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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맹문재 시집, <사북 골목에서>

by 푸른사상 2020. 11. 26.

사북 골목에서

맹문재 지음푸른사상 시선 135128×205×8 mm1129,500

ISBN 979-11-308-1721-7 03810 | 2020.11.23

 

 

■ 도서 소개

 

사북항쟁 40년에 바치는 웅숭깊은 헌시

 

맹문재 시인의 시집 사북 골목에서<푸른사상 시선 135>로 출간되었다. 사북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집이다. 광산촌에서 살아가는 광부들과 그의 가족 및 이웃들의 삶을 체험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탄광 노동으로 힘들게 살아온 광부들을 향한 웅숭깊은 애정과 깊은 연대로 역사 속에 매몰된 광부의 존재를 새롭게 조명하며 그들의 치열한 투쟁을 되살려내고 있다.

 

 

■ 시인 소개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1991문학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노동 열사들을 추모한 기룬 어린 양들을 비롯해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 『사과를 내밀다등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윤상원문학상, 고산문학상을 받았다.

(E-mail : mmunjae@hanmail.net)

 

 

■ 목차

 

시인의 말

 

1

사북 / 갈림길을 지나가다 / 치료받지 않는 이유 / 사북 골목에서 / 마술 피리 /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겠지요 / 빛나는 부리 / 새까만 나무 / 자기소개서 / 불붙은 합창 / 인연 / 1979년 광산사 / 기본 지키는 일

 

2

아름다운 미신 / 기적의 기적의 기적의…… / 광산촌 먹이사슬 / 할머니의 아리랑 / 봄꽃 / 천 리 밖에 있는 사람들 / 방송이 중단된 날 / 저탄장에 얼굴 새기다 / 1980년 사북항쟁 / 독론(毒論) / 움벼 앞에서 / 사북 안경다리에서 / 태백 광산의 역사

 

3

눈길 위에서 / 사북 <·서점>에서 / 벼랑 끝 가장(家長)/ 새벽 편지 / 진면목 / 대설 앞에서 / 봉황 / 모적(蟊賊) / 한쪽 눈 / 희망 지수에 대하여 / 11/ 입석 열차에서

 

4

겨울 까마귀 / 움켜쥔 길 / 술 마시는 이유 / 그림자 징역 / 보도자료 / / 연기를 하러 가다 / 꽃 이름 / 개구멍 / 짐 챙기는 날 / 검은 길 / 목적의 목적 / 첫눈 오는 날 / 기적

 

작품 해설사북 골목에서, 광부와 탄광촌 주민에게 바치는 헌사 정연수

 

 

■ 시인의 말

 

광산촌을 제재로 한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묶는다.

오래전부터 내고 싶었는데, 내가 광부가 아니기에 선뜻 실행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사북항쟁 40년이 되는 해여서 용기를 내었다.

 

농부였던 아버지께서 한때 사북에 계셨다.

중고등학교 방학 때 몇 번 찾아뵌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새카만 장화며 도랑물이며 질척이는 골목을 잊지 못한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사북을 비롯해 태백, 삼척, 문경, 화순……

광산촌에서 살아온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부족한 시집을 올린다.

 

 

■ 작품 세계

  

석탄산업사는 한국 산업사의 축소판이며,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이 광부였다. 1980년대 문학권에서 민중문학이나 노동문학 담론이 유행처럼 논의될 때조차, 당시 6만 명 넘게 종사하던 광부의 삶은 문학에서도 소외되었다. 요즘은 참여문학, 실천문학, 노동문학, 민중문학 등의 용어를 진부하다거나 유행이 지난 것처럼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광부는 현재 운영 중인 4개 광업소(장성·도계·경동·화순)의 막장에서 팔리지 않는 탄을 캐고 있다. 또 실직 광부들은 탄광촌의 언저리를 맴돌거나, 직업병인 진폐증을 앓고 있다.

노동부는 진폐 환자들의 생계비를 지원하라!//폐광촌이 울린다//상품이 안 된다고/언론은 한 달째 관심 밖이다/야당조차 외면하고/경찰만 산처럼 에워쌌다”(빛나는 부리)는 고발은 오늘날 탄광촌의 모습이자,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화이트칼라까지 노동자로 등장한 이후부터 진짜 노동자들은 더 비참한 아웃사이더로 내몰리고 말았다. 공무원·교사·사무직 등의 노동자가 맹위를 떨치면서 권리를 찾아가는 동안 실직 광부나 직업병을 앓는 광부, 그리고 그 가족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캄캄한 막장에 갇혀 있을 뿐이니 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등장한 맹문재의 시집 사북 골목에서는 한 시대의 위로이자, 이가 빠진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복원 과정이라 하겠다. 탄광노동자와 탄광촌을 향한 애잔한 시선, 웅숭깊은 사랑을 머금은 시편 하나하나가 석탄산업의 그늘에 희생된 광부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광부의 삶은 대를 이어 막장에서 헌신하고도 버려졌으며, 탄광촌은 여전히 춥고 캄캄하지만, 그의 시가 있어서 모처럼 위로를 받는다. 탄광촌에서 태어나 청춘을 광업소에서 보냈던 나는 노동문학을 집대성한 맹문재의 연구를 훔치면서 진 빚이 많은데, 이번 시집에서 또 큰 빚을 지는 마음으로 시를 읽는다.

