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평론, 시평론
슬픔의 연대와 비평의 몫
장은영 지음|푸른사상 평론선 32|160×230×21 mm(하드커버)|432쪽
29,000원|ISBN 979-11-308-1687-6 93800 | 2020.7.25
■ 도서 소개
사회적 연대로서 비평의 몫
장은영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의 첫 평론집인 『슬픔의 연대와 비평의 몫』이 <푸른사상 평론선 32>로 출간되었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문학을 되짚어보며 사회적 연대로서 비평의 몫을 성찰한다. 나아가 2010년대 한국시와 비평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며 한국 시단의 지형도와 전망을 그리고 있다.
■ 저자 소개
장은영(張恩暎)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부교수로 있다. 공저서 『한민족 문학사2』 『시, 현대사를 관통하다』 등이 있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슬픔의 연대
문학의 쓸모없음과 추문들
삶과 예술 사이, 명멸하는 시
죽음을 상속하는 문장들
파국의 상상력과 시의 미래 ― 세월호 시대의 문학
기록, 증언, 정동의 글쓰기 ― 세월호 이후의 문학
슬픔의 연대에 관하여
우리의 행렬은 계속되고
비평의 최소화 혹은 비평의 전환 ― 2010년대 말 문예지의 비평 동향과 전망에 대하여
제2부 마음의 가능성
‘나’에 대한 오해와 가능성들
자유와 사랑의 가능성을 향한 ‘나’의 연대기
결여의 주어
마음의 가능성 ― 임경섭, 안미옥의 시
모든 것에 실패하는 사랑의 주체 ― 손미의 시
시인들의 극장 ― 감각과 욕망 그리고 가능성의 장소
도래하는 시 ― 최정진의 시
살아남은 자의 몫 ― 이산하의 시
인간적인 죽음, 그런 미래를 상상하는 일 ― 김사이의 시
당신이 보는 것은 무엇입니까 ― 이민하와 양안다의 시
제3부 얼굴, 유령, 이야기
유령이 부르는 노래
얼굴에 대하여
위험한 꿈의 숭배자
소년은 다시 태어난다 ― 조원효의 시
재현된 세계의 종말과 감각의 시작 ― 정선율의 시
시차적 세계의 소년들 ― 구현우와 홍지호의 시
출몰하는 유령과 이야기의 재래 ― 장이지의 시
지상에 사는 자들의 슬픔 ― 김중일의 시
제4부 미래를 쓰는 밤
우리는 어두운 밤에도 미래를 쓸 수 있다 ― 김현, 『입술을 열면』
불일치의 삶과 두 갈래의 이야기 ―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당신’이라는 얼룩 혹은 절대 ― 유희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우울한 당신을 위로하는 그녀의 따뜻한 텐트 안 ― 박상수, 『오늘 같이 있어』
이토록 정상적인 세계에 대한 비탄 ― 정한아, 『울프 노트』
스패너이거나 혹은 나비이거나 ― 임재정,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숨을 쉴 때마다 또 다른 존재가 되기를 ―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대홍수 이후의 시인들 ― 김안, 『미제레레』와 김이듬, 『히스테리아』
불행한 세계의 추종자들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과 송승언, 『철과 오크』
사라진 당신의 귀환 ― 마종기, 『마흔두 개의 초록』
■ 발표지 목록
■ 찾아보기
■ 추천의 글
장은영의 비평은 언어의 임계를 탐구한다. 시가 삶을 향하여 온몸을 날릴 때, 삶에 조금 못 미치는 곳에서 그 온몸이 부서질 때, 부서져서 ‘明滅’할 때, 비평은 그 ‘깜박이는 자리’를 관측한다. 어떻게 그렇게 미약한 순간에 시선을 줄 수 있는지 경이롭다. 그 불가능성으로서의 깜박임만이 ‘실재’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문이리라. 