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촛불을 든 아들에게
김창규 지음|푸른사상 시선 109|128×205×8 mm|176쪽|9,000원
ISBN 979-11-308-1405-6 03810 | 2019.9.28
■ 도서 소개
민주와 통일을 기리는 백두까지의 여정
김창규 시인의 시집 『촛불을 든 아들』이 <푸른사상 시선 109>로 출간되었다. 5·18 광주민주항쟁 국가유공자인 김창규 시인은 남북의 분단과 제주 4·3사건을 비롯하여 백두부터 한라까지 한반도의 역사적 현장에 함께하며 그에 얽힌 애환을 시작품 속에 녹여냈다. 촛불시위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 시대의 희망도 노래하고 있다.
■ 시인 소개
김창규 金昌圭
1984년 『분단시대』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16인 신작 시집 『그대가 밟고 가는 모든 길 위에』(창작과비평사)에 5편의 시를 발표했다. 시집으로 『푸른 벌판』 『그대 진달래꽃 가슴속 깊이 물들면』 『슬픔을 감추고』가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충북작가회의 회장을 지냈다. 2005년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평양, 백두산, 묘향산 대회에 참여하였다. 현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나눔교회 담임목사이다. (E-mail : gyu33@hanmail.net)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눈물 / 마리아 / 나의 사랑 나의 여자여 / 제주의 별 / 별이 된 14연대 병사들의 뼈 / 노동자 / 1번 국도 / 진달래꽃 / 노무현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며 / 통일의 벗 / 박근혜 없는 봄 / 겨레의 등불을 켜기 위해
제2부
누님을 기다리며 / 나무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 자화상 /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 / 차를 두 손으로 올려 마실 때 / 백두산 정상에서 / 첫눈 / 겨울밤 / 보리밥집 / 광주 가는 길 / 최후의 심판
제3부
밀양의 그녀 / 남원 바다의 별 / 눈이 내리네 / 유신의 추억 / 4·3의 별과 꽃 / 임진강 / 제주 여자 / 카트만두의 붉은 꽃 / 성판악 별보기 / 저녁에 피는 꽃 / 애월 / 빛나는 졸업장 / 트라우마
제4부
어떤 결혼 / 가난한 당신 / 낙엽 / 봄날의 기차 / 재즈를 듣다 / 상사화 / 발을 닦으며 / 고난 또 고난 / 저항의 길목에서 / 체험 / 빨갱이 아들 / 바람이 분다 / 봄바람 / 화순 가는 길 / 촛불을 든 아들에게
제5부
2학년 7반 / 현봉선 / 술을 마시며 / 마지막 말 / 흑백사진 / 봄 숲을 보다 / 침대 / 이별의 봄 / 봄을 위한 노래 / 종착역 / 진에게 / 돌담 밑에 핀 꽃 / 배롱 반갑다 / 김복동 할머니 / 어둔 세상의 다리 / 시가 떠올랐다
■ 작품 해설:역사 속에서 문을 열어가는 시 - 김준태
■ 시인의 말
병원에서 죽는다고 했다.
죽음의 하얀 시트를 덮었을 때
서편에 떠가는 흰 구름을 보았다.
별들이 수없이 눈물을 뿌리는
저세상으로 가는 강을 건널 때
배에서 떨어져 내렸다.
민중신학을 배우고 한의 사제가 되었다.
그 길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였고
악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군부독재와 불의에 정면으로 대결하였다.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과 같이 울었고
하나님은 민중 속에 계셨다.
5·18광주민중항쟁 폭풍우 속에 모진 경험을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에서
독재와 맞서 싸운 해직 교수와
제적 대학생들의 신학교에서
목사가 되었고 시인이 되었다.
바람이 분다.
물가에 심은 나무들이
꽃을 피운다.
■ 작품세계
목사이면서 시인인 김창규의 시를 조금씩 옥타브를 넣어가면서 소리를 내어 읽는다. 내 경우는 시를 만드는 시(poem=making)보다는 노래하는 시(verse=sing)에 더 신뢰한다. 동서고금 이래로 시는 소리,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음악성과 회화성을 동시에 지닌 시에 애정을 보낸다. 이와 함께 시가 당대의 현실을 비껴가지 않으면서 때로는 선언(manifest)적 목소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시의 사회적 역사적 소명과 역할에 의미를 더 부여한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려는 시인 김창규 목사는 그런 생각으로 오늘날까지 시를 쓰고 시를 노래하여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그의 시와 행동은 그렇게 항상 바늘에 실처럼 따라다니면서 사람들의(독자들의) 마음을 꿰매어준다.
