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전남방송] 백정희, <가라앉는 마을>

by 푸른사상 2021. 7. 7.

 

[신간 안내] 백정희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

- 『탁란(托卵)』이후 2번째 소설집 펴내
- 「가라앉는 마을」등 8편의 단편 수록
- 현대사회의 자본적 폭력 적나라하게 다뤄
- 고통받는 서민의 삶, 현실적인 묘사로 깊은 울림
- 인간과 자연의 존재론적 환기 불러일으켜

백정희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가라앉는 마을(푸른사상 소설선 30)』이 출판되었다. 8편의 단편들이 모인 소설집은 각기 다른 주인공과 배경을 소재를 다루었지만 각각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장편 소설을 읽는 듯하다.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답게 소설은 인간과 환경, 인간과 자본,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물질적이고도 정신적인 폭력을 다루고 있다. 특히 자본의 유혹으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거침없이 인간을 벗어던지고 자본이 되어 쫓아가는 사람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사람들을 등장시키며 감추고 싶은 자본주의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집에서는 폭력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습니다. 국가가 국가에게 가하는 폭력,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개인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 인간이 자연에게 가하는 폭력 등. 인간에게 폭력을 당한 자연은 다시 인간에게 재앙이 되어 되돌아오는 폭력을 생각했습니다. (중략) 인간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제는 이 모든 폭력이 멈추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모든 생명체들의 울음소리를 제 펜 끝으로 외치고 싶었습니다”라며 소설집의 주제를 분명한 어조로 전했다.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외양간 풍경>, <말바우시장>, <가라앉는 마을>, <계단 위에 있는 집>, <바람은 길이 없다>, <진혼교향곡>, <마지막 집> 등 총 8편의 단편들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다는 듯 생생한 묘사와 자연스러운 전개가 돋보인다.

소설집의 대부분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위협받는 이 땅의 가난한 세입자들에 대한 생존을 다루었는데, 이는 인간뿐아니라 금수禽獸에게도 해당하는 절박한 문제임을 직면시켜주며 이런 상태의 지속은 인간이나 동물 모두 지구라는 서식처를 잃어버리게 되는 일임을 암시해 준다.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백정희의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내내 ‘존재론적 거주 근거’의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계급도시에서 주변화되어 추방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 문학의 영토에서조차 작품을 도용당하고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앓기를 반복하는 인물들. 그런 이들에게 유토피아는 항상 과거에 있지만 돌아갈 수 없고, 끝없는 배제와 폭력에 직면하게 만드는 존재의 무근거성. 이런 것들을 거슬러 작가는 우리에게 진실한 문학과 삶의 존재 근거와 장소에 대해 거듭 묻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고 평했다.

소설집 중에서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가라앉는 마을>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말바우 시장>과 <진혼교향곡> 두편의 소설은 소재와 주제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말바우 시장>은 주인공이 동생이 죽기 전 함께 다녔던 장터로 죽은 동생의 영혼을 불러내어 하루를 지내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작가의 숨겨진 플롯을 찾아볼 수 있다. 순하고 어진 동생 인순仁順은 광주를 의미한다.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품는 어머니 산 무등無等을 떠오르게도 한다. 그녀의 죽음은 국가 폭력에 의해서 쓰러지고 유린된 5.18 광주를 생각나게 한다. 작가는 동생 인순의 영혼과 말바우 시장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5.18 이전의 평온했던 시절을 소환한다. 또한 김덕령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끌어오며 광주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시장의 일상과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정은 사람 사는 세상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이 소설은 5.18로 유린 된 땅, 광주를 향해 올리는 위령제인 것이다.

“김덕령 장군 그냥반 서른도 되기 전 꽃다운 젊은 나이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단 말이오. (중략) 역모에 휘말려 억울헌 누명을 쓰고 청춘에 죽임을 당했단 말이요.(중략) 임금 잘못 만나 억울허게 제물이 된 것이랑께라우. 여그 광주가 신군부 탐욕 채우는 데 희생제물 노릇헌 것이나 다를 것이 없제라우” - <말바우 시장> 본문 중

<진혼교향곡>은 읽는 내내 불편하다. 인간의 정신적 세계를 다루는 문학가들의 비열한 행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나는 “부탁을 들어주느라 낑낑대면서도 해주지 않고는 마음이 편치 못한 약점이 있다(본문 중)”고 말하는 바보이다. 당하는 자는 늘 이렇다. 한없이 당하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겨우 ‘진혼교향곡’ 제1부 ‘죽음의 슬픔’이나 2악장 ‘진노의 날’을 들으며 자신의 분노를 표시할 뿐이다.

반면 작품 전체를 도용해간 자들은 어려운 부탁을 하고도 미안한 마음이 없고 표절 항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누구라도 불의한 방법으로 작품을 내놓은 그 작가에게 돌맹이를 던지지 않는다(본문 중)”라는 문장은 현대인의 상실된 양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악한 사람들은 온갖 비열한 짓에도 사회적인 명성까지 얻는다는 유사 이래 깨지지 않는 구도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지만 침묵하는 지성들은 현대사회의 정곡을 찔러준다.

추천의 글에서 하응백 문학평론가 겸 소설가는 “(상략) 백정희의 두 번째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에서 주목하는 것은 그녀의 문학관이다. (중략) 백정희에게 문학은 생계 수단이나 명예 같은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운명처럼 달라붙어 있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다. 존재의 전부이기에 길이 있든 없든 백정희는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 길이 환했으면 좋겠다. 가끔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백정희의 바랭이가 씨를 뿌려 모두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며 작가로서의 소명적 삶을 강조했다.

소설은 환경파괴, 자본의 논리에 의한 인간성 파괴, 공권의 폭력 등을 다루며 자본과 욕망에 의해 윤리와 도덕, 인간애가 무너진 현실은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체험이 녹아있는 리얼리즘 계통의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운 기분을 다소 반납하게 되지만 그러한 불편함을 통해서야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이 인간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자본에 의한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로 동물뿐 아니라 서민·부자 할 것 없이 생존할 곳을 찾아 우주로 떠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백정희 작가는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199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가라앉는 마을」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박화성문학상(「싹」),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대상(「탁란」), 전태일문학상(「황학동 사람들」)을 수상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2회 받았다. 첫 소설집『탁란(托卵)』이 있다.

전남방송, "[신간 안내] 백정희 소설집 『가라앉는 마을』", 이미루 기자, 2021.7.6

링크 : http://m.xn--q20b51t9le1sh.com/a.html?uid=72091&sc=sc5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