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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한겨레] 박소현, <미치다 열광하다>

by 푸른사상 2021. 5. 21.

 

“강원도 ‘촌닭’에서 프랑스 미술관장까지 치열하게 살아보니…”


박소현 전 중랑아트센터 관장
에세이 ‘미치다 열광하다’ 내고
22일 토탈미술관에서 토크쇼

퐁피두센터 앞서 8년 화랑경영
비알라 등 현대미술 거장들과 교분
“공공문화정책 발전에 기여하고파”

“강원도 산골 ‘촌닭 똥지’가 근대 문화예술의 본향이자 세계 예술수도인 파리의 갤러리스트로 활약하다가 바야흐로 문화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에서 ‘공공예술의 꿈’을 펼치고 있는 삶.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그것이었노라 감히 말한다.”
첫 자전에세이를 내면서 ‘감히’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반생을 소개한 주인공은 박소현 전 중랑아트센터 관장이다. 최근 <미치다 열광하다>(푸른사상 펴냄)를 낸 그는 22일 오후 2시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불광불급의 예술과 고양된 삶’을 제목으로 출판기념회 겸 토크쇼도 한다.
영월에서 태어나 제천을 근거지로 생활한 그는 애초 ‘화가의 꿈’을 키우고자 1996년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새로운 분야인 ‘예술기획과 예술경영’에 끌려 전공을 바꿨다. 파리8대학에서 학부·석사를 거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그는 퐁피두센터 앞 화랑가에 자신의 건물까지 장만해 ‘갤러리 크리스틴 박’(Galerie Christine Park)을 8년간 운영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은 채로 시작한 파리 유학이 무모한 도전이었다면, 결혼에 이어 육아와 병행한 갤러리는 새로운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죠. 갓난아이를 바구니에 넣고 씩씩하게 아틀리에를 찾아다녔을 만큼 창작 대신 예술과 함께하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히 1960~70년대 서구 전위예술의 거장인 클로드 비알라와 원활하게 소통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겨 당대 거장들과 거침없이 접촉했어요.”
그는 알친스키, 자오 우키, 자크 빌레글레, 피터 클라센 등등 세계 현대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만나고 우정을 나누었다. 그의 책에서는 초짜배기 갤러리스트로서 클로드 비알라와 가슴 졸이며 만났던 일화, 그리고 ‘프랑스 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에르 술라주까지 섭외해 한·중·일 순회전시를 성사시켰으나 국내 미술관들의 단견으로 전시가 불발된 일화도 담겼다. 그 가운데 드니즈 르네는 60여년간 ‘프랑스 문화권력’으로 불리며 ‘20세기 추상미술의 전도사’로 추앙받은 전시기획자이자 화상으로 그의 ‘갤러리스트 롤모델’이다.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 작가들과 교감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자평한 그는 1990년대 후반 이래 파리에서 만났던 한국 작가들과 인연도 털어놓았다.
귀국하고 2017년에 서울 중랑구립미술관인 중랑아트센터의 초대관장을 맡은 그는 프랑스와 한국의 거장 7명을 초대해 개관전 <리노베이션>을 선보여 화단 안팎의 화제를 모았다. ‘물방울 화가’ 김창렬, 3차원의 화면을 넘나드는 누아주(엮음) 작가 신성희, 하얀 단색화의 정수 정상화, 한국현대조각의 대가 심문섭 그리고 ‘블랙의 미학’ 대가 술라주, 1960년대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그룹으로 액자 없는 그림으로 유명한 쉬포르 쉬르파스의 창시자 비알라, 누보 레알리즘(신사실주의)의 포스터 화가 빌레글레까지 한자리에 모아서다.

지난해까지 관장 임기와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활동을 마친 그는 20년 프랑스 생활과 귀국 뒤 국내 문화 현장에서 느낀 한계와 가능성을 정리해보라는 주위의 권유로 책을 내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20~30대 청년들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살아온 아줌마도 있구나! ’하며 조금 더 용기를 내주면 좋겠고, 중년들은 이렇게 당신처럼 평범한 시골 여자가 모든 걸 다 던지고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뛰는 모습에 주목해주면 좋겠어요.”
누구보다 그 자신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참 많은 세월을 서울에서 파리로, 혹은 다른 여러 나라로 떠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세상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바로 내가 서 있는 이곳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 덕분에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의 방향도 분명해졌다는 그는 ‘문화예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누구나 쉽게 누리고 즐기도록 공공 문화정책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토크쇼 방식으로 기획한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코로나 거리 두기와 공간 제한으로 50명만 초대한 가운데 그가 직접 이재삼 화가·이우종 경기아트센터 대표·김진호 안동대 교수와 대화를 나눈다. 

한겨레, “강원도 ‘촌닭’에서 프랑스 미술관장까지 치열하게 살아보니…”, 김경애 기자, 2021.5.21

링크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960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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