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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간행도서

허윤설 시집, <마지막 버스에서>

by 푸른사상 2019. 12. 20.


분류--문학(시)

마지막 버스에서

허윤설 지음푸른사상 시선 117128×205×8 mm1249,000

ISBN 979-11-308-1488-9 03810 | 2019.12.15



■ 도서 소개

 

세상을 품어주는 시인의 따스한 가족애

 

허윤설 시인의 시집 마지막 버스에서<푸른사상 시선 117>로 출간되었다. 시인이 노래하는 가족애는 작품의 토대이면서 지향점이 되어 자신의 가족 사랑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존재들을 품는다. 인간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을 살려내는 실천 방법인 것이다. 이기적인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사회화에 영향을 끼치는 시인의 가족애는 따스하면서도 의미가 깊다.



■ 시인 소개

 

허윤설(許尹說)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으며 세 개의 이름으로 살고 있다. 고향에서는 초등학교까지 불리던 미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행정 서류에 기록된 영자, 글을 쓸 때는 스스로 선택한 글로 마음을 다스린다는 윤설로 살아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일상의 순간을 글로 담아놓는 걸 좋아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부천의 복사골문학회가 인연이 되어 문학 공부를 하게 되었다. 월간 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부천지부 회원이다. 2019년 부천시 문화예술발전기금을 수혜 받았다. (E-mail : cdghyj89@hanmail.net)


 

■ 목차

 

시인의 말

 

1

빈대떡 / 초년생 / 바닥 소리 / 입맛 / 술집으로 간 북어 / 간고등어 / 물귀신 / 멱목(幎目) / / 은행나무 잎을 잃다 / 살구나무 / 양파 / 갯바위 / 봄을 들이다 / 무당수

 

2

등뼈 / 하트 / 노을 / 아버지의 저녁 / / 다시 듣다 / 가뭄 1 / 가뭄 2 / 눈물을 자르는 딸 / 닭 울음소리 / 올가미 / 마늘밭 / 숨바꼭질 / 바람의 길 / 당나귀 기침 / 구만동 76번지 / 의자 / / 어머니를 갉아먹다

 

3

61 / 도시에서 산다는 건 / 초저녁 / 마지막 버스에서 / 새 벽 / 겨울밤 하늘 강 / 처서 / 공구 상가 거리에서 / 소금꽃 / 호수 / 가불하고 싶다 / 그대, 안부를 묻다 / 월동 / 백열등 / 가을이 둥글다

 

4

장미 / 파랑이 / 돌아오지 않는 바다 / 고물 / 주꾸미 / 서러운 이름 / 유모차가 불안하다 / 구만이 / 그 장이 좋다 / 뒤통수가 뜨겁다 / 학교 가는 길 / 푸른 것들에 대한 기억 / 옹벽에 터를 잡다 / 하마종 오다 / 그날

 

작품 해설가족애의 시학 - 맹문재

 


■ 시인의 말

 

걷다 보니 봄이 오고 겨울이다.

계절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 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같은 듯 다른 계절을 가다가

만나는 다양한 시(), 원석이다.

아직은 시를 다듬는 게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하기에 내 이름을 입혀 세상에 내놓는다.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시들도 다시 손을 봐 묶었다.

그동안 응원하고 지지해준 가족들과 도움 주신 부천작가 선생님들

그리고 바쁜 중에도 뒤표지글을 써주신 오인태 선생님과 다시 동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추천의 글

 

싹이 나고, 자라 줄기가 되고, 그 줄기에 꽃망울이 많이 맺힐수록제 몸은 더욱 비워져 구멍이 숭숭 뚫리는 , 시인의 시선은 대견하게도 꽃이 아니라 싹에도, 줄기에도, 꽃에도 갉아먹히는무의 몸통에 닿아 있다. 어쩌면 이와 같을 누구나의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당숙, 숙모……, 급기야 흙도 없는 곳에 웅크린몸통을 갉아먹고 살던 그 자식들은 어머니가 무쇠라던 몸 휘어져/땅을 입에 물고” “마지막 가는 날까지 밥그릇을 () 비워낸다. 시인의 시는 이렇듯 사뭇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아프면서도 어느 순간 가슴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특별한 결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이미 자기만의 농익은 언어로 시의 한 경지를 이루어낸 듯하다

