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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간행도서

강진주 <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 - 김남주, 신대철의 시세계>

by 푸른사상 2019. 6. 25.


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


강진주 지음|현대문학연구총서 54|160×232×23 mm(하드커버)|320쪽
25,000원|979-11-308-1440-7 | 2019.6.25


■ 도서 소개


대지의 상상력으로 읽는 김남주와
극지의 상상력으로 읽는 신대철


강진주의 『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김남주, 신대철의 시세계』가 푸른사상의 <현대문학 연구총서 54>로 출간되었다. 1970년대 한국 현대시단을 대표하는 저항시인 김남주와 자연시인 신대철의 시를 상상구조 연구라는 테마로 한정하여 살펴보며, 반대편에 위치한 것 같으면서도 치열함에 있어 서로 통하는 두 시인의 면모를 보여준다.


■ 목차


■  책머리에

제1장 대지의 시, 극지의 시
 1. 논의의 방향과 목적
 2. 직선과 굴절의 시학

제2장 1970년대 시의 두 극점
 1. 시간 구조:경험과 기대의 지평
 2. 공간 구조:수직적 상승과 수평적 확산
 3. 이미지 변용 구조:불에서 빛으로, 물에서 빛으로

제3장 김남주 시의 분열 형태적 구조
 1. 프로메테우스와 위기의 시학 
 2. 확산, 발광, 솟구침의 이미지 망
 3. 치욕의 시적 변용
 4. 낙원과 실낙원의 변증법
 5. 휴식의 도정 초월의 도정

제4장 신대철 시의 신비적 구조
 1. 요나와 회귀의 시학 
 2. 바라봄, 들림, 들어감의 이미지 망
 3. 무시간의 시적 변용
 4. 상상적 비의와 합일의 지향
 5. 순례의 도정과 귀향의 도정

제5장 상승에서 하강으로, 하강에서 상승으로, 회전문의 법칙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강진주(姜珍珠)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중국 산동 청년정치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했고, 신한대, 인천재능대학에서 강의했다. 시집으로 『오래된 호수』가 있다.

 

   

■ 출판사 리뷰

 

   저항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남주,  자연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대철. 이 두 시인은 같은 세대에 활동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형식 면에서 전통적 서정 양식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소재 면에서는 자연을 대상으로 하되 그 접근 방식에서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김남주는 인간의 생활상이나 정치적 투쟁성을 전면으로 드러내 사회 경제적 모순을 직설적으로 시화했고, 신대철은 자신의 내적 고뇌를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승화시켰다. 김남주는 시대의 한복판에서 전사로서 싸웠고, 신대철은 장교로서 북파 공작원의 송환 업무를 담당하거나 대학교수로서 칩거했다.
   강진주의 『한국 현대시의 두 극점:김남주, 신대철의 시세계』는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 두 시인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서로 교차하고 합류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두 사람의 시를 상상구조 연구라는 테마로 한정하여 살펴본다. 두 시인의 시를 시간 구조, 공간 구조, 이미지 변용 구조로 분류하여 각각 경험과 기대의 지평, 수직적 상승과 수평적 확산, 불에서 빛으로, 물에서 빛으로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음을 밝혔다. 1970년대 시의 극점에 위치한 두 시인의 시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독특한 연구서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세계를 반영하고 형상화하는 문학 활동은 현실의 소용돌이와 삶의 질곡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여왔다. 또한 당대 현실의 과제들을 통하여 객관적 진실과 삶의 본질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유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왔는바 사회적 조건과 시정신의 가장 치열한 싸움을 선보인 시인으로 김남주, 신대철 시인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두 시인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민주화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두되던 1970년대 주요 시인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김남주는 확고한 가치관을 내세우며 독재라는 타율적 주체에 대한 저항의식을 시로 형상화하려 하였다. 이 시기 우리 시단은 새롭게 등장한 도시 영세민, 농민, 노동 계급의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다루어내고 소시민적 삶의 허위성을 고발한 작품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김남주 시인은 김수영, 신동엽, 신경림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경향을 드러내었다. 그의 시는 형식 면에서 전통적 서정 양식을 계승하고 있었으나 주제 면에서 정치성, 투쟁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를 써나갔다. 그의 투쟁성은 농촌 경제의 파탄과 고향의 해체, 가족들이 겪는 고통 등의 주제가 육화된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시에 나타난 투쟁 정신은 강한 호소력마저 지니게 되는 것이다.
   동시대 신대철은 혼란한 시대상황의 뒤편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여 치열한 내적 투쟁을 벌여왔다. 그는 ROTC 출신 GP장으로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며 북파 공작원들을 송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때의 군대 체험은 개인의식과 사회의식의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며 그의 시간의식을 더욱 과거로 향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과거로 향한 시간과의 끝없는 싸움은 유년의 ‘산’으로 시작하여 산속 골짜기의 ‘물’과 먼 바다를 거쳐 ‘극지’를 향해 뻗어나갔다. 그의 상상세계는 수평적 확산 형태를 취하며 끝에서 끝을 향한 극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시인의 냉기에 대한 경도에서도 드러나는데 물의 차가움과 흰 눈, 얼음, 얼음 바닥이 불바닥이 되는 추위 같은 것은 차가움이 뜨거움이 되는 역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교묘한 이중성을 거느린 신대철 시인의 이미지들은 김남주의 강렬한 직설과 서로 반대편에 위치한 것 같으면서도 추구하는 의식의 치열함이라는 면에서 통하는 면모를 보여준다.
   두 시인은 각각 등단한 시기(김남주-1974년, 신대철-1968년)가 6년차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시대의 갈림길에서 서로 자기만의 문학적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특히 두 시인에게서 보여지는 이미지의 특이한 만남은 ‘불에서 빛으로’ ‘물에서 빛으로’라는 이동 경로를 보여 주면서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 책 속으로



