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얼굴, 잘 모르겠네
이복자 지음|128×205×10 mm|158쪽|9,000원
ISBN 979-11-308-1459-9 03810 | 2019.9.30
■ 도서 소개
유년 시절의 향수에서 빚어낸 시편
이복자 시인의 시집 『얼굴, 잘 모르겠네』가 <푸른사상 시선 110>으로 출간되었다. 아동문학가인 이복자 시인의 맑고 순수한 동심이 담겨 있는 시집이다. 가족에 대한 향수와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아를 성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시인 소개
이복자 李福子
195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하여 동화 「내가 지은 밥」으로 강원일보 최우수상을 받았다. 1994년 『아동문학연구』에 동시로, 1997년 『시마을』에 시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으로 『참나무가 나에게』 외 5권, 시집으로 『그가 내 시를 읽는다』 『몽땅 비거나 달라지거나 말거나』 『배꼽에 다시 탯줄 세우고』 등 6권, 동요곡집으로 『콩닥콩닥 두근두근』 등이 있다. 한정동아동문학상, 김기림문학상, 2019 KBS 창작동요제 최우수노랫말상 등을 수상했다. 36년간의 교직에서 명예퇴직한 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하고, 아태문인협회 부이사장, 강남시문학회 회원, 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동요 <새짝궁> 외 4곡이 초·중등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E-mail : leebok2200@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여울 / 봄날 / 진미(眞美) / 견훤 아버지, 사랑 울음 / 호수 단상 1 / 호수 단상 2 / 호수 단상 3 / 보리 굴비 / 중앙선 너머 / 간이역 / 제주도 환상 / 낭만 단편 1 / 낭만 단편 2 / 낭만 단편 3 / 달, 강물, 연인, 그리고 / 가을 구름
제2부
제주 서우봉 길 / 뿅뿅다리의 진리 / 응달 / 구두 / 소리 속의 나는 / 크는 사막 / 흉터 / 존재의 이유 16 / 남을 것도 없는 / 장마는 지금도 / 산다, 우주에서 / 꿈 / 타조 / 마네킹, 너 나 봤지 / 살, 속의 것들과 / 칡넝쿨 / 빛의 차이
제3부
삼나무 숲 / 자목련 / 능소화 / 삽시도의 귀 / 질경이 / 여름 장미 / 4월, 제주 가파도 / 숲 / 큰 느티나무 그늘 / 봄날, 시 도둑 / 하늘 높은 날에 / 몽돌이 좋더라 / 파도, 헐벗는 / 개구리가 없어
제4부
먼지 때문에 / 난민 고무보트 / 백두산 이무기 / 인사동 인공지능 / 새벽 단상 1 / 새벽 단상 2 / 대만은 나를 돌아가라 하고 / 북경은 나를 또 오라 하고 / 자작나무 사다리 / 맛있는 비빔밥을 위하여 / 비엔나 커피 / 자장면 / 다초점 안경 / 속도의 터널
제5부
감나무집 딸 / 하얀 까마귀, 어머니 / 수숫대 빗자루 / 흑백 사진 한 장 / 옥수수 효자손 / 새로 생긴 비문증 / 고향, 태풍 눈 같은 / 아흔아홉 우리 엄마 / 큰언니 / 작은언니 / 꿈에 엄마가 왔다 1 / 꿈에 엄마가 왔다 2 / 얼굴, 잘 모르겠네 / 인생 건강검진 / 그럴싸한 통화
■ 세계를 조율하는 균형 감각과 사랑의 정서 - 송기한
■ 시인의 말
올해 들어 빛길이 열렸다
일이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축복이요 행운이다
뜻밖의 좋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
설렌다 떨린다 벅차다
詩
빛을 받았다
賞을 받고, 시집(詩集)갈 운이 트였다
늦장가 가는 아들의 신부가
엄마라고 부르며 다가온 기쁨
후로 이어지는 잔잔한 감동
우리 새아가, 복덩이가 만들어내는 힘 같다
무엇이든 주고 싶은 마음이다
시를 읽을 줄 알고 이야기하는 예비 문학인
아들과 예쁘게 가정을 꾸려갈 새아가 손에
시엄마의 일곱 번째 시집을 쥐어주고 싶다
새 시집을 맞는 기쁨
하나님께 감사하고 푸른사상사에 감사하다
■ 작품세계
이복자 시인은 동심지향적 시인이다. 시인은 동화, 동시를 창작하고 또, 아동문학을 연구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 지향하는 작품 세계 역시 동화의 세계처럼 맑고 순수하다. 그런데 이런 지향성들은 과거의 한순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계속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 시인은 다른 어떤 시인보다도 동화적 삶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복자 시인이 동시 계열의 작품을 계속 창작해왔다고 해서 서정시인으로서의 길이나 서정시에 대해서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그가 내 시를 읽는다』를 비롯해서 여러 권의 시집을 이미 상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양식적 특성이 다양하게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그 지향하는 바가 장르별로 크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인 불화의 정서는 어느 장르에서나 유효한 까닭이다. 