오인태(시인)



■ 작품 세계

  

허윤설 시인의 가족애는 이기적인 가족 사랑이 아니라 인간 가치가 점점 훼손되고 있는 이 자본주의 시대를 극복하는 구체적이고 연대적인 사랑이다.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는 일과 다른 가족을 사랑하는 일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따라서 가족애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요구되는 역할을 감당한다. 사회와 문화로부터 영향 받고 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가치가 철저히 지배하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족애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가족이란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드는가라는 질문에 같은 피로 맺어진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대답한 한국 사람들의 경우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고, 성인이 된 자식이 진 부채에 대해 부모가 갚아주어야 한다고 응답한 경우도 그러하다. 부부가 이혼을 원해도 자녀의 장래를 생각해서 그냥 사는 것이 좋다고 표명한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한국의 가족 관계는 점점 와해되고 있다. 혼자서 생계를 책임지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미혼 및 이혼이 높아지고, 독거노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있는 가족도 직장 문제나 자녀 교육 문제로 주말 부부 내지 기러기 가족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원만한 가족관계를 이루기가 힘들다. 노동 시장의 불안과 장시간 노동도 친밀한 가족관계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허윤설 시인이 추구하는 가족애는 주목된다. 가족 사랑이야말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들을 살려낼 수 있는 궁극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이기에 공감되는 것이다. 가족애는 감정적이거나 요행으로 추구하는 사랑이 아니라 꾸준하게 실천하는 사랑이다. 이기적인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사회화에 영향을 끼쳐 사회 통합의 규범이 되는 것이다.

맹문재(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중에서



■ 시집 속으로

  

마지막 버스에서

 

수원에서 부천 오는 마지막 버스

터미널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자의 고개가 스르르 내 어깨에 넘어져

밀어내기 몇 번 해도 제자리다

 

십 년 넘게 이 길을 출퇴근했던

남편 생각에 얌전하게 어깨를 내주자

한 남자 삶의 무게가 전해진다

가장으로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했으면

낯선 여자 어깨에서 세상모른 채 단잠을 잘까

움켜잡은 빵 봉지 놓치지 않는 집념

날마다 저렇게 하루를 붙잡았을 것이다

 

코까지 골던 남자 터미널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 도리질로 잠을 털고

나는 어깨의 가벼움을 느끼며

자는 척 두 눈을 살짝 감았다

 

 

어머니를 갉아먹다

 

투박한 감나무 잎 사이로

옹기종기 매달린 풋감들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

나뭇가지 땅으로 향했다

 

해진 수건 머리에 쓰고

비탈밭에 매달리던 어머니

호미질 단내 나도록 뜨겁던 날들

무쇠라던 몸 휘어져

땅을 입에 물었다

 

점점 야위어가는 몸에

옹이처럼 암 덩이 자리 잡아

움켜잡은 배 놓지 못하고 마지막 가는 날도

내리 낳은 딸들은 밥그릇을 비워냈다

 

평생 어머니를 갉아먹었다.

 

 

공구 상가 거리에서

 

공구 상가 거리에 가면

이름 모르는 부속품과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는 물건들 속에

한 남자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들고자

마음은 쉬지 않았고

생각은 수첩 속에 쌓여만 갔다

 

틈만 나면 이 거리를 돌아다니다

돌아올 땐 부품 몇 개 희망을 들고 왔지만

얇은 지갑에 마음 놓고 꿈은 펼쳐보지도 못했다

 

해줄 게 없다며 의사도 포기한 몸

땅이 꺼지게 미련을 버렸고

진한 아쉬움이 작은 부품에 떨어졌다

 

이것 하나도 몇만 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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