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소설)
시인의 강
우한용 지음|푸른사상 소설선|146×210×19 mm|384쪽
17,500원|ISBN 979-11-308-1805-4 03810 | 2021.7.7
■ 도서 소개
시와 소설을 가로지르는 도발적 상상력의 ‘공감소설’
우한용 소설가의 『시인의 강』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 장르의 해체를 거듭하면서 소설의 경계를 넓혀가고자 하는 저자는 이 소설집을 통해 시와 소설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서사 기법을 시도하며 독자들에게 소설을 다양하게 읽는 묘미를 일깨운다.
■ 작가 소개
우한용(아호 우공(于空), 자명, 현장)
우공 우한용은 문학을 공부하면서 소설 창작에 바빠 나이도 잊고 지내는 충청도 사내다.
한 해 소설책 한 권씩 내느라고 딴전을 피우지 못하는 우공은 시인이기도 해 시집으로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 『내 마음의 식민지』를 냈다.
장편소설 『악어』와 소설집 『수상한 나무』 이후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자 문학의 장르 해체를 소설 형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시를 읽는 행위를 서사로 간주하고 쓴 ‘독시소설’, 다른 소설가의 소설집에 들어가는 평설을 소설로 두루치기한 ‘공감소설’ 등 서사 욕망으로 들들 앓는 우공은, 소설은 몸을 바꿔 형태가 달라질지언정 이야기하는 존재인 인간의 서사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글쓰기에 매달린다.
■ 목차
작가의 말 : 문턱에 서서
제1부
별들의 언덕
세컨드 라인
라 팔로마
제2부
시인의 강
하늘이 울어 땅도 춤추고
일어나 걸어가라
제3부
해어록(蟹語錄)
권하산문초(勸下山文草)
발문
이 세계 너머 다른 세계로, 소설가의 여정을 따라 걷기 - 오윤주
허구적 상상으로 복원해내는 시적 진실 - 복효근
작중인물 이언적과 나덕장에게 듣는 소설창작 강의 - 송준호
■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에서 ‘소설은 문턱의 문학이다’라고 밝혔듯이, 소설가의 역할은 자신을 문턱에 세워놓고 독자를 문턱 너머의 다른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여 그 존재 가치를 포착하고, 이를 소설가의 언어로 채집하여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서사로 구현하는 것이다. 문학의 장르를 해체하고 소설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저자는 이 소설집에서 새로운 서사 기법을 시도한다. 그를 두고 우리 삶과 문학적 여정을 탐험하는 여행가이자 모험가라고 할 수 있겠다.
1부에서는 현실에 존재함직한 질문들, 인식, 경험을 소설로 재현한다. 「별들의 언덕」은 교육 현장의 교사들을 통해 인간과 교육, 언어의 이야기들을 사유한다. 「세컨드 라인」은 한국에서 자신의 국민적 사명을 끝낸 인물이 외국에서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하다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이다, 「라 팔로마」에서는 혁명의 나라 ‘쿠바’를 동경하는 등장인물이 가난한 소설가로 남느냐, 곤핍한 현실에 적응하는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을 그렸다.
2부에는 소설가가 시인과 시 장르를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실렸다. 표제작인 「시인의 강」은 우크라이나의 민족 시인이자 화가인 타라스 셰브첸코의 삶을 다루며 시의 의미와 시인의 책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시를 읽는 행위를 서사로 간주하여, 이른바 ‘독시소설’이라고 명명하며, 시집을 발간한 시인의 시와 삶을 소설로 형상화한다.
3부에서는 소설가가 다른 소설가의 작품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을 그리며 소설 속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의 소설론을 일구어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은 문화 자본의 한 유형이다. 문화 자본으로서 소설은 중층적이고 다면적으로 의미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장르로 한정해보면 끝장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 혹은 서사는 엄청난 증식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 삶이 결국은 이야기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한 이야기는 어느 순간 끝장이 나지 않는다. 변형 가운데 증식을 거듭한다.
문화의 발생과 성장은 다면적이고 중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나 서사는 하나의 문화 형태다. 따라서 다양한 갈래로 전개된다. 덩치가 엄청 커서 공룡 같은 대하소설은 이제 절정기가 지나간 것 같다. 단편소설과 엽편소설, 혹은 스마트소설이 소설판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그 매체에 맞는 이야기가 새롭게 개발되어 나온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방법 또한 현격하게 달라졌다.
이야기 가운데 사람을 움직이고 뒤흔들어놓는 것은 얼마간 한정되어 있는 듯하다. 그저 그렇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오래 남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역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는 삶의 원질에 가닿는 이야기라야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인간 존재의 가치 증진에 공헌하는 이야기라야 오래 견딘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는 인간 존재의 문제를 가지고 부단히 고충스런 사유를 놓아버리지 못한다. (중략)
소설집 『시인의 강』에 들어 있는 작품들은 모두가 우공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우공에게는 여행과 독서, 그리고 남의 글 읽어주는 것, 문학 가르치는 것, 그런 것 말고는 다른 일상이 없다. 오히려 새 옷 갈아입고 외출하거나, 외식하는 일 등 남의 일상이 우공에게는 특이 체험이 되기도 한다. 소설가가 소설 쓰는 일은 일상이다. 학자가 연구하는 것도 일상이다. 교수가 학생들 가르치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일상이다. 우공의 소설 재미있어하는 이는 우공과 더불어 일상인일 터이다.
