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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교수신문] 이상일, <브레히트, 서사극, 낯설게 하기 수법 >

by 푸른사상 2020. 6. 16.

세계 연극 거장 브레히트,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


브레히트, 서사극, 낯설게 하기 수법
이상일(성균관대 명예교수) 지음 / 푸른사상

아직 낯선 작가 B. 브레히트, 30년 전부터 재조명 
그의 서사극 핵심…‘두드러짐’ 위한 ‘낯설게 하기’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연출가로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연극 연출에 도입한 인물이다. 독일 극문학과 세계 연극의 거장인 브레히트이지만, 공산권 국가의 작가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그의 작품이 연구되고 공연된 지는 3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브레히트학회 창립 초대회장이자 독문학자인 저자는 브레히트의 생애와 희곡 텍스트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와 서사극 양식 이론을 재조명했다. 

브레히트가 발전시킨 ‘서사극’이라는 이름과 양식, 서사극을 서사극답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 기법은 이른바 이화·소격 효과라는 연극의 일반화된 용어로 알려져 있다. ‘낯설게 하기’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고정관념에 뿌리 박혀 있는 사건이나 인물, 상황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수법이다. 

저자는 브레히트의 젊은 시절부터 망명기, 그리고 만년의 동베를린에서의 생애를 면밀히 보여준다. 또한 대표작 〈주인 푼틸라와 머슴 마티〉를 통해 욕지거리와 거친 표현이 특징인 브레히트 ‘민중극’의 성격과 코스몰로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브레히트의 작품 세계를 초기 작품, 교육극, 중기 작품, 망명기 등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며 브레히트 극문학의 흐름과 양상을 파악한다. 

『파우스트』의 괴테와 시인 릴케를 잘 아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현대 독일의 드라마와 세계 연극의 거장 브레히트의 이름은 아직 낯설 수 있다. 그의 작품과 연극세계가 우리나라에서 해금되어 자유롭게 연구되고 공연된 지 겨우 3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발전시킨 ‘서사극’이라는 이름과 양식, 서사극을 서사극답게 만드는 ‘낯설게 하기’의 테크닉, 이른바 이화·소격 효과(Verfremdungseffekt)는 연극의 일반화된 용어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낯설게 해서 두드러지게 만드는 무대 위의 기법과 효과가 동양 연극에서는 보편적인 테크닉이기 때문일 것이다. 

1920년대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 세대로 기존 문화예술에 도전하고 도발을 서슴지 않던 브레히트는 1930, 40년대 나치스 정권에 쫓기는 유랑의 신세였고 그의 서사극적 작품들은 거의 상연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망명지에서 구동독의 동베를린으로 돌아와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인 브레히트는 전쟁의 폐허에서 겨우 부조리극 등으로 버티던 아리스토텔레스 미학에서 벗어나는 비(非)아리스토텔레스 미학의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공산주의 작가로 낙인찍힌 브레히트는 우리나라에서는 터부시되었다. 다행히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그의 사후 30년 만에 작품 반입과 연극 상연, 그리고 공개적인 연구 발표 등이 해금되었다. 

“서사극은 재미없다는 편견…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 모르기 때문”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감정이입과 카타르시스의 종래 연극에 대해서 깨어 있는 의식, 비판적 자세를 강조하는 서사극은 연극에 몰입해 들어가는 관객의 감정과 의식을 중단시키고 그 흐름을 가로막는다고 설명한다. 그런 까닭에 드라마 작품의 호흡만 끊어지면 그것이 ‘서사극적’이라고 착각하는 아마추어 연출가들에 의해서 서사극이 재미없는 연극 같은 곤욕도 많이 치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즐겁고 재미있는 연극이 되기 위해 낯설게 하기 위한 무대 위의 두드러지기 수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브레히트의 ‘낯설게 하기’를 설명하고 있다. “한낱 기계에 지나지 않는 시계가 이화(異化, verfremdet)되어 낯설어지고 두드러져 보이고 비중이 높아진다. 연필 한 자루를 흔들어도 그것이 지휘봉이 될 수 있고 상대를 찌르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낯설게 만들어서 무대 위에 두드러진 장면을 만들어내어 관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의식을 일깨우느냐가 서사극의 낯설게 하기 수법, 곧 이화 효과가 몰아 올리는 궁극적 목적이다. 

이 서사극의 핵심 테크닉은 연기자들의 저마다 다른 등장으로 낯선 장면이 만들어지지만 제3자인 해설자의 등장으로, 노래로, 가면 등으로 표현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대사를 바꾸는 형식으로, 문장으로 말하면 산문조에서 운문 형식으로, 시를 읊조림으로써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혹은 그 반대로 운문에서 산문조로, 노래가 대사로, 대화 형식에서 노래로 바뀜으로써 낯선 두드러진 장면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환등기를 통한 이미지 형성 같은 영화 기법의 활용도 가능하고 플래카드나 자막 이용으로 연극 진행의 호흡을 바꿀 수도 있다. 극중극의 수용, 전형(典型)의 뒤집힘, 잘 알려진 사실의 인용(引用), 일인다역(一人多役) 등의 다양한 모든 수법들이 전형적인 서사극의 낯설게 하기 테크닉으로 무대를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그렇게 말하면 우리나라 민속극에 친숙한 독자라면 민속극 열두 마당이 줄거리의 전체적 승계 없이, 어떻게 보면 기승전결의 법칙 없는 잡다한 집합체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놀이 연희전승 형식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서사극이라는 것이 우리 체질에 익숙한 이야기 전승 체계라는 데 긍정하기 쉽다. 단지 의식적이냐, 의도적이냐, 그만큼 계산적이냐 하는 차이는 분명히 있다. 대체로 유럽미학이 그리스 이래로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한 서정시(운문), 서사시(이야기 형식-산문), 드라마(연극 양식)의 삼분법으로 전승된 탓으로 우리나라를 위시한 동양권의 미학이 수립되지 못하고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몸의 미학을 전승시켜 나온 전통 예능 위주의 세계에서는 서사극적 수법이라는 낯설게 하기의 두드러짐 연출 수법은 오히려 천연의, 당연한, 자연스러운 기법일 수 있다. 그런 생리가 우리의 체내에 면면히 흐르고 있어서 ‘서사극의 낯설게 하기’ 수법은 음양오행설처럼 큰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51쪽~52쪽) 

이상일 박사, 한국 문화와 현대 최첨단 사조 융합 

저자는 한국브레히트학회 창립 초대 회장이다. 이 책 『브레히트, 서사극, 낯설게 하기 수법』은  〈푸른사상 예술총서 22〉로 출간되었다. 독일 드라마와 세계 연극의 거장이자 서사극의 원조인 브레히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보았고, 서사극 이론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의 평론 방향은 한국 문화의 근간에서 출발하여 현대 최첨단 지식과 사조를 도입, 전파하는 것이다. 브레히트학회 초대회장을 지내고 통섭이론에 매력을 느껴 융복합예술, 컬래버레이션 작업에 편들며 우리 문화예술계에 천재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력 덕분이다. 

최근 들어 퇴임한 각 대학의 명예교수들과 더불어 문화예술멘토원로회의를 주재하며 그들의 전문 지식과 교육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세종문화회관, 충북대학교 박물관대학, 예술의전당 등의 교양강좌 개최에 힘을 쏟고 있다.

 

교수신문, "세계 연극 거장 브레히트,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 2020.06.16

링크 : 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5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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