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시의 서정성과 역사성
분류-국문학, 작가론
구혜숙 지음|한국문학연구총서 55|160×234×25mm|320쪽
26,000원|979-11-308-1455-1 93800 | 2019.9.12.
■ 도서 소개
소외된 목소리, 사라져간 풍경,
잃어버린 시간, 짓밟힌 삶을 증언해온 시인 이시영
시인 이시영의 시세계를 조명한 『이시영 시인의 서정성과 역사성』이 푸른사상의 <현대문학연구총서 55>로 출간되었다. 이시영 시세계의 특징에 주목하여 시인이 온몸으로 살아낸 시대와 그의 시적 변모 양상을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장 시인 이시영의 의미
1. 왜 이시영인가?
2. 이시영에 이르기까지의 시문학사적 검토
3. 이시영 시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문제제기
4.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제2장 이시영의 삶과 그의 시 정신
1. 이시영의 전기적 사실
2. 초기:시적 토대로서의 원체험과 서정
3. 중기:현실인식의 시적 형상화
4. 후기:현실인식의 확대와 심화
제3장 시세계의 양상과 특징
1. 서정의 지향
1) 서정의 본질
2) 기억과 체험의 서정적 형상화
3) 사회인식의 신서정화
2. 현실인식의 심화
1) 현실인식의 표현 양상
2) 현실인식의 표면화
3) 현실인식의 내면화
3. 범우주적 초월의식
1) 생명에 대한 외경심
2) 범우주적 세계 지향
3) 자아 초월과 인간애
제4장 결론
■ 참고문헌
■ 이시영 연보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구혜숙(具惠淑)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에서 『김수복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같은 대학교에서 『이시영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궁평항 근처 바닷가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시를 쓰고 있다.
■ 출판사 리뷰
『이시영 시인의 서정성과 역사성』은 오늘의 혼란한 현실에 던지는 묵직하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학이 자신의 역사적, 사회적 임무를 하고 있는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50년 동안 시와 함께 한국 현대사를 살아온 시인 이시영의 시세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저서이다. 시인 이시영은 참여와 저항이라는 정치 문학 운동의 최전선에 늘 서 있으면서 저항과 변혁의 정신을 섬세한 언어와 서정성을 바탕으로 미학적으로 형상해왔다. 저자는 이시영이라는 한 시인의 탄생으로부터 그의 시세계의 변모 양상과 그 특징을 살펴보며 그의 문학적 도정에서 정치의식과 문학의 본질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져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로써 이시영이 한국문학사에서 어떤 좌표에 서 있는지 분명히 해주고 있다.
시인 이시영은 시인의 미학과 시민의 정치학을 동시에 그의 작품에서 구현하고 있다. 그는 서정성을 통해 생명 가득한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고, 정치성을 통해 그러한 공존과 평화의 세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시영의 시세계에 대한 이해는 문학의 역사성과 시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한 인식을 제공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은 이 저서를 통해 시의 미학과 정치적 행동의 차원에 새롭게 눈 뜨게 될 것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시영은 첫 시집 『만월』에서부터 제14시집 『하동』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자들을 위한 민주적 평등 의식이 내포된 시의 정치성을 내세우면서도 시성(詩性), 즉 서정성을 놓지 않은 시인이기도 하다. 시의 표현이 요구하는 본령에 충실하면서도 그 목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시영 시의 서정성과 역사성』은 이시영 시세계의 특징에 주목하여 시인이 온몸으로 살아낸 시대와 그의 시적 변모 양상을 들여다본 글이다. 특히 독재와 자본에 대항하는 정치성을 어떻게 시로 형상화해내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살폈다. 시의 정치성과 시성이 갈등 및 대립, 길항하며 긴장된 시세계를 펼치는 양상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후 상론(詳論)하겠지만, 이시영의 시세계는 초기부터 서정적 미학과 현실의식 간의 긴장 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다. 유년기의 원체험, 자연과의 동화에서 오는 서정성과 근현대사의 폭압적 정치현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승화시켜 시대적 양심을 발언하는 동시에 시적으로도 우뚝 선 시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고향이라는 원체험에서 비롯된 서정성은 시인의 올바른 정치의식을 미학적으로 제련해온 노력의 과정이자 결과물이다.
이시영의 시세계는 소외된 자들, 사라져간 풍경, 잃어버린 시간, 짓밟힌 삶에 대한 증언으로 일관해왔다. 우리 사회가 겪어온 당대 역사 현실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부터, 파괴되는 생명과 자연, 세계의 모든 폭력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까지를 아우른다. 이 과정에서 이시영의 시가 가진 서정성과 정치성은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적 진실을 구성하고 있으며, 또한 이는 내면 응시의 서정을 바탕으로 한 역사의식과 예술의식의 조화로서 구현되고 있다. 이는 더 큰 우주적 공동체로서 공존과 상생에 도달하려는 의지로 이어진다.
이시영은 후기시로 올수록 현실의 비극적 풍경에 대한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다. 이는 세계의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는 증언으로 작동한다. 수많은 폭력의 양상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보편적 양심과 진실에 기대는 시적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는 보수적 시의 형식 파괴인 동시에 시의 내면이 현실과 만나는 지점을 확고히 마련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일종의 ‘전복(顚覆)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상처 입은 시대에 대한 문학적 위로인 동시에 정치적 의지와 상상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문학이 당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혁명적 정치의식과 미학적 의지를 어떻게 하나로 엮어낼 것인가에 대한 과제 또한 그의 시에 녹아 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의지는 인간, 자연, 역사가 강렬하게 연대되어 생명의 근거를 이루는 지점을 치열하게 확보한다. 그의 시는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기득권의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며, 그 싸움을 통해 정치성과 생명의 미학을 합일시킨다. 이시영의 시는 반생명적, 반인륜적인 모든 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의 기록인 것이다.
■ 책 속으로
따라서 이시영의 시에서 ‘정치’의 의미는 현실정치의 범주를 훌쩍 넘어서 시적인 것으로 확장된다. 그의 시를 현실정치 차원에서만 보려 한다면 그의 시가 가지는 정치성의 근원적 함의는 왜소화되고, 그의 시가 가닿고자 하는 궁극적인 지평 역시 그 의미가 축소되고 만다. 그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발화해온 ‘정치’는 인간의 본질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질서를 추구하는 구체적 삶의 실천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의 시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의 표면이 아닌, 참된 정치의 본질을 읽어내고 그것의 회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18쪽)
생명의 절대적인 가치를 내면화한 이시영은 자연의 생명이 유린되는 폭력적 현실 앞에서 강한 내면의 힘으로써 맞서 왔다. 늘 깨어 있는 지성으로서 사회적 발언을 지속해온 것이 그 싸움의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의 깊은 서정과 현실 인식은 그의 시선을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곳으로 향하게 했으며, 더 나아가 지구촌 각지의 생명과 평화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폭을 쉬지 않고 넓히게 했다. 그 각고의 노력은 마치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가는 ‘시인 나귀’의 모습이다. 이시영은 김남주가 등에 지고 가던 짐을 자기 등에 옮겨 묵묵히 지고 온 것이다. 이시영의 문학은 역사와 정치 그리고 근원적 생명의 현장을 갈망하는 서정이 합일하는 조화를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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