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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서화성 시집, <사랑이 가끔 나를 애인이라고 부른다>

by 푸른사상 2021. 7. 1.

 

분류--문학()

 

사랑이 가끔 나를 애인이라고 부른다

 

서화성 지음|푸른사상 시선 146|128×205×7mm|128쪽|10,000원

ISBN 979-11-308-1804-7 03810 | 2021.7.5

 

 

 

■ 도서 소개

 

일상의 순간을 더듬어 ‘나’를 찾아가는 길

 

서화성 시인의 시집 『사랑이 가끔 나를 애인이라고 부른다』가 <푸른사상 시선 146>으로 출간되었다.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한 그루의 고목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켜낸 시인은, 자신의 삶을 응시하며 ‘나’라는 존재를 찾아간다.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연민과 애정으로 품는 시인의 마음은 깊고도 따스하다.

 

 

■ 시인 소개

 

서화성

1968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2001년 『시와사상』 봄호에 「카메라 앵글에서 …가 잡히다」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버지를 닮았다』 『언제나 타인처럼』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가 있다. 제4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다. (E-mail : kitjoy@hanmail.net)

 

 

■ 목차

 

제1부

고성행 / 못밑댁 / 칠월 / 여기, 고성 / 솥 / 마수걸이 / 밑줄 / 고성집 / 봄날 이력서 / 까치

 

제2부

할매 국숫집 / 영정사진 / 울음의 비교분석학 / 실업의 무게 / 화려한 외출 2 / 편견없이 / 노인과 딸 / 묵티나트 / 거짓말 / 동네 한 바퀴 / 시소 / . / 거대한 도시 / 수선집 / <지구를 부탁해> / Mr. 고 미용실

 

제3부

방랑자 / 모르는 사건들 / 꿈 / 파주 2 / 스토브리그 / 오늘 / 말 속의 뼈 / 돌무덤 / Dunk Shoot / 구시렁구시렁 / 막차 / 십이월 / 차가운 손 / 피아노 / 서랍 속에서 / 간간이 / 나 / 로타리공원

 

제4부

한 시간 / 마요네즈만 빼고 / 503호 임대아파트 / 지문 / 홍합탕 / 도시가 없어지다 / 소설가 J씨의 하루 / 건너편 그 집 / 말, 말, 말 / 의자 / 71번 버스 / 그늘 / 고민은 양파 같다고 / 몸 / 무단투기 / 예약 / 친절

 

작품 해설 : ‘나’를 찾아가는 여정-문종필

 

 

■ 추천의 글

 

무섭도록 돌진하는 거대한 도시에서 할 말을 잃어버린 시인이 마침내 주름진 얼굴들을 기억해냈다. 고성(固城)의 집을 떠나 현대요양병원 303호실에서 지내다가 수국이 만개한 칠월에 멀리 떠난 당신, 도다리와 병어 몇 마리를 팔려고 자리 잡은 박 씨, 버스 차장으로 목 터지게 일하던 동창생 영자…… 시인은 더 이상 시끌벅적한 말을 들을 수 없는 고향 마을을 지나 할매 국숫집이며 시청에서 퇴직한 경비원 박 씨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를 한 바퀴 돈다. 여기저기 걸어 다니는 영정사진들도 피하지 않고 바라본다. 주름을 밀어도 펴지지 않는 그 얼굴들 앞에서 실업과 대출 이자와 세상의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버텨온 자신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날이 있으면/눈물을 닦을 날이 있”(「<지구를 부탁해>」)을 것이라고 믿는다. 속 깊고 진솔한 시인의 말들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가족 같은 사랑을 공유하게 된다.

