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상처에게 '토닥토닥' |
■ 화제의 책, 송하선 시집‘아픔이 아픔에게’ 등단40년… 시민의 삶 고스란히 시어에 |
‘송하선시인은 마침내 자연과 삶과 죽음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현자(賢者)의 세계에 이르러 있음을 넉넉하게 알려주고 있다.(홍기삼 문학평론가, 전 동국대 총장)’
‘단아한 시어와 친숙한 농경의 정서로 직조된 그 부드러운 시의 천을 몸에 감으면, 객고에 지친 육신이 위로를 받곤 한다.(윤흥길, 소설가, 한서대 교수)’
‘미당은 송하선 시인의 선각이다. 송하선 시인은 여러모로 시의 계보학에서 미당의 정신적 직계이다.(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이어받았다는 평을 받는 송하선 시인(우석대학교 명예교수)이 시선집 ‘아픔이 아픔에게(푸른사상, 값 1만1,000원)’를 펴냈다.
이번 시선집은 등단 40년, 시(詩), 서(書), 학문(學問)을 넘나드는 ‘늙은 소년’ 송하선 시인의 해맑고 예지어린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어들로 촘촘하다.
시인은 197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40여년 간 시와 글, 학문을 넘나들었던 시인의 시선집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이 시대의 우리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며, 그것은 곧 위로와 격려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고 말한다. 그런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굴 모르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듯’ 이 시집을 정리했다.
수록된 시들은 겨울나무, 매미, 신록, 연꽃 등 자연물과 가족, 이웃 등 일상적이고 소박한 풍경들을 노래하며 전통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다.
그 속에는 일흔 다섯에 접어든 시인의 여유와 삶에 대한 철학이 묻어난다. 한 구절씩 읽어나가다 보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상처받았던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는 것을 느끼게 될 터이다.
시력(詩歷) 마흔 해를 거뜬히 넘기는 송하선 시인의 시세계는 소월 김정식으로부터 미당 서정주, 박재삼으로 이어지는 전통 서정시의 계보에 속한다.
송하선의 시는 한때 우리 시단을 휩쓸었던 민중시나 해체시, 생태시가 아닌 ‘나’의 개체적 삶의 경험에서 길어내는 소박하고 조촐한 서정시의 세계이다. 그런 개체의 경험 중에서도 숭고하고 장엄한 것보다는 자연이나 가족, 이웃, 나날이 일상과의 교섭에서 이루어지는 하찮고 사적인 경험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저녁놀 진 서편 하늘을 날아가는 한 떼의 새를 바라보며 느낀 감회를 적고 있는 ‘새떼들이 가고 있네’의 시편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날아가는 새들을 보고 “그들은 집이 온전히 남아 있는지/가족들은 무사히 잘 있는지/어떻게 되었는지/모르는 채/가물가물 찾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일상 속에 잠재된 불확실성과 위험들에 대한 걱정을 적음으로써 간접적으로 태평스럽지 못한 세월을 건너온 시인의 삶을 엿보게 한다.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등단 40년, 시, 서, 학문을 넘나든 송하선 문학의 결정체로 황혼을 바라보는 ‘늙은 소년’의 해맑은 예지의 시편들로 가득차 있다”며 “시인은 유리창에 성에가 끼고 햇빛이 따뜻한 겨울 한낮에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지나온 생을 반추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1938년 김제에서 태어나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대학원 등을 졸업했고,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 1980년 우석대 교수로 부임한 후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다시 長江처럼’, ‘겨울풀’, ‘안개 속에서’, ‘강을 건너는 법’,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새떼들이 가고 있네’, ‘그대 가슴에 풍금처럼 울릴 수 있다면’, 저서로 ‘詩人과 眞實’, ‘韓國 現代詩 理解’, ‘中國 思想의 根源’(공역), ‘未堂 徐廷柱 硏究’, ‘한국 현대시 이해와 감상’ , ‘시인과의 진정한 만남’, ‘한국 명시 해설’ , ‘서정주 예술 언어’ , ‘夕汀 詩 다시 읽기’,
‘시적 담론과 평설’, ‘송하선 문학 앨범’, ‘未堂 評傳’ 등이 있다.
전북문화상, 전북 대상(학술상), 풍남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백자예술상, 목정문화상,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새전북신문 2012년 12월 4일 /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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