그러나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인 간극은 동화적 세계에서는 무척이나 좁지만 그 간극은 서정시의 경우보다 넓고 큰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인이 동화적 세계에 꾸준히 머물러 있었고, 그 기조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면, 시인이 펼쳐 보이는 서정시의 세계와 이동화적 삶의 세계가 불연속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이복자 시인의 자아 성찰은 존재론적 완성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꿈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시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몽적, 교훈적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철학적 함의라든가 형이상학적 사유의 깊이에까지 굳이 들어가지 않고 실존과 자아의 문제에 대해 사색하고자 한다. 이런 윤리성이 동화적 세계와 분리할 수없는 것이거니와 시인의 시들은 이렇게 맑고 투명한 관계 속에서 자아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송기한(시인)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미 여러 문학상을 받은 시인! 정겨운 말 꽃으로 펼쳐놓은 시인의 시는 기억에 남았다. 은하수처럼 빤짝이는 시편들은 독자를 편안하게 하고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 부르며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우리말을 아껴 쓰는 시인의 고운 시향기가 널리 퍼져서 독자들의 맘을 흠뻑 적셔주시길 기대한다.
—허홍구(시인)
이복자 시인은 삶이 거미줄처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이어짐과 얽힘임을 시로 들려준다. 날마다 그리워하는 잦은 여행도 그러하며, 여행지의 행복이 일상으로 지속되기를 꿈꾼다. ‘눈물로 기다리는 사랑’과 난민에 대한 연민도 있으며, 예술을 즐기면서 자신을 액자화하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싫은 소리를 경계하기도 한다.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긍정과 낙관의 삶도 배음으로 울려온다.
― 백우선(시인)
■ 시집 속으로
얼굴, 잘 모르겠네
‘얼굴’ 시를 쓴다고
고민하다 잠이 들었다
산을 오르며
나를 하나씩 하나씩 떨어뜨려놓았다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다보니
적막하고 아득한 곳에 나는 하나다
문득 두려워
되돌아 떨어뜨려놓은 나를 찾으려는데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눈앞이 캄캄, 보이지 않고
눈 코 입 찾는데
내 얼굴을 더듬어본 적 없어 못 찾는 바보
손바닥에 피식 웃음 박힌다
자신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진리에 갇혀 지금까지 난 자유였네
달덩이를 닮았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 얼굴
산을 다 내려오도록 찾지
흑백 사진 한 장
― 엄마의 마지막 소풍
키 작고 예쁜 울 엄마가
고운 한복 입고 경포 솔밭으로 소풍 오셨다
하얀 고무신 신고 치마꼬리 밟힐세라 장둥띠* 매시고
찐 고구마, 삶은 밤, 침감*, 찐빵 담긴
양푼을 머리에 이고 오셨다
엄마를 눈에 넣느라 뒤에 수건 온 것도 몰랐다
잡혀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오로지 엄마만 보고 노래를 불렀다
수건돌리기 게임 끝나자 돌아서서
치마꼬리 들고 속치마 들추고 고쟁이 주머니 옷핀 빼고
꼭꼭 접은 십 원짜리 꺼내
삼각형 빨간 주스 사주시고
풍선도 사주시고
6학년 마지막 소풍
뒷줄 가운데 가르마 선명한 쪽머리 우리 엄마 있고
앞줄에 쪼그리고 웃는 내가 있는
딱 한 장
흑백 사진 속의 그날
그럴싸한 통화
― 나에게
잘 새겨들어
지나고 보면 하루가 그저 그런 날들인데
비우며 살자 이거야
가만 있으면 좋을 걸 아는 척한 것이 부끄럽고
져도 좋은 걸 이기면 나중이 우습고
잘난 척하지 말자 이거야
꽃을 피워 봄을 노래하고
몸부림으로 여름 땀 빼고
콧대 높여 가을을 뽐내도
정열 다 쏟아낸 후 오는 겨울은 쓸쓸한 거야
저 봐, 뒹구는 낙엽이 인생을 다 말하잖아
추락하는 존재라도 이유는 있어
선악의 공적은 어딘가에 저장되는 법
부서지는 몸으로 홀연 떠나는 낙엽이 쓸쓸해도
겸손은 참으로 아름다운걸
욕심은 추하고 용서는 아름답대
잘 새겨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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