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에 내몰린 순간 삶 성찰과 의미 발견
본지 신춘문예 당선 송지은 씨, 첫 단편집 ‘푸른 고양이’ 출간
송지은 소설가의 첫 단편집 ‘푸른 고양이’(푸른사상·사진)는 단편소설만이 갖는 리듬감, 압축미와 긴장미, 미감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모음이다.
리듬감, 압축미, 긴장감, 미감, 호흡 등은 형식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런 형식 요소가 어우러져 단편소설이 잘 담아낼 수 있는 메시지(내용 또는 주제의식)를 구현하고 독자에게 발신하느냐 하는 점이 결국엔 관건이 될 텐데, 송지은 작가의 ‘푸른 고양이’는 이런 관점에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매체도, 글도, 정보도, 장르도 다양한 이 시절에 문학 장르 또는 예술 장르로서 단편소설만이 지닌 매력을 이 작품집은 담아냈다.
송 작가는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등단 뒤 창작에 더 열을 올려 눈길을 끈 단편을 꾸준히 발표했고, 지난해 아르코(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 작가로 뽑히는 등 신예 작가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단편집 ‘푸른 고양이’에는 ‘알라의 궁전’ ‘비수구미’ ‘겨울바람’ ‘한 뼘 사이’ 등 7편을 실었다. ‘알라의 궁전’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20대 이주민이 한국의 실험실에서 일하다 섭씨 4도를 유지하는 고장 난 대형 냉장고에 갇힌다. 소설은 그의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삶의 과정)과 지금 중요하게 여기는 것(욕망과 삶의 목적)을 긴박하고 명징하게 보여준다. 갇힌 곤경에서 자기 삶을 CT나 MRI 촬영하듯 통으로 들여다보게 된 청년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겨울바람’ ‘한 뼘 사이’도 갇혔거나 심하게 억압된 존재의 곤경에서 시작해 삶 전체를 응시하게 하는데, 서늘하고 무서운 단편영화를 본 느낌도 준다. 외딴집에 사는 할머니와 삶 속에서 비틀거리는 젊은 여성의 교감을 담은 ‘비수구미’는 아름다운 단편소설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국제신문, "한계에 내몰린 순간 삶 성찰과 의미 발견", 임은정 기자, 2020.05.31
링크 : 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00601.2201801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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