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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간행도서

김정원 시집, <아득한 집>

by 푸른사상 2021. 4. 27.

 

분류--문학()

 

아득한 집

 

김정원 지음푸른사상 시선 143128×205×6.5 mm10610,000

ISBN 979-11-308-1784-2 03810 | 2021.4.25

 

 

■ 도서 소개

 

생명이 꿈틀거리는 아름다운 대지

 

김정원 시인의 시집 아득한 집<푸른사상 시선 143>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마을, 쟁기질하는 아버지, 모든 생명을 상징하는 어머니, 아이들을 사랑하는 참교육 등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소중함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고, 함께 살아갈 세계를 희망한다.

 

 

■ 시인 소개

 

김정원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2006애지2016어린이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줄탁』 『거룩한 바보』 『환대』 『국수는 내가 살게』 『마음에 새긴 비문과 동시집으로 꽃길이 있다.

(E-mail : moowi21@hanmail.net)

 

 

■ 목차

 

시인의 말

 

1

/ 겨울 호수 / 목련 / 아득한 집 / 집으로 가는 길 / 메꽃 / 마른 눈물 다시 샘솟아 / 뚝새풀 / 졸지에 / 하루 / 치자꽃 곁에서 / 딱따구리 / 명자꽃 / 자족

 

2

평화주의자 / 생밤 / 이별 / 부용정에서 / 김오지 / 고향 열차 / 장대비 그친 뒤 / 명옥헌 / 여름 / 오월에 / 잃어버린 숲 / 저녁 무렵 / 망친 지구 / 노부부

 

3

어머니 1 / 어머니 2 / 어머니 3 / 어머니 4 / 어머니 5 / 어머니 6 / 어머니 7 / 어머니 8 / 어머니 9 / 어머니 10 / 어머니 11 / 어머니 12 / 어머니 13 / 어머니 14

 

4

/ 퇴근길 / 철 지난 뉘우침 / 종교개혁 / 고귀한 천성 / 도긴개긴 / 가장 어려운 혁명을 위하여 / 겨울 들머리 / 도약 / 등교 / 시골 학교 졸업식 / / 할미꽃

 

작품 해설수평의 세계 대지의 노래 김준태

 

 

■ 시인의 말

 

영산강이 태목리 대숲을 에돌아 서해로 흐르고,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떠가는 고향. 어머니가 김매던 콩밭을 지나, 아버지와 함께 걷던 병풍산 오솔길을 오늘은 혼자 걷는다. 산들바람은 솔솔 불어와 두 볼을 어루만진다. 살갑게 웃는 민들레, 토끼풀, 제비꽃, 할미꽃, 냉이꽃은 온 누리에 향기를 내뿜어 겨울잠에서 벌과 나비를 깨운다. 꿩들이 대놓고 사랑을 부르는 산기슭. 까치 부부는 떡갈나무 우듬지에 신방을 차리고 부지런히 새끼를 기른다.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려고 수백 번 날갯짓하듯, 삶을 가꾸는 참된 시작(詩作)은 탐스러운 열매를 향하여 뿌리에서 꽃으로, 꽃에서 뿌리로 숱하게 오르내리는 묵언 수행!

나는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삶을 어머니의 말로 받아쓸 뿐이다.

 

 

■ 작품 세계

  

