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비평, 문학평론
분석과 해석
권영민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5|160×230×28 mm(하드커버)|448쪽
32,000원|ISBN 979-11-308-1785-9 93800 | 2021.4.30
■ 도서 소개
분석과 해석을 통한 한국문학의 총체적 이해
권영민 문학평론가(서울대 명예교수)의 다섯 번째 평론집 『분석과 해석』이 <푸른사상 평론선 35>로 출간되었다. 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해석을 통해 확립된다는 관점으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의의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깊이 있는 문학론을 정립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총체적인 이해를 시도한다.
■ 저자 소개
권영민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 초빙교수, 일본 도쿄대학교 외국인 객원교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버클리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현대문학사』(1, 2) 『한국계급문학운동연구』 『이상 연구』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소설과 운명의 언어』 『문학사와 문학비평』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총독의 소리」와 소설의 정치성
『아리아리 강강』과 ‘숨김’의 변증법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연작 기법
『미망』의 가족사적 서사 구조
『태백산맥』과 분단 상황의 인식 방법
『젊은 날의 초상』과 자기 탐색의 미학
제2부
『태평천하』의 풍자와 서술 방식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서사 공간
「동해」와 메타픽션의 방법
「만세전」을 보는 탈식민주의 시각
『무정』의 근대성 문제
「혈의 누」의 서사 구조와 식민주의 담론
제3부
「유선애상」의 분석과 해석
난해시 「가외가전」의 새로운 해석
시적 공간 ‘NOVA’의 서사적 변용
이병기와 현대시조의 운명
연작시 「오감도」와 새로운 시각의 발견
장시 「기상도」와 시적 모더니티
제4부
연작소설의 양식적 가능성
분단소설의 역사적 변화
역사소설의 시대적 성격
한국문학, 세계의 독자와 만나다 ― 소설가 신경숙과의 만남
시의 대중성 혹은 기도로서의 시 ― 이해인 수녀와의 만남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인간 사상을 표현하는 매개이자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인 문학은 비평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비평은 문학작품의 텍스트를 분석하여 그 존재 의미를 묻고, 문학사의 흐름과 역사와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문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비평이며, 문학의 예술미학적 가치를 규정하기 위해서 비평을 필요로 한다. 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확립된다는 관점 하에, 권영민 교수가 지금까지 일구어온 문학론을 바탕으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제시함으로써 한국문학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시도한다. 텍스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향한 방향성을 짚는다.
1부는 평단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소설들에 대한 비평적 독후감이다. 이청준의 장편소설 『아리아리 강강』,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연작 기법, 박완서의 『미망』 등 서사 기법과 주제의 결합이 부각된 작품들이 대상이 되었다. 2부에서는 『태평천하』 『무정』 등 해방 이전의 소설 중에서도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여 분석과 해석을 시도했다. 3부에는 「유선애상」 「가외가전」 등 난해시를 비롯하여 비평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국 근대시를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을 실었다. 텍스트의 정밀한 분석이 비평의 핵심이자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4부에서는 분단소설, 역사소설 등 한국문단의 중요 경향을 정리하여 문학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고, 소설가 신경숙과 시인 이해인 수녀와의 대담을 함께 수록했다.
■ 책머리에 중에서
비평이란 문학의 의미와 지향을 정당화하기 위한 일종의 인식 행위에 해당한다. 비평이 문학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문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비평이다. 비평의 본질과 그 방법을 놓고 본다면 문학의 예술 미학적 요건을 규정하기 위한 비평의 기능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평이라는 말에는 예술작품의 미적 특질을 식별해내고 평가를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비평은 문학을 문학의 자리에 온전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식별의 기능을 강조한다. 문학의 전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비평의 일차적인 역할이다. 비평이 의도하는 것은 문학을 어떤 다른 사상으로 대치시켜놓는 일이 아니다. 비평은 문학이 문학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가지 속성을 밝혀주는 작업이다. 최고의 비평은 문학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해석을 통해 확립된다.
이 책은 나의 다섯 번째 평론집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4부로 구분하였다. 1부는 평단의 주변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소설에 대한 새로운 비평적 독후감이다. 소설적 기법과 주제의 결합이 하나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이라는 판단이 이 글들에 담겨 있다. 2부는 해방 이전의 소설 가운데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소설을 골라 작품 분석과 해석을 새롭게 시도했다.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통념이 생겨날 정도로 고정된 해석과 평가가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나의 독법을 얼마나 새롭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3부는 한국 근대시 가운데 비평적 논란의 대상이 된 문제작들을 깊이 읽고 분석한 글이다. 텍스트의 정밀한 분석이 비평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4부는 지난 50년 동안 지켜본 소설문단의 중요 경향을 역사적으로 정리한 글이다. 말미에 수록한 두 편은 작가와 시인의 면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지만 여기 함께 공개한다.
■ 책 속으로
이청준의 장편소설 가운데 『아리아리 강강』은 평단의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소문의 벽」, 『당신들의 천국』, 「살아 있는 늪」, 『자유의 문』 등으로 이어지는 이청준의 소설 세계와 맞닿아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소설적 기법을 통해 존재의 ‘드러냄’과 ‘숨김’의 방법에 대한 특이한 인식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서사 기법에 대한 논의가 이청준의 소설에 대한 새로운 조망의 시각을 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이청준의 소설이 던져준 신선한 충격은 때로는 소설적 소재의 탐구에서, 때로는 소설적 기법의 실험을 통해 그 문학적 감동을 더해왔음이 사실이다. 그는 삶의 현실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건들을 진지하게 추구하고자 하는 철저한 작가 의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어떤 고정적인 틀이나 특정의 이념에 묶어두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하나하나가 각기 나름의 성격과 문제를 나누어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이청준 소설에 대한 어떤 유형화가 가능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좋은 증거가 된다. 그의 소설은 꾸준한 자기 성찰과 삶의 현실에 대한 새로운 문제적 인식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소설적 새로움을 제시한다. 그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은 그가 삶의 충동을 새로운 방법으로 포괄하고자 하는 소설적 문법의 발견에서 비롯된다. (21~22쪽)
정지용의 시 「유선애상(流線哀傷)」은 ‘구인회’의 기관지였던 『시와 소설』(1936. 3)에 발표된 작품이다. 박태원의 단편소설 「방란장 주인」을 비롯하여 이상의 시 「가외가전」 등이 여기에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기법을 통해 문학적 모더니티의 문제에 대한 도전과 극복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들이 한국 근대문학 가운데 가장 난해한 작품들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선애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섬세한 언어 감각과 특이한 비유적 표현이다. 특히 시적 대상에 대한 고정 관념을 모두 해체하여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는 감각과 기법이 특이하다. 이 작품은 절제된 감정을 기반으로 언어적 소묘를 통해 시적 대상을 그려낸다. 이 작품에 동원하고 있는 시어들은 상태와 동작을 동시에 드러내는 형용동사가 많다. 그러나 이 언어들은 시적 대상에 대한 개개의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을 포착한다. 이를 위해 시적 화자는 스스로 위치와 관점을 바꾸면서 움직이는 시적 대상을 묘사해낸다. 이러한 묘사 방법을 동적(動的) 관점형(觀點型)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동시적 표상으로 그려내기 불가능한 대상을 상관적인 연속적 표상으로 변용하여 시적 형상성을 부여하는 데에 기능적이다. 그러나 시적 대상에 대한 묘사적 표현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서사의 진행 과정을 놓치는 경우 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되기도 한다.
(217~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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