정연수(시인· 문학박사) 작품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40년이 지난 사북항쟁은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사북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뜻있는 시인들의 합동시집 광부는 힘이 세다에서 많은 시인들이 그날 이후의 탄광과 탄광 노동자, 탄광 지역민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고 증언해주었다. 이 시집을 기획하고 엮어낸 맹문재 시인은 사북 광부의 아들이다. 잠수함의 토끼처럼 갱 속의 카나리아처럼 시대의 염증, 병증을 앞서서 고발하고 증언하는 무거운 사명을 자임하는 시인이 마침 사북 광부의 아들로서 절절한 망부가이자 미완의 사북에 바치는 헌시를 내놓았다. 사북의 남은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데 맹 시인의 노래가 크고 의미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의 심장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황인오(사북민주항쟁동지회 회장)

 

나는 1986년부터 탄광 막장에서 날마다 저승사자와 사투를 벌이며 석탄을 캔 광부였다. 이후 질풍노도의 시절을 거치고서 불치병인 진폐재해자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신문고를 울리기 위해 그들과 함께 무기한 단식투쟁과 갱목 시위를 벌였다. 2007년의 일이다.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준 시인이 맹문재였다. 대한민국의 수도권에 살면서도 변방인 탄광촌 사람들의 힘겨운 삶이 안타까워 가슴앓이하는 시인. 이따금 사북을 다녀가곤 했지만, 광부와 탄광촌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시편들을 읽어보았다.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 넉넉한 인정을 함께 읽었다. 방송 채널을 돌리면 온통 트롯이다. 차고 넘치는 트롯처럼 서점엔 시집도 많다. 하지만 광부와 탄광촌을 이야기한 시집은 찾기 힘들 정도로 귀하다. 맹문재 시인의 그렇게 귀한 시편들. 마치 내부자가 쓴 것처럼 좋은 시가 많았다. ‘진짜 광부였던 내겐 감동이다.

성희직(시인, 정선진폐상담소 소장)

 

 

■ 시집 속으로

 

갈림길을 지나가다

 

그가 예고한 단식일이 천둥소리를 내며

수저를 든 내 손을 내리친다

 

술안주로 삼던 정치인들도

칼로리처럼 따지던 대출이자도

순간 뭉개진다

 

죽음의 명분이 밥과 연결되고

희망 지수가 밥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이

숟가락 속에서 푯대처럼 흔들린다

 

요약할 필요도 없이

순결만이 사람을 구한다고

그의 단식일이 생각보다 힘이 센 것이다

 

생애에 필요한 결단은 아니라고

당돌하게 말했던 날들이

폐광 아래로 떨어진다

 

 

사북 골목에서

 

지난날의 항쟁을 지도 삼아

길을 알려주는 토민(土民)을 만나기도 하지만

작업복을 입은 아버지가 없기에

골목은 추상적이다

 

폭죽처럼 터지는 카지노의 불빛도

골목을 밝혀주지 못한다

 

폴짝폴짝 탄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가던 아이들

사택 문을 열고 나오던 해진 옷 같은 아이들

 

나는 그 골목에서 아버지가 끓여주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입갱하는 광차를

석탄이 달라붙은 도랑물을

우리는 산업역군 보람에 산다는 표어를

낯설게 바라보았다

 

마지막 방문이라고 다짐하고

골목 끝에서 뒤돌아보았을 때

아버지는 개집처럼 서 있었다

 

 

1980년 사북항쟁

 

광부답게 일할 수 없는 광부들이

광부를 광부로 여기지 않는 노조지부장을 쫓아내자

 

계엄사 수사본부 군인들이

광부들을 불법으로 체포해 폭행하고 고문했다

 

광부를 광부로 여기지 않는 언론들도

 

무법 4공포의 탄광촌곡괭이·도끼 무장파괴·방화

무법 휩쓴 공포의 탄광촌지서 습격, 파괴투석전

 

광부들을 난동 폭도로 낙인찍었다

 

광부답게 일할 수 없는 광부들이

광부를 광부로 대우하는 세상 이루려고

군인들에게 맞고 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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