시인의 마음은 아마도 모두 고향에서 얻어지고 체득, 육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어쩌면 김정원 시인의 유토피아인 아득한 집의 시가 그러함일 터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나 화자인 시인과 형제들을 낳고 기른 자연 그리고 고향! 아버지가 쟁기질하는 대지의 논밭, 모든 생명의 모성성을 상징하는 어머니가 노래된 시편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된다. “아버지한테 꾸지람 듣고/혼자 웅크리고 앉아 분을 삭이는/대청마루 밑 은신처가 있는 집” “건너고 싶은 강이 있고/오르고 싶은 산이 있고/걷고 싶은 들길이 있고/등목하고 싶은 우물이 있는 집”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있는 집” “뜨락에서 어미닭과 병아리들 놀고/얼룩소가 느긋하게 되새김질하는/마당 넓고 싸리울 낮은 집이 바로 이곳이 시인이 생각하는 아득한 집이요 유토피아다. 철조망을 친 담벼락이 높은 집이 아니라, 그것도 마당이 넓고 싸리꽃 울타리가 낮은집이 그의 고향이요 이상향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그 옛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았던, 지금은 이 된 고향이다. 그러나 그 꿈만을 꾸지 않고 사람의 아들로서 다가서는 곳이 고향이다.

흙의 대지의, 고향에는 역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다. 적어도 그의 시 속에서는 지금도 살아서 계시고 논밭에서 일하고 계신다. “산밭에 콩을 심자로 잰 듯이 간격 맞춰/땅에 세 알씩 묻는씨앗지기이자 열매지기인 어머니가 생명을 낳고 먹이고 기르고/죽음으로 생명을 잉태하는/물레방아 땅에 계신다. 자연의 순환 논리가 그대로 순차적으로 되풀이되는 아날로그의 땅이 바로 시인 김정원의 땅이요 고향이요 그리고 어디에 살든 우리들의 땅이요 고향이요 흙의 대지다. ‘순서가 없는, 차례가 없는…… 앞뒤가 없이 무작위로 건너뛰고 넘나드는디지털의 세계가 아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리고 사람들의 심성이 물레방아처럼 순서대로, 차례대로돌고 도는 곳이 저 아날로그의 고향이라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일찍이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의 책 시와 철학에서 마치 산봉우리에 올라가 말하듯이 서술한 고향정신(Heimatgeist)’을 시인은 숭상하고 있다.

김준태(시인)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수직은

 

곧장 수평이 된다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아득한 집

 

다락이 있는 집

장독대 곁 감나무에 이마를 댄

술래가 눈을 뜨고도 좀처럼

아이들을 찾을 수 없는 집

아버지한테 꾸지람 듣고

혼자 웅크리고 앉아 분을 삭이는

대청마루 밑 은신처가 있는 집

어머니가 저녁밥 먹으라고

헛간에서 고샅에서 이웃집에서

이름을 불러대며 찾고 다녀도

일부러 꿈쩍 않고 애타게 하는

그 은신처로 돌아가고 싶은 집

객지에서 서럽고 쓸쓸하고 고단하여

달이라도 쳐다보고 싶을 때 달려가

건너고 싶은 강이 있고

오르고 싶은 산이 있고

걷고 싶은 들길이 있고

등목하고 싶은 우물이 있는 집

북새풍이 불면 방패연을 날리고

눈썰매 타고 싶은 언덕이 있고

낙서하고 싶은 골목이 있고

기대고 싶은 정자나무가 있고

도서관 같은 그 아래서 사철 구수하게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있는 집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동무가 마중 나온

두엄 냄새 풍기는 대나무골

부엌에 그을음 번들거리고

뜨락에서 어미 닭과 병아리들 놀고

얼룩소가 느긋하게 되새김질하는

마당 넓고 싸리울 낮은 집

 

 

평화주의자

 

참새가 총 든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똥 싸고 날아간다

 

그래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오히려 벌써 그리운 듯

 

새가 날아간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흰옷 입은 사람의 아들앞에서

 

마을의 원로인 벼들이 머리 숙인다

 

 

어머니 1

 

어머니가

산밭에 콩을 심는다

자로 잰 듯이 간격 맞춰

땅에 세 알씩 묻는다

 

사람 몫만

헤아리지 않고

벌레 몫을 챙기고

새하고 함께할 몫도 살핀다

 

씨앗은 씨알이고

씨알은 열매

 

어머니는

씨앗지기이자 열매지기

생명을 낳고 먹이고 기르고

죽음으로 생명을 잉태하는

물레방아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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