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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디지털타임스] 문창재, <대한민국의 주홍글자>

by 푸른사상 2021. 7. 26.

 

[논설실의 서가] 언론인이 본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대한민국의 주홍글자

문창재 지음 / 푸른사상 펴냄

이승만 정권 하에서 이뤄진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로는 국민보도연맹과 국민방위군 사건을 꼽을 수 있다. 국민보도연맹은 1949년 4월 좌익 전향 인사들을 보호·교화하겠다고 만든 단체다. 초기엔 전향자가 대부분이었지만 가입인원이 할당되면서 좌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대거 가입됐다. 목표치 달성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가입시킨 민간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할당'을 채우기 위해 경찰이 가족있는 아이들까지 잡아넣었던 80년대 '형제복지원 사건'과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6·25전쟁이 발발하자 보도연맹 가입원들은 보호는 커녕 무차별적 즉결처분 대상이 됐다. 1950년 6월말부터 9월까지 수만명의 국민보도연맹원이 군과 경찰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 비통한 죽음의 진실을 바로 잡아달라며 일부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법원이 마산형무소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21명에 무죄를 선고한바 있다.

국민방위군 사건도 충격적이다. 국민방위군은 전쟁 중 부족한 군 병력을 늘리기 위해 1950년 12월 공포·실시된 '국민방위군 설치법'에 의해 징집된 17세 이상 40세 미만의 제2국민병이다. 이들은 굶주림과 추위, 질병으로 사망했다. 사망자는 5만~9만명에 이른다. 동상으로 신체 일부를 절단한 사람만 해도 20만명이 넘었다. 군 수뇌부부터 하급 장교, 하사관까지 관련 예산과 물자를 착복하면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두 사건뿐만이 아니다. 이승만 정권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강교를 폭파한 뒤 서울 수복 후 돌아와선 발이 묶여 피란을 못 간 서울시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처단했다.

책은 보도연맹사건과 국민방위군사건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에 '주홍글자'를 새긴 굴곡진 현대사의 실상을 언론인의 눈으로 탐색한다. 물론 인류 역사상 전쟁과 내전, 쿠데타 등에 휘말려 민간인이 희생되는 일은 많았다. 6·25전쟁 때도 민간인 사망자가 군인 전사자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저자는 정부와 군대가 적대세력이 아닌 자국민들을 대량학살한 사건은 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력하나마 사건기자 출신 언론인의 눈으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고, 현장을 찾아 오늘의 그 자리를 스케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언론인의 시각으로 한국전쟁 당시의 부조리를 파헤친 이 책은 독자들에게 한국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디지털타임스, "[논설실의 서가] 언론인이 본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박영서 논설위원, 2021.7.25

링크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1072602102369061001&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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