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인기 교수의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
인간은 무엇으로 정신적 자아를 드러내는 활동을 하는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 없이 어떻게 내 안에 있는 정신을 밖으로 표상할 수 있겠는가.
타자와 관계를 맺고, 공동체와 함께 상관하며 수행하는 언어 활동에서 끝없이 확장되어가는 언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어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인간의 자리에서 살피며 언어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을 볼 때 우리는 ‘언어적 인간’을 이해한다.
또한, 인간의 언어는 그냥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앎의 형성에 작용하고, 앎의 확장에 가담하고, 앎의 전이를 촉진한다. 밖으로 발화된 것만이 언어가 아니다.
그 영토는 넓고 역동적이다. 인간의 존재를 중심에 놓고 언어의 작용을 살필 때 얻을 수 있는 통찰이다. 이 통찰이 우리에게 어떤 실천을 요청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적 언어’이다.
언어와 사람됨의 관계에 관심을 쏟아온 국어교육학자 박인기 교수(전 경인교대)가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의 구체적인 체험과 실제적인 언어 상황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다채롭고 복합적인 언어의 작용과 말살이를 담은 산문이자 교육 담론이다. ‘언어적 인간’을 이해하고 성숙한 ‘인간적 언어’를 실천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한 사람이 성장한다는 것을 사회적 언어 역량으로 해석하면 말살이가 단순하지 않음을 깨우쳐가는 과정이고, 심리적 언어 역량으로 해석하면 말 사용의 묘미를 알고 그 지평을 스스로 넓혀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은 ‘언어의 확장된 작용’을 풍성하게 경험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는 저자는 “학교 교육에서 국어 교사가 담당하는 언어적 역량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기능적인 리터러시(literacy) 학습을 넘어 실제적 말살이의 지평을 볼 수 있는 데에 이르러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삶 전체에 작용하는 말살이의 문제에 가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 속의 한 구절. “‘며칠 더 계시다 가세요’라는 며느리의 말을 시어머니는 ‘비도 올 것 같고, 고추 모종도 옮겨야 해서…’라고 받는다. 모두 빈말이지만 이 빈말은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 ‘미적(美的)인 거리’를 만들어내는 기제다. 빈말의 효용, ‘비어있음’의 가치를 아는 것은 인식론의 고매한 영역이다.” 저자는 말의 작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책은 1부 ‘말의 힘, 마음의 힘’, 2부 ‘언어가 좋이 자라는 곳, 마음의 밭’, 3부 ‘언어와 인성 사이’, 4부 ‘소통의 생태학’, 5부 ‘언어의 추락’으로 구성됐다. 실린 글은 저자가 한 교육저널에 기고했던 내용을 이 책의 기획 의도에 맞게 다듬은 것들이다. 테마가 있는 에세이로 읽는 맛이 감미롭다. 빈말이 아니다. 푸른사상/ 1만 6500원.
에듀프레스, "[신간] 박인기 교수의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 장재훈 기자, 2020.06.04
링크 : http://www.edupress.kr/news/articleView.html?idxno=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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