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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푸른생각/ 김종호, <잃어버린 신발>

by 푸른사상 2021. 7. 7.

 

분류--문학()

 

잃어버린 신발

 

김종호 지음|푸른시인선 23|131×216×9 mm|168쪽|11,000원

ISBN 978-89-91918-93-1 03810 | 2021.7.10

 

 

■ 도서 소개

 

처연하게 울리는 그리움의 노래

 

김종호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신발』이 <푸른시인선 23>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먼저 떠난 이들을 향한 회한과 그리움이 시편마다 녹아 있다. 신을 향한 경건한 기도이며, 특히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에게 바치는 애틋하고 먹먹한 그리움의 노래이기도 하다.

 

 

■ 시인 소개

 

巡東 김종호

1939년에 제주도 애월에서 태어나 애월에서 살고 있으며, 2007년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뻐꾸기 울고 있다』 『설산에 올라』 『순례자』 『소실점』 『날개』가 있다.

(E-mail: jonghokim66@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무적이 운다

지팡이 / 새소리 9 / 고통에 대하여 / 무적 / 이대로 / 나를 부르는 소리 / 선택 / 바람의 길 / 바위 2 / 가을 4 / 새벽 숲을 굴려 가는 바퀴 / 어떤 눈빛

 

제2부 내 눈도 반짝이나요

촛불 1 / 오노라 / 소망 / 족쇄 / 사랑한다는 것은 / 가을에 2 / 분수 / 반짝이는 것들 / 잠시 / 나의 슬픔은 / 그 겨울에 / 통풍(痛風)

 

제3부 신발이 없다

낡아가는 사랑 / 고내오름 소쩍새 / 정말 미안하다 / 사소한 사랑 / 뻐꾸기 울고 있다 2 / 잃어버린 신발 / 아내의 방귀 / 아내의 창 / 텅 빈 허공 / 아내는 그녀가 되었다 / 아흔아홉골 까마귀

 

제4부 꽃등 하나 걸어둡니다

연꽃 1 / 연꽃 2 / 떠나는 자 / 기억 속의 미루나무 / 아침 처음 뜨는 햇살로 / 눈물길 2 / 너울 / 독수리 그리고 / 숲에서 3 / 고향이 그립다

 

제5부 작은 다리가 있었지

노을 빚기 / 다리 / 균형 잡기 / 그리하여 / 바다 건너기 / 저만치 / 한없이 궁해질 때 / 방귀타령 / 저녁 한때 / 끝없는 연주 / 부서져 빛나는 윤슬 / 풍란

 

제6부 그 자리에 굳건하다

붉은 꽃 / 북극성 / 내 사랑 나의 강산 / 선(線) / 어느 탈북자의 죽음 / 안개 속의 북소리 / 거룩한 분노 / 누가 돌을 던지나 / 사월의 광장에 / 가을 햇살 / 하늘을 닦다 / 무성한 입

 

작품 해설 : 별빛 좇아 무한고독을 건너는 새의 하늘빛 파란 노래 ― 홍기돈

 

 

■ 시인의 말

 

아내는 그 숲길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 떠났다.

그 숲을 걸으면서 아내와의 긴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일 년이란 시간이 되었다.

참 긴 시간을, 제6시집을 준비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나의 전부이다.

그녀는 체경 앞에서 여전히 웃으며 있다.

 

■ 추천의 글

  

김종호 시인이 이번에 상재한 시집 『잃어버린 신발』은, 평생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다니다가 처음부터 깨끗한 맨발이었음을 문득 깨달은, 삶의 진실 혹은 허구를 달관한 시인이 부르는 처연하면서도 묵묵한 울림의 노래이다. 가슴 가득 허공을 채우고 마침내 가벼워진, 낡아서 오래된 것들에 대한 찬사이고, 먼저 떠나간 이들을 소환하고 추억하는 애틋하고도 먹먹한 그리움의 노래이다. 최초의 약속으로 흐르는 경이로운 자연에 대한 산막(山幕)의 묵상이고 헌사이며, 해와 달과 세월의 바퀴를 굴리는 절대자에 대한 감사기도이다. 이 시집은, 아직도 세상의 무명 속을 헤매는 순례자들에게 한 줄기 섬광 같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 임애월(시인·『한국시학』 편집주간)

 

김종호 시인의 시집은 먼저 떠난 그녀에 대한 절절한 사부곡(思婦曲)이다. 반세기 넘도록 살을 맞대고 살아온, 먼저 신(神)의 나라로 돌아가버린 그녀를 생각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회한만 남아 있다. 모든 일을 시인의 손으로 하고 있을 때, 어느덧 그녀는 시인의 등 뒤를 지키고 있다. 독백처럼 늦어버린 사랑의 고백을 채운 시집의 바탕에는 신에 대한 간구(懇求)가 깔려 있다. 시집 전체가 신을 향한 기도문이요, 온전히 신 앞에 자신을 드리는 경건한 의식이다. 평생을 함께했던 그녀의 부재, 하지만 그녀는 신의 나라에서 평화를 얻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으로 그녀에게 바칠 시(詩)의 옷 한 벌을 섬세한 언어로 지어 그녀 앞에 바친다. “그녀는 내 안에/영영 그리움이 되었다/참 쓸쓸한 별이 되었다/날마다 글썽이는 별이 되었다”.(「아내는 그녀가 되었다」)

- 변종태(시인·계간 『다층』 편집주간)

 

 

■ 작품 세계

  

