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되돌아본 대구 민초의 신산했던 삶과 역사
국난기의 사건과 인물로 보는 대구 이야기/ 정영진 지음/ 푸른사상 펴냄
일제강점기부터 좌우 대립이 심했던 해방기, 한국전쟁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구 민초들의 삶을 탐색한 책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의 역사를 주요 사건과 인물을 통해 조망하고 있다.
19세기 말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혹독한 압제로 시달리고, 해방공간에서는 국토가 분단돼 민중들의 삶은 고통스러웠다. 박상진, 장진홍, 이상화 등 애국투사들은 끊임없이 항일 투쟁을 벌여왔으며,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산화했다. 과거에는 투쟁과 저항의 진보적 도시였으나, 언제부터는 대표적인 보수적 도시로 변했다.
오늘날 대구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지역이라는 인식이 고착돼 있다. 그러나 과거의 대구는 어느 지역보다도 저항적이고 진보적인 도시였다. 3·1만세운동은 대구에서 단초가 돼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1980년대 대구경북지역 민주화운동 세력이 지배세력의 탄압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했듯 대구시민들은 누구보다 진보적인 활동을 펼쳤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수난기와 6·25 전후의 동족상잔, 전후의 독재화, 4·19혁명 직후의 자유 만복, 군사정권과 유신체제, 10·26 이후의 신군부체제, 이어 문민정권 등…. 국난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새로운 사회건설에 대해 전망을 제시해왔던 대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밖에도 대구의 명물 거리인 종로, 진골목, 약전골목, 북성로, 남성로 등 대구의 정겨운 옛 골목골목을 누비며 잠들어 있는 그 시대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교육도시, 문화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한국 현대문학 사상 최초로 1947년 대구 달성공원에 김소운 시인에 의해 세워진 '상화시비'에 얽힌 이야기와 한국 출판계에 등대 역할을 한 대구 출판업의 역사도 살펴보고 있다.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던 대구 이야기를 되새김하면서 항일도시, 군사도시, 보수도시 등 모든 '별칭 대구'도 탐색한다.
책은 제1부 일제강점 초기 대구 풍정과 인물들, 2부 항일과 굴종의 수난시대, 3부 해방공간의 혼란과 좌절, 제4부 분단과 전란에 찌든 시대상, 5부 혼돈 속에 자아 찾기 몸부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 정영진의 저서로는 '통한의 실종문인'(1989), '선거는 춤춘다-대구 정치인물사'(1992), '청년 박정희'(1997) 등이 있다. 260쪽, 2만원
매일신문, "[책] 되돌아본 대구 민초의 신산했던 삶과 역사", 이호준 기자, 202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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