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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간행도서

신준수 시집,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by 푸른사상 2020. 7. 27.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신준수 지음푸른사상 시선 128128×205×8 mm1229,000

ISBN 979-11-308-1688-3 03810 | 2020.7.25

 

 

■ 도서 소개

 

돋아나는 새잎과 꽃처럼 푸르른 시편들

 

신준수 시인의 시집 꽃나무가 중얼거렸다<푸른사상 시선 128>로 출간되었다. 아기똥풀, 앉은부채, 수양버들, 랄리구라스…… 식물과 꽃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은 시인이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시집 속에서 꽃송이들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물에 대한 묘사와 참신한 상상력, 발랄한 어법들로 시들은 풍요롭고도 다채롭다.

 

 

■ 시인 소개

 

신준수

강원도 영월 서강 자락에서 태어나 자연을 놀이터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10농민신문신춘문예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매운 방, 생태에세이집으로 토끼똥에서 녹차 냄새가 나요』 『껌 먹는 두더지가 있다. 충북작가회의 회원, 시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mail:lovemunhak@hanmail.net)

 

 

■ 목차

 

시인의 말

 

1

애기똥풀 / 형제목욕탕 1 / 이종배 / 억지로 보는 거울 / 형제목욕탕 2 / 앉은부채 / 매일매일 / 탁본 / 성안길 / 공갈빵의 기술 / 물방울 다이아 / 랄리구라스

 

2

타투 / 문맹 / 즐거운 중력 / 구석이 날아갔다 / 칠월, 아니면 팔월 / 퇴화 / 뇌물의 문장 / 황반변성 / 터널 / 열한 번째 발가락 /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 내 몸이 재활용되고 있다

 

3

비스듬한 토론 / 이만하면 됐다, 준수 / 모운동 이야기 / 9시 뉴스, 일기예보 / 매화도 / 봄날의 양지 / 호랑나비 / 복권 / 매몰 / 연꽃 피는 다랑이 / 봄을 표절하다 / , 혹은 시

 

4

도서관에서 / 손톱달 / 박각시나방 / 쥐방울 덩굴 / 새순 보일러 / 쥘부채 / 포도송이 쿠폰 / 꽃 솎아내기 / 꽃의 후렴들 / 자지감자 / 미숫가루 폭탄

 

작품 해설꽃과 식물에 대한 묘사와 상상력 - 공광규

 

 

■ 시인의 말

 

아득한 처음,

돋아나는 새 잎처럼 푸르던 그때를

쉼이라 말해도 될까

봄을 눌러 잡고 있던 꽃송이 압정

따끔,

내려놓는다.

 

 

■ 작품 세계

  

아마 동양 시문학사에서 전통적으로 자연 대상을 읊은 시들, 그 가운데 화조풍월을 제재로 한 시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꽃과 새와 바람과 달. 이것은 자연을 대신하는 말이다. 농경 중심 사회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서정적 충동을 일으키는 데는 화조풍월이 최고였을 것이다. 예부터 시를 공부하면 초목(草木)을 많이 알게 한다고 하였다. 아마 선배 시인들이 우리 살림살이와 가까운 자연이나 자연 현상에서 시의 제재를 가져다가 시를 많이 썼기 때문일 것이다.

꽃과 식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꽃과 식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풍부한 신준수는 모든 시의 재료를 채취한 뒤 가능한 꽃과 식물로 변용한다. 그러니까 꽃과 식물은 신준수의 식물성에 가까운 세계관을 대변하는 객관적 상관물인 것이다. 또 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고전 제재, 웃음을 주는 서사와 구성, 발랄하고 청신한 어법의 배경에도 꽃과 식물이 있다. 모든 사물과 사건을 꽃과 식물로 치환해서 보여주려는 노력과 진술 방식은 신준수만의 특기이자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중략)

그의 시를 읽으면 꽃길을 걸으며 꽃의 복음을 듣고 보는 것 같다. 신준수의 시를 꽃과 식물에 대한 묘사, 꽃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거나 인물을 환기하는 상상력, 옛것을 좋아해서 얻는 고전적 제재, 재미와 웃음을 주는 서사와 구성 등으로 유형화하여 살펴보았다. 자신의 세계관을 객관적 상관물인 꽃을 통해 내보이는, 표현하는, 발성하는 시인의 태도와 순정한 식물성의 마음이 담긴 꽃 피고 지는 씨가 맺힌/한 권의 나무 같(, 혹은 시), 꽃다발 같은, 꽃밭 같은 이 시집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서정의 광휘에 휩싸였으면 한다.