김종호는 여섯 번째 시집 『잃어버린 신발』에서 수직적 소통을 갈망하고 있다. 수직적 소통을 갈망한다는 것은 천상계와 지상계의 괴리를 그만큼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겠다. 천상계의 별이 나침반인 양 제시된다든가, 구름 너머에서 빛을 발하는 면모로 부각되는 까닭은 이로써 빚어졌다. 가령 「북극성」은 “433광년이나 먼 길을 걸어와서/길 잃은 자들의 길”로 자리 잡았으며, 「선택」이 요구되는 매 순간 “내밀한 묵시로 길을” 제시하듯이 별들은 “집으로 가는 하늘에 천만 송이 장미꽃”으로 피어 있다. 의지할 「지팡이」도 없이 시인이 “들개처럼 두리번거리며 들판을 떠돌 때에도” 여전히 “별은 구름 뒤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인격을 차지할 때 그 별은 “혼돈의 먹구름 뒤에서/별빛 빛나시는 이”로 호명되기도 한다.(「이대로」)(중략)

지상계에 유배된 존재는 어떻게 천상계의 가치를 끌어안을 수 있을까. 시집 『잃어버린 신발』은 그 방안을 찾아나간 고투의 흔적이다. 김종호가 근거하고 있는 기독교 세계관은 「선(線)」의 “하늘과 땅은 엄연하고/에덴의 약속은 복원”되어야 한다는 구절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하나 하늘의 질서를 무시하는 지상계의 “천년왕국을 꿈꾸는 탐욕은/지상에 선의 계율을 창제”하기에 이르렀다.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천상계로부터 지상계가 괴리되었다는 인식은 이와 같은 세계관에서 말미암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시편들이라고 하여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 또한 유토피아 상실이라는 의식으로부터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없는 나무”(「기억 속의 미루나무」), “건너가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 다리/어느 날 얼싸안고 엉엉 울고 싶은 다리”(「다리」) 등과 같은 표현이 이를 보여준다.

따라서 『잃어버린 신발』 읽기는 우선 지상계에 유배된 시인이 천상계와의 교통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가는가를 살펴보는 작업이 되어야 하겠다. 이어서 시 창작이 이러한 작업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정리하고, 끝으로 표제작 「잃어버린 신발」을 중심으로 하여 과거 회상의 시편들을 분석해볼 것이다.

― 홍기돈(문학평론가, 가톨릭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새소리 9

 

하늘을 건너는 새들은

쉬지 않고 날개를 파닥이지

하늘엔 거짓이란 없지

별빛으로 눈을 닦고

새벽이슬로 가슴을 닦고

무한 고독을 건너려는 새들은

노래를 부르며 부르며 날아가지

노래를 잃으면 길도 잃고 말지

 

사람들은 지름길을 찾지

곧잘 거짓에 몸을 숨기지

미심쩍은 사람들은 기록을 뒤지지만

떨리는 손으로 기록한 역사는

고장 난 레코드,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

잃어버린 본성이 그리운 사람들은

바벨론의 강가에 울면서 시온을 노래하지

내 안에 길을 두고 산 너머로 떠나지

돌아갈 길을 모르고 한탄하며 그리워하지

예술은 더욱 그리워지려는 것, 그래서

과장된 위장술로 위로 받으려 하지

 

새들의 날개는 자유롭고

하늘을 건너려는 새들은 노래를 부르지

새들의 노래는 하늘처럼 파랗지

 

 

낡아가는 사랑

 

배암이 벗어놓은 허물에

겨울 햇살이 눈을 찌를 때

새벽이슬도 차마

마른 잎을 적시진 못했으리

 

함께 창밖을 바라보면서 너와 나

서로 다름도 참 싱그러웠는데

노래하던 새들은 겨울 숲을 떠나고

얼마쯤 사이를 두고 나무들은 서서

지음(知音)의 기억 속으로 젖어들고 있다

 

고집을 버린 페인트의 순한 눈빛과

벽을 끌어안은 푸름을 버린 담쟁이

세월의 너그러움에 너와 나

끄덕이면서 함께 낡아가는 사랑

난로의 온기에 무심히 손을 펴며

착한 눈빛을 내리고 묵묵히 있다

 

 

잃어버린 신발

 

퇴근하려는데 신발이 없다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는다

월급날이라 모두들 활짝 핀 얼굴들이다

한잔하자며, 낄낄낄 썰물처럼 빠지는데

신발이 없다

땅거미 촉촉이 배어드는데

오늘은 월급날, 아내가 기다릴 텐데

여기저기 쪼개다 보니 손이 허전하다

고졸 출신인 나는, 호봉이 낮은 나는

월급날이 쓸쓸하다

저마다 은행원들처럼 뻣뻣한 지폐를 호기롭게

척, 척, 척, 척 소리를 내며 세고 세지만

안주머니에 봉투를 슬쩍 밀어 넣고

나는 모른 척 쓸쓸하다

 

신발이 없다

참새들은 저무는 나무에서 시끄럽고

빈 교무실에 덩그러니 시리다

늘 그랬지, 늘 혼자였지

‘짠!’ 하고 잔을 부딪치며 잔을 돌릴 때에도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였어

‘까짓것 내일이라도 고만두고 말지’ 하면서

버텨온 직장, 날마다 닳아진 얼굴들인데

담배 한 개비 스스럼없이 얻어 피우면서

익히 아는 듯 모두 낯선 얼굴들이다

벽에 걸린 어느 외딴 도시 쓸쓸한 거리

나는 그 서먹한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일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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