(중략)
김창규 시인은 몸이 성하지 않다. 그는 언제 어디에서나 절뚝절뚝 걷는다. 1970년대부터 보여준 기독교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5·18광주항쟁과 이력 등이 그의 오늘의 몸을 말해준다.그는 한때 심한 간질환으로 사경을 헤맨 바 있다. 추측이 아니라 확신컨대 그는 잦은 구류·구속 생활과 특히 1980년 5월 광주항쟁으로 감옥을 살면서 얻은 고문과 구타로 몸과 거동이 자유스럽지 못한 것으로 안다. 속칭‘ 안짱다리’가 되어 절뚝절뚝 걸으면서도 그는 쉬거나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그가 사는 청주와 충청도는 물론 서울이고 부산이고 광주, 울산, 제주, 여수 등 이른바‘ 현장(?)’으로 뛰어가서 기도하고 주먹을 쥔다. 사람들이 고통 받는 곳에 그의(혹은 우리의‘) 하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김준태(시인)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해마다 오월이면 시인 김창규는 광주에 온다. 1980년 5월 이후 단 한차례를 빠지지 않고 40년을 광주 망월동에 온 유일한 사람이다. 그 자신이 5·18 광주민주항쟁 국가유공자이기도 하지만 그는 광주에 올 때면 한 시대를 겪어온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한 시대의 진실을 증언하는 혁명의 시인으로서 온다. 이번 그의 시집은 백두산과 광주의 5월과 제주의 4·3 그리고 10월의 여수·순천 등 역사적 현장에서 발로 쓴 시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광화문 광장, 세월호와 성주 소성리, 고공철탑 등 숭고한 싸움의 자리에서 쓴 통곡의 기록이다. 세상의 절규 같은 그의 시 앞에서 어떤 수사와 서정이 필요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어디 내 사랑만한 꽃이 있으랴” 하는 순정이 있어서 좋고“ 어둠 저편에서 등불을 켜고/기쁘게 마중하는” 긍정의 힘을 가지고 있다. 촛불광장에서 보았던 그의 결연한 모습처럼 그의 시는 절망과 진혼을 넘어 민족통일을 위한 희망과 미래를 향하여 아픈 다리를 끌며 뚜벅뚜벅 가고 있다.
― 나종영(시인)
시를 잘 쓰기보다는 시를 쓰는 마음으로 혼탁한 세상을 밝히는 밑불로 자신의 뼈와 살을 내놓으며 살아온 목사. 젊은 날 독재에 저항하다 모진 고문을 당해 후유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어둡고 고난에 찬 거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 얹고 다니는 거리의 시인. 그의 시는 벽보였고, 성명서였고, 아버지의 흰 옷자락이었고, 어머니의 탄식이었고, 성모마리아의 눈물이었다. 이 시집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지치지 않고 걸어 다니며 민주와 통일을 염원해온 그의 흔적들이다.
― 이인휘(소설가)
■ 시집 속으로
촛불을 든 아들에게
촛불을 든 아들에게
너와 함께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밤을 새웠던 그날 정말 아름다웠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모두가 하나였지
김밥도 나누어 먹고 떡도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웃었지
커피를 끓여내는 사람도 있었고
바나나와 오이를 내놓으며
컵라면을 내미는 착한 마음들 있었다
명박산성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밤새워 촛불을 밝히며 노래 불렀지
아침이슬 내릴 때까지 별을 바라보며
제주 여수 순천 광주 대구 부산 대전 수원 청주 강릉
모든 촛불이 모여들어 백만 송이 장미꽃 향기 뽐내며
5월에서 6월의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지
그날이 바로 오늘이야
촛불을 다시 들고 외치지 않으면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이 분노, 이 혁명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대기업의 하수인
돈 벌러 가야 하는 알바 생산의 지름길이야
학생이 무슨 돈을 벌어
아버지는 촛불을 든 너의 손에서 희망을 본다
장하구나 아들아 정말 장하다
나도 오늘 밤 촛불을 밝히러 가마
할 말은 이것이야 아들아 사랑한다
통일의 벗
통일의 벗
내가 평양의 봉수교회에 앉아 있을 때
하나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 형제를 자신의 몸같이 생각하라
문익환 선생님을 아신다고
그분에 대해서 말해보시오
십자가 언덕을 오르는 고난의 종
한반도의 평화의 사도
아, 맞습네다
내가 백두산에서
조국 땅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너는 이 땅을 사랑하느냐 물었다
저 드넓은 개마고원 삼천리 금수강산
무슨 말이 필요하랴
광활한 북만주 벌판 제국주의와의 투쟁
빛나는 청산리와 백두산 전투
아,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통일의 벗, 문익환 선생이여
그대는 잘 있는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지만
모란공원에 모란꽃이 붉게 피는 날
대동강 모란봉의 사랑도 영원하리라
나의 사랑하는 벗
바람이 분다
바람의 속은 늘 비어 있었다
빈 바람을 채우는 것은 고독이었다
그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고
꽃을 피웠다
불붙은 꽃잎은 바람에 날리었고
물에 떨어져 흘러갔지만
바람은 만나는 마른 나뭇가지마다
눈물을 주었고
붉은 꽃이 피어났다
꽃 피는 날 광장은 비어 있었다
붐비던 사람들이 떠나고 난 빈자리에
꽃잎이 바람을 불러 세웠다
멈추어 선 바람은 강을 바라보았다
흘러가는 강물이 발을 멈추었다
바람은 세게 출렁이며 그 속에서
고독한 사람들에게 들릴 듯 말 듯
봄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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