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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김현경 산문집,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by 푸른사상 2020. 9. 14.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김현경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32150×217×19 mm(하드커버)216

17,000ISBN 979-11-308-1703-3 03810 | 2020.9.10

 

 

■ 도서 소개

 

김수영 시인의 아내가 간직한 영원한 사랑

 

한국 시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김수영 시인을 회고한 김현경 여사(김수영 시인의 아내)의 산문집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푸른사상 산문선 32>로 출간되었다. 김수영 시인이 쓴 작품의 첫 독자이자 영원한 연인으로 살아온 김현경 여사의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이 산문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낡아간다고 해도 아내의 사랑은 영원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 저자 소개

 

김현경

1927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태어나 경성여자보통학교(현 덕수초등학교)와 진명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수학했다. 김수영 시인과 결혼해 두 아들을 두었다. 에세이집 김수영의 연인』 『우리는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공저)가 있다.

 

 

■ 목차

 

책머리에

초판책머리에

 

1장 나는 시인의 아내다

다락방의 소녀 / 첫사랑의 고통 / 수영과 나 / 빛과 어둠의 이중주 / 강변에서 우리는 / 나는 시인의 아내다

 

2장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

토끼 / 달나라의 장난 / 방 안에서 익어가는 설움 / 도취(陶醉)의 피안(彼岸) / 여름 아침 / 백의(白蟻) / 폭포 / 미스터 리에게 / 육법전서(六法全書)와 혁명 / 김일성 만세 / 만용에게 / 우리들의 웃음 / 죄와 벌 / 누이야 장하고나! / 거대한 뿌리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 도적 / 꽃잎() / () /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 /

 

3장 가슴에 누운 풀잎 그리고

원고에 넘버를 매긴 마지막 밤 / 시는 내 곁으로 와 눕고

 

4장 내가 뽑은 아포리즘

내가 뽑은 아포리즘

 

5장 기억의 삽화들

기억의 삽화들

 

발문 - 고은

 

 

■ ‘책머리에’ 중에서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정리한 김수영의 연인을 간행한 지 7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태 전 김수영 시인 50주기를 맞이해서 문학 단체, 연구자, 시인, 언론인,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당신을 기리는 책들이 발간되었고, 학술대회 및 강연회가 열렸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기념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중략)

내년이면 김수영 시인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됩니다. 당신의 업적을 미력하나 잘 정리하려고 합니다. 오류들을 바로잡고 김수영의 연인을 새로 간행하는 이 일이 그 시작입니다.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당신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제가 할 이야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시 나의 가족에 나오는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라는 구절을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아무리 낡아간다고 해도 우리의 사랑은 영원한 것입니다.

 

 

■ 출판사 리뷰

  

김수영 시인에게 보석 같은 아내, 애처로운 아내, 문명된 아내라고 불리며 살아온 김현경 여사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7년 전에 펴냈던 김수영의 연인의 오류를 바로잡고, 김수영 시인의 삶의 행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지금까지 김수영 시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기사, 증언들이 있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김수영에 대해서는 가려져 있었다. 그러한 김수영의 곁에서 인생의 반려자이자 작품의 첫 독자로서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김현경 여사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산문집은 김현경 여사가 회고하는 김수영 시인에 관한 일화와 기억의 편린들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첫 만남부터 시작하여 젊은 나이에 버스 사고로 인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시인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한 이야기,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신혼살림을 차린 이야기, 한국전쟁 중 김수영 시인이 인민군에 징집되어 끌려간 이야기 등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시인의 첫 번째 독자로서 김수영의 작품과 관련된 일화를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술회한다. 따라서 이 산문집은 단순히 김수영의 삶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의 시 세계를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저자가 선별하여 엮은 김수영의 어록들과 잡지에 기고했던 두 편의 에세이도 수록했다. 각 장 사이사이에는 김수영 시인이 쓰던 물건과 육필 원고 등을 촬영한 사진이 실려 있다. 저자가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김수영의 서재와 물건들처럼 부부의 사랑도 조금씩 낡아가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영원하고 아름답다.

 

 

■ 추천의 글

 

김수영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시인이라는 사람들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김현경 여사가 쓴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역시 그에 버금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김수영 시인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기사와 증언이 있었지만, 이 산문집보다 실증적이고 애정 깊은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김현경 여사가 품은 남편에 대한 존경심은 곧 시인과 시에 대한 사랑입니다. 따라서 이 산문집에 수록된 증언들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의의를 갖습니다. 김수영 시인은 아내의 사랑과 신뢰와 지지를 토대로 인류를 위해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현경 여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김수영의 아내라는 길을 헌신적으로 걸어왔습니다. 한국문학사의 산증인으로서 그 생생한 체험들을 어제의 일처럼 들려주는 기억들은 정말 기적과도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유려하고도 사려 깊게 직조한 문장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나의 가족)라는 김수영 시의 이 한마디는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요. 이 한 구절을 평생 품고 시인의 아내로서 살아온 김현경 여사는 얼마나 아름답고 꿋꿋하고 그리고 위대한가요.

맹문재(시인·안양대 교수)

 

 

■ 책 속으로

 

김 시인이 쓴 백의를 원고지 위에 정서하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백적이고 다소 자조적인 전체적 시의 분위기는 느껴졌지만 백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김 시인에게 그 백의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 시인은 그것이 밀가루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 밀가루도 그냥 밀가루가 아닌 미국의 원조로 들어온 밀가루. 결국 수영에게 백의는 사회·경제·문화,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미국에 종속되어버린 우리의 현실을 염두에 둔 상징이었다. 1967년 가을, 어느 지면에서 영화평을 청탁받은 김 시인은 나와 함께 극장에 갔다. 김 시인은 영화를 반도 채 보지 않고 극장에서 뛰쳐나갔다. 영화 속 배우들의 말투며 표정, 포즈 하나하나까지 미국의 영화배우들을 모방한 것이 너무도 불쾌하다고 했다. 물건이나 상품은 그렇다 쳐도 당시 예술과 예술가들이 갖고 있는 사대주의적 태도를 김 시인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들만의 새로운 옷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83)

 

역시 수식 없이 그의 온몸에서 울려 나온 듯한 소리로 꽉 차 있다. 풀이 척박한 땅을 탓하지 않듯 김 시인의 시는 과잉도 부족도 없이 그의 몸 안으로 안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탈고를 하고는 김 시인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늘 작품을 한 편 완성하면 개선장군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 봄날같이 평온한 날들이 달포쯤 지나면 여지없이 다시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시 새로운 시를 쓰느라 꼭 몸부림 같은 진통을 겪는 것이었다. 일 년에 열두 편에서 열세 편의 시들, 김 시인은 자신만의 주기를 갖고 있었다.

시에 대한 시인으로서의 자세와 김 시인의 시정신의 끝은 존재에 대한 사랑에 꽂혀 있었다. 개인으로서 시인의 행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안일과 무위(無爲)를 극도로 거부한 그였다. 오직 존재의 참되고 아름다운 정신의 지표를 바랐다. 자학까지 하면서 그는 그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가에서 자라나던 무성한 풀잎들, 내 가슴 속에는 언제나 그의 싱싱한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12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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