춘설(春雪) / 황금 모피를 찾아서 / 모순의 흙 /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 너 없음으로 /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 하늘의 시 / 바이러스로 침투하는 봄 / 101인 시선집 / 수직의 꿈 / 푸른 스커트의 지퍼 / 천년의 잠 / 시전집(詩全集) / 생이 빛나는 아침 / 千年の眠り(천년의 잠)

 

제4부 인간은 기록을 남긴다

사랑에 지친 사람아 미움에 지친 사람아 / 꽃잎 우표 / 왈패 이야기 /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 정좌(正坐)

 

제5부 시여, 시인이여

고천문(告天文) / 한글 주간 선포 선언문 / 생태시 선언문 / 애통하고 애통하도다

 

 

■ 출판사 리뷰

 

오세영 시인의 산문집 『중심의 아픔』에는 문학 연구와 시 창작이라는 두 가지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저자의 문학적 삶과 여러 단상이 담겨 있다. 문학을 통한 감성적 공감으로써 이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고 깊은 성찰을 일궈낸 시인으로서 한국 문단을 대표하고 있다. 이 산문집에는 문학으로써 ‘영원’과 ‘진실’이라는 두 가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달려온 한 원로 시인의 문학관과 발자취를 기록한다. 또한 자신의 삶과 문학을 회고하며 펼치는 문학의 본질과 시인으로서의 자세, 그리고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5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그 삶의 흔적들이 면면이 기록되어 있다. 1부에는 저자가 문단에서 활동하며 체험하고 느낀 바를 술회하여 각종 매체와 문학 칼럼에 발표한 글들이 수록되었다. 진보와 보수에 관한 단상들, 종교 언어, 시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다. 2부에서는 학자로서 우리 한국 문단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지표를 제시하고, 우리 학계가 성찰해야 할 문제들을 진단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25권의 창작 시집과 24권의 학술서 등을 간행한 시인이자 연구자이다. 그간 필자가 저술한 학술서 및 비평서, 시집, 수필집들의 서문을 한데 모아 실었다. 필자가 수십 년간의 창작 체험과 창작 의도, 문학관, 시론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인이 살아온 시대와 함께 활동한 문인들의 행적도 볼 수 있어 문학사 차원에서도 소중한 증언이 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좁게는 시, 넓게는 문학에 대해 쓴 단상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본다. 논리적인 글도, 체계적인 글도, 학술적인 글이나, 비평적인 글도 아닌 그저 주관적·직관적인 산문 담론들이다. 우리가 삶이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꼭 이성적·합리적 사고에 의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문학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성적 공감이 되레 의외의 시야를 열어줄 수 있는 것이다.

 

1부의 글들은 각종 매체의 문학 칼럼에 발표한 것들이며 5부의 글들은 필자가 한 문학단체의 책임을 맡았을 때 대내외적으로 밝힌 사회적 선언문들이다. 2, 3, 4부는 각각 필자가 저술한 학술 및 비평서, 시집, 수필집들의 서문들을 모아보았다. 이 역시 필자의 진솔한 문학관이나 시론 같은 것들이 나름대로 함축되어 있어 본서의 편집 의도와 전혀 무관치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한 권의 단행본으로 정리해놓고 보니 지금까지 필자가 추구해왔던 창작의 궁극적 경지는 간단히 ‘영원’과 ‘진실’이라는 두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영원이 아니면 진실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진실이 아니면 또 영원에 도달할 수 없을 터이니 기실 이 둘은 한 몸체의 양면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간절하게 사모해도 결국 그 ‘영원’이라는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던 이 한생이 다만 허무하고 애달플 따름이다.

 

 

■ 작품 속으로

 

요즘 우리나라가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제 분야에서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것이 인문학의 붕괴 혹은 인문학의 천시라고 할 수 있다. 모두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풍조, 즉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물신적(物神的) 가치관, 비상식, 불공정, 이기주의, 진영논리, 몰염치, 내로남불 등 현상이 본질적으로 인문정신의파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전유물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우리가 항용하는 대답은 ‘문화’라고 한다. 그런데 그 문화의 중심에는 인문 정신의 정체라 할 예술이, 그 예술의 중심에 문학이, 그 문학의 중심에 시(詩)가 있다. 인간이란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 그 언어를 고도로 정련시키는 자가 시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시인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 크다. (38쪽)

 

시나 산문이나 요즘 지면에 발표되는 글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필자 같은 사람도 읽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끝내 요령부득인 글, 심정적으로는 무언가 짐작 가는 대목이 없지는 않은데 그 구체적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 글, 어렵사리 접근해서 겨우 요지를 파악해 놓고 보면 속았다 싶을 정도로 별 내용이 없는 글 등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글쓰기에서 나름으로 한두 가지 신조를 지키고 있다. 하나는 쉽게 쓰자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정직하게 쓰자는 것이다.

이 세상의 난해한 글들은 대개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째, 자신도 모르는 내용을 쓴 글. 이는 당연히 난해할 것이다. 둘째, 머리가 아둔해서(비논리적이어서) 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정리해놓지 못한 글, 셋째 문장력이나 표현 등의 미숙으로 잘못 쓰인 글, 넷째 쉬운 내용을 일부러 어렵고 난삽하게 만든 글 등이다. (60쪽)

 

며칠 전이다. 우연한 기회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서해 영종도 연안의 장봉도(長峰島)라는 한 작은 섬에 가본 적이 있었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개성 있는 섬은 아니었지만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여러 가지 형상의 바위들과 나무화석 같은 적층 단애(斷崖)가 나름으로 시선을 끄는 섬이었다.

아, 그런데 그때 나는 보았다. 해안가 벼랑의 바위에 피어 있는 한 떨기 노란 원추리꽃을…… 그 꽃은 발아래 부서지는 푸른 파도와 맑은 하늘의 흰 구름과 뒤 언덕에 서 있는 몇 그루의 싱싱한 소나무들과 한가지로 어울려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숨어 있어도 저절로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꽃, 그것이 시가 아닐까. 그렇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시인이란 자신을 스스로 알리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이 알려지는 사람이다. 정치가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을 선전하는 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처럼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되는 자이다. 그러니 그에게 무슨 명함이 필요하랴. 시인에게 있어 명함이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과도 같은 것, 시인이라면 장봉도의 벼랑에 홀로 핀 원추리꽃처럼 그저 그렇게 숨어 살아야 할 일이다. (115~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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