공광규(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아기똥풀 앉은부채 수양버들 랄리구라스 채송화 백일홍 칸나제비 수레국화 골풀 실잠자리 프리지어 꽃술재주나방애벌레 제라늄 소나무 등나무 살구꽃 백일홍 호랑이 모란 매화 장미 튤립 취나물 호랑나비 상어 하늘다람쥐 홍연 백연 개연 수련 가시연 네발나비 진달래 목련나무 해바라기 별목련 고양이 뻐꾸기 고리버들 박각시나방 뽕나무 쥐방울덤불 까마귀오줌통 자지감자 배꽃, 이 시집에 함께 사는 것들이다. 뒤뚱거리는 태석이와 글자를 잊어가는 동생도 함께 살아간다. 살짝 모자라는 이종배는 겨울 강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 죽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이든 살았든 죽었든 다들 애잔하고 갸륵하다. 시인 자신도 시집 속으로 들어가 그들 틈에 나란히 선다. “신준수 준수 준수 내 이름을 내가 부르면 입 끝에 청량한 물줄기가 흐른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만하면 됐다, 준수”.

박순원(시인·광주대 교수)

 

 

■ 시집 속으로

 

애기똥풀

 

꽃을 보았어 똥 누고 싶은 것 노랗게 참고 있는, 곧추선 대궁이 초록 목책 울타리처럼 싱싱했어, 반짝이는 십자 창문을 닮았어 꽃잎, 감정 없이 떨어졌어 관자놀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처럼 부드러웠고

 

옷에 노란 똥이 묻었어 소문처럼 왁자했어 쑤알라 쑤알라 지구의 공전 소리를 엿들었고 몇 번 하늘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고만고만한 똥 무더기 무성했어

 

노란 꽃, 똥 누고 싶은 것 참고 있는 거래, 믿어지지 않지만 귓속말은 이 귀에서 저 귀로 윙윙거렸어

 

마을을 돌아다녔어, 똥 묻은 옷을 입고 간이 화장실 한 칸 덜렁 들어다 애기똥풀 군락지에 놓아주고 싶었어

 

구름 속에는 여름이 가득했어

 

 

문맹

 

뇌경색을 털고 일어난 동생이 문맹이 되었다

 

지구의 모든 도서관과

서점들과 서재들이 불탄 듯

몸에서 문자들만 쏙, 빠져나갔다

 

밀물이 들면서 지워지는 개펄처럼

민들레 텅 빈 씨방처럼

 

살아온 날들의 앞장과 뒷장이 공백이 되었다

필기구들과도 낯선 관계가 되었다

 

어쩌면, 동생에게

문명의 먼 과거가 잠시 깃들었을 것이다

조수 간만으로 탁류의 해면이

잠시 상승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

날아간 문자들을 되찾으려는 듯

백지의 유년을 샅샅이 뒤진다

 

 

꽃나무가 중얼거렸다

 

밖으로 나오니 사월

살구꽃, 재잘재잘 말놀이 중이시다

성큼성큼 묘비로 주소를 전입한 아버지

 

나는 책망의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손목시계가 헐렁한,

아버지는 제라늄 줄기 같은 팔을 뻗어 어딘가를 가자고 가자고 나를 끌었다 마디가 검고 손톱 속 반달이 눈썹처럼 까맸다

 

가요, 집에 가요

어릴 적 술 취한 아버지를 잡아끌었던 것같이

어디일까 아버지가 가자는 그곳

 

꽃놀이는 아닐 것이어서

싫어, 싫다니까 눈이 축축해지도록 버텼다

끌고 당기고 버티다 아침까지 온 날

팔이 뻐근하고 목이 돌아가질 않았다

 

불을 켜봐,

꽃나무들이 꿈 밖으로 나갈 거야

 

그런 날,

온종일 내 몸에서 결리는 아버지, 끌어도 끌어도 버티던 술 취한 아버지가 이곳저곳에서 욱신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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