인간의 언어로는 가닿을 수 없는 곳, ‘말을 잃은 자리’로서의 세월호 앞에서, 다가가면 조금 물러서는 저 닿을 수 없는 ‘사건’을 향하여,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는 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시의 존재 방식을 묻는 그녀의 언어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치안’을 말하는 국가를 향해, 그녀는 ‘사건’의 그 순간 마땅히 국가가 보유했어야 할 그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 그녀의 비평은 바로 ‘연대’를 말해야 할 지점에 그 결정적인 단어를 배치한다. 그러나 그 단어는 문학사의 과거에서 상속한 것이라기보다 그 역사의 외측에서 떠돌던 것을 포획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대가 그저 아름다운 헛소리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냉소적인 사람들이 말할 때, 그녀는 타인에게 ‘나’를 열어주는 사랑을 말한다. 그녀는 한사코 ‘불가능한 곳’을 찾아가고, ‘비가시적인 것’을 응시한다. 비평의 몫을 다하면서 위기의 문학을 인양하려 한다. ― 장이지(시인)
모든 텍스트는 문학이다. 이것은 시나 소설, 비평 따위를 끌어안은 어떤 장르로서의 ‘문학’을 말하는 문장이 아니다. 어떤 구절이나 단어라도, 어떤 하나의 음절이라도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 서로 같을 수 없는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저 문장의 방점을 ‘문학’이 아니라 ‘텍스트’에 찍고 싶다. 텍스트를 들여다볼 때 자신에게 부여되는 의미를 또 다른 텍스트로 생산하고 전달하는 것이 비평이라면, 거기서 더 나아가 같을 수 없는 삶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서로 다른 색깔의 동공으로 ‘텍스트를 체험한 텍스트’, 다름을 인지하고 인식하고 인정하면서 ‘문학을 겪은 문학’을 나는 비평이라는 말에 가두고 싶지 않다. 장은영은 그 방향으로 서 있는 사람이다. 그의 텍스트는 다름을 인정한 후의 공동체가 대화하는 다방향적 소통에 가깝다. 이것은 정합의 세계가 아닌 가능성의 세계다. 가능성으로서의 텍스트, 내러티브로서의 비평, 연대로서의 대화. 그러므로 이 책의 주인은 개인이 아닌 우리다. 이 책의 저자는 한 사람의 평론가가 아닌 이 책을 읽는 당신이어야 한다. ― 임경섭(시인)
■ 출판사 리뷰
세월호 참사 직후, 시인들은 ‘슬픔’을 개인의 운명이나 심리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나아가 윤리적인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의 슬픔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는 슬픔과 연대 사이에서 시가 존재하는 방식을 묻는다. 아울러 행위로서의 시가 삶을 어떻게 전환시켜 나가는지를 직시하며 비평의 몫을 다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와 문학을 살폈다. 인간의 죽음 앞에서조차 훼손된 윤리를 회복하기 위해 시인들은 죽음을 상속하는 연대를 형성했다. 미학과 정치와 윤리를 넘나드는 언어로써 세월호를 목격한 시는 사회적 연대를 표명한다. 저자 또한 그 행렬에 동참하며 삶에 연대하는 시 쓰기란 무엇일까 하는 전망을 담았다. 2부와 3부에서는 임경섭, 안미옥, 손미, 최정진 등 시인의 작품을 통해 2010년대 중반 이후 시의 경향을 포착하여 한국 시단의 지형도를 그렸다. 4부에서는 2010년 중후반에 출간된 시집을 읽고 쓴 글을 모았다.
시의 존재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문학을 유통하고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비평은 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를 읽고 쓰는 행위, 시를 향유하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답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비교적 담론으로서 무게감은 적지만 시인의 개별적이고 특수한 이야기를 담는 리뷰가 새로운 비평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타진해본다.