■ 발문 중에서
소설가이자 문학 연구자인 우한용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가 현실에서 가지고 있음직한 경험과 사고, 인식과 질문들을 고스란히 형상화하며 풀어내기도 하며, 때로 작가가 살아보지 못했음직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작가의 삶 너머 ‘세컨드 라인’을 대신 살아내기도 한다. 그의 소설에는 ‘악어’와 쿠바와 ‘그리스인 조르바’들이 살며, 또 한편으로는 언어와 윤리, 교육과 문학의 언어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중 어떤 것이 작가 우한용의 것이고 어떤 것이 그가 만든 허구 세계의 것인가? 이야기의 세계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의 이야기는 날이 밝으면 또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다소 복잡다기한 독자 한 사람이 여기에 있다.
―오윤주(소설가, 문학교육학 박사)
시를 소설로 복원하려 한 독시소설이 시와 소설을 다 아우르는 문학적 진실에 가 닿았는지는 이 세 편의 작품만으로 가늠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독시소설이, 시적 진실이 시인의 삶과 유리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시와 시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으로 시와 시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 결과물이란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소설가 우공의 이와 같은 독시소설은 이전에 시도된 바 없는 새로운 작업방식이자 새롭게 열어가는 소설의 영역이라 하겠다. 작가의 말마따나 궤도를 벗어난 모험적인 서사 의욕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도 분명 횡행, 혹은 횡보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백척간두에서 진일보를 하명 받은 자가 어디 시인만일까? 소설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접는다.
―복효근(시인)
남의 소설에 대해 평설 쓰는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게거품 삭는 소리 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게 「해어록」이라고 스승은 각주를 달았지만, 그런 점에서만 보면 우공(牛公)은 「권하산문초」라고 뭐가 다를까 싶다. 다시 말하거니와 스승께서는 이언적과 나덕장을 통해 평소 갖고 있는 소설론과 소설창작론을 강의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이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은 흥미롭고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독자를 그런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소설가의 책무라고, 이언적의 입을 빌려 그렇게 강조해놓고도 스승께서 「해어록」과 「권하산문초」에서는 그런 ‘재미적’ 요소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 송준호(우석대 교수, 소설가)
■ 작품 속으로
― 공공적 주체로 나를 세워나가지 못하는 주제에, 그런 제목으로 무슨 발표를 하고 어쩌구 한다는 게 우습지 않아? 현장원은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진성금이 현장원의 물잔을 다가주면서 말했다. 아직 주문을 미루고 있는 중이었다.
― 공공적 주체는 자연스럽게, 아니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투쟁을 통해, 일종의 전리품으로 얻게 되는 건지도 몰라요. 문정선처럼 시대를 포착하는 작업 그게 일종의 투쟁일 거고. 소설 쓰기 그건 설명 필요 없는 투쟁이야. 현장원은 작가 혹은 소설가라는 게 공적 존재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 진성금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실이 그렇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군중의 소음 속에서 뚜렷이 울리는 목소리를 건져내어 빛 가운데 드러내는 일이 소설 쓰기였다. 소설적으로 공공적 주체가 된다는 것은 사회적 책무를 진다는 뜻이었다. 자신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라 팔로마」, 102쪽)
인간이 지구에게 바이러스라면, 인간의 언어 또한 바이러스? 언어로 된 시 역시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는 일. 언어의 바이러스인 시. 시에만 전염되는 바이러스는 따로 있는가? 있을 듯했다. 우선 떠오르는 게 관념이었다. 관념은 과장법의 외양을 하고 나타났다. 과장은 미화되어 사실을 감추었다. 미언은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어색한 용어를 용인하기로 작정했다. 거리 두기를 허용하지 않는 시, 그것은 바이러스 감염원이었다. 그런 점에서 COVID-19는 그 나름의 미학을 수립하고 있었다. 고독해야 할 일이었다. 타라스 셰브첸코는 고독에 지질려 50을 넘기기 전에 생을 마감했다. 슬픈 일이었다. 체제가 사람을 죽인 셈이었다. 그 체제는 역병이었다. 역병은 생산을 차단했다. 타라스 셰브첸코는 열세 살 어떤 소녀의 키스를 받은 후 여자를 모르고 살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는 여자마다 그를 전염병을 옮기는 벌레로 취급했다. 혼자 살아서, 그래서 죽었다. 혹시 어떤 갸륵한 여인이 있어 그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었다면, 아마도 그는 더 오래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쓸 수 있었을 터였다. 정시호 시인에게 다가가 옆에서 지팡이 노릇을 해준다면, 그가 세계를 놀라게 할 시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뜬금없었지만, 현실이었다.
(「시인의 강」, 161~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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