―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 시인의 말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 작품 세계

  

스스로를 응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조용히 앉아 나를 쳐다보며 내 얼굴을 만지는 행위는 무엇일까. 편수는 적었지만 유독 이 시집에서 이러한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시가 고백의 형식을 지녔기에 나에 대한 흔적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나 이 시집은 ‘나’에 대한 탐구가 짙게 드러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밖을 향해 돌출된 눈(目)으로 세상을 쳐다보는 것이 아닌,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자가 많이 지쳤기 때문일까. 더는 그 누구도 ‘나’를 쳐다봐주지 않아서일까. ‘나’만의 한계를 깊이 느꼈기 때문에 소비된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고자 했던 것일까. 불안을 동반한 이 모습은 무엇일까.(중략)

이 시집에서 고성(固城)이 자주 언급되는 것도 ‘나’의 천착과 무관하지 않다. 고성은 시인에게 고향이었는데, 이 장소가 여러 편의 시에서 소환된다. 이러한 방식 또한 ‘나’를 다시 쳐다보고자 했던 시인의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 나를 깊게 침투해 응시한다는 것은 궁극에는 나의 기원을 더듬는 행위와 만난다. 시인은 “파장한 고성집에서 손님이 두고 간 소주를”(「고성집」) 마시며 삶에 대해 생각하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고성행」)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자신의 옷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붉은 노을”(「여기, 고성」)을 회상하며 지난날의 ‘나’를 응시한다. “먼지가 뿌연 두메산골”(「봄날 이력서」) 주변을 조용히 돌아다니며 ‘나’의 흔적을 더듬는다. 시인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중략)

시인은 쓸쓸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것이 삶이라고 강조한다. 이 말은 그가 살아온 삶이 지루하기도 했고, 쓸쓸하기도 했다는 말로 들린다. 쓸쓸함과 지루함을 겪은 자만이 부정의 형태로 길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의지로 인해 삶은 오히려 더 빛난다. 이제 더 이상 시인은 화려한 삶이 아니더라도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듯하다. “오지 않을 옛사랑을 첫눈처럼 기다린다거나//갓 볶아낸 커피 향처럼/달콤하거나 달달하지는 않지만” 삶은 투박한 대로 의미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위의 시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은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시인은 이것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나’에 대한 탐구를 감행했는데, 최종 종착지는 아마도 이런 삶일 것 같다.

― 문종필(문학평론가)

 

 

■ 시집 속으로

 

고성행

 

고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고

봄에 핀다는 벚꽃이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바람이 분다

투박한 말투를 곱씹으며

봄으로부터 초대를 받는다

손톱을 깎고 어제와 다른 얼굴을 본다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나에게 먼저 말을 거는 건 알람이다. 말을 잃어버린다는 건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신문을 보다가 글자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보고 다시 잃어버린 생각을 끄집어낸다는 건 생각이 자란 머리카락을 자른다 해서 생각이 바닥에서 다시 살아날까,

기억은 태어나서 언제부터 유효할까

 

 

 

내가 설 자리가 없었다

누구와 말할 사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신호등이 더디게 바뀌었으면 하고 바랐다

얼마 전에 걸었던 길에서 무거운 어둠을 보았다

신호등은 호흡을 멈춘 듯 움직이지 않았고

칼날 같은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갔다

수많은 사람이 앞을 지나가도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혼자가 된다는 것,

추위를 피해 어디로 뛰기 시작했지만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나는 갈 곳을 잃어버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투명인간이 되어 있었다

한사코 어둠을 건너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그날은

뼛속까지 추위를 느끼는 밤이었다

 

 

도시가 없어지다

 

도시가 없어졌다

월요일이면 옆자리를 지키던 우리생명 김 대리가 없어지고

국보빌딩 613호 회계사무실에서 일하던 영숙 씨가 없어지고

발바닥이 땀나도록 뛰어다니던 행복택배 박 기사가 없어지고

 

도시는 언제부터 없어져 있었다

거미줄이 되어버린 도시,

사람의 목소리가 없어지고부터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오토바이가 버스를 앞지른다

마을버스에서 내린 김 대리와 영숙 씨와 박 기사는 한 건물에 살지만 말을 걸지 않는다

 

여전히 대낮 도시는

밤과 낮의 경계를 두고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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