■ 책머리에 중에서
거대한 배의 침몰을 목격하던 아침, 원고 마감 날짜를 세며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학여행 가던 아이들을 포함하여 304명이 돌아올 수 없는 깊은 바다에 가라앉았다. 믿기지 않았다.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도 일상은 멈추지 않았고 내가 고작 한 일은 리본을 다는 일. 눈시울이 종종 뜨거웠지만 마감을 앞두고 꾸역꾸역 원고를 썼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으로 그러나 꼭 해야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무언가 쓰고 싶었지만 어떻게 써도 충분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나의 슬픔이 아니라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증언하는 자의 절박함, 그 알 수 없는 깊이를 생각하며 등단한 첫해를 보냈다. 그러니까 나는, 세월호의 침몰을 목격하며 글을 써야 했던 평론가이다. 글을 쓰는 한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싶다.(중략)
수많은 얼굴을 마주치며 살고 있듯이 수많은 시들을 만난다. 감동적인 시도 있고 어려운 시도 있고 시시한 시도 있다. 일순간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는 시도 있다. 훌륭한 비평가는 어느 것이 더 훌륭한 미학적 성과물인가, 누가 위대한 예술가인가를 판정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시를 쓰는 행위가 더 중요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훌륭한 평론가를 꿈꾸기보다는 행위로서의 시가 삶을 어떻게 전환시켜 나가는지 응시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지난 6년간 쓴 글들을 모아놓고 보니 문장 사이사이로 거친 마음의 결이 보인다. 성글거나 뒤틀린 무늬도 있고 모호한 무늬도 있다. 단단한 문장 속에 감추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나 보다. 쉽게 탄로 나는 마음들을 어쩌나 싶다. 마음의 결을 가지런히 추스를 줄 아는 미래의 문장을 상상할 뿐이다.
■ 책 속으로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슬픔의 문학적 형상은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와 함께 도래한 해체적이고 혼종적인 포스트모던 미학의 범람 이후, 우리는 문화적 규범 체계 전반의 균열을 경험했고 그에 따라 감정에 관한 사회적 규범과 문학적 형상도 변화되었으리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시를 중심으로 본다면 슬픔의 형질 변화는 좀 더 구체적인 사건들을 계기로 가속화되었다. 규범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던 슬픔의 문학적 재현은 우리 사회에 트라우마로 남은 일련의 참사들을 겪으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용산 참사나 세월호 침몰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시인들은 슬픔을 개인의 운명이나 심리 차원에서 벗어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그리고 나아가 윤리적인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문학사에는 사회적 비극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경우가 없지 않지만 지난 시기의 문학이 참여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저항과 분노를 드러내며 사회·정치적 의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근래의 사건에서 보여준 작가들의 태도는 그것과 달랐다. 그들은 의제를 만들기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광장에 모였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또 기록했다. 작가들은 지금까지도 사고의 현장을 기억의 장소로, 트라우마를 윤리의 명령으로 복원해가는 중이다. ‘세월호’가 문학장에 일으킨 슬픔이라는 동력은 의제나 조건의 일치라는 제약 없이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93쪽)
문예지 혁신이라는 화두는 문예지 운영의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였다. 1인 출판의 등장, 독립 문예지 출간, 온라인 매체의 활성화, 기존 문예지들의 대대적인 재편 등이 모색의 결과들이다. 아울러 문예지 운영의 변화가 초래한 등단과 청탁의 개방성은 앞으로 문예지와 문학장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 문단에 진입하는 제도로 간주된 등단과 등단을 기준으로 하는 청탁은 문예지 진입을 위한 한 쌍의 기준이기 때문에 하나가 약화되면 다른 하나도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비등단 작가들의 문단 진입 현상이나 특별히 등단 제도를 갖추지 않은 장르문학 작가들이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는 현상을 보면 더 이상 등단이 유일한 작가 등용문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등단이라는 제도가 문예지 진입의 결정적 조건이 아니라면 청탁 역시 좀 더 개방적인 다른 방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등단과 청탁이 개방성을 지니게 되면 등단을 관문으로 삼아온 문단이라는 관념도 필연적으로 느슨해질 테고, 이 같은 상황은 문단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재탐색으로 이어지리라 전망해 본다.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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