   예를 들어 김남주는 인간의 생활상이나 정치적 투쟁성을 전면으로 드러내 사회 경제적 모순을 직설적으로 시화한다. 이에 반해 신대철은 자신의 내적 고뇌를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승화시키는 방법으로 드러낸다. 그는 도시적 감수성에 의한 새로운 언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시인 자신이 겪는 고통과 상실, 정체성 혼란 등의 주제를 전면화시킨다. 김남주가 시대의 한복판에서 전사로서의 삶을 선택하여 싸우고 있던 1970년대와 1980년대, 신대철은 북파 공작원의 송환 업무를 담당한 ROTC 출신 장교로 군 복무를 하거나 대학교수로 일하면서도 외부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칩거형 삶을 고수하여왔다.
   두 시인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목적을 위하여 싸우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그곳은 삶의 끝, 극지에서의 싸움의 현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러한 삶 속에서 김남주는 고통 받는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였고 동료들과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이념적 운동에 투신하고자 했다. 그에게 진정한 시간은 승리의 함성이 터지는 미래의 것이었다. 반면 신대철은 자신이 처한 세계에서 한 발 물러서서 숲과 나무, 자연의 사물들과의 교감을 통해 시간을 통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들은 등단한 시점(김남주-1974년, 신대철-1968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960년 후반에서 1970년 초중반에 이르는 동일한 시대를 통과하며 시를 써나갔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기 자신과의 대결이라는 과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치러냄으로써 각기 자기만의 문학적 세계를 구축해내었다.   (20-21쪽)

   김남주 시인의 시에서 무기, 즉 죽창, 불, 쟁기 같은 호전적 분리 수단들은 항상 정화의 의도를 수반한다. 우뚝 세우는 무기의 상징은 남성성의 상징이고 초월성의 상징이다. 초월성 역시 빛처럼 언제나 구별의 노력을 요구한다. 때문에 세계를 합리화하고 단절, 분리하려는 시인의 태도는 정화와 초월에 대한 욕망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세계의 속박을 끊고 삶의 끝없는 노예 상태를 넘어선 사람, 분별하는 인식의 날카로운 칼을 휘둘러 모든 사슬에서 해방된 사람의 초상”이다. 시인의 시에서 주된 이미지인 ‘불’ 역시 정화와 초월의 속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정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육체의 미지근함이나 정신적 혼란의 희미함과의 단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화하는 불은 심리적으로 불화살, 번개 같은 하늘의 불타오르는 타격과 유사하다. (102쪽)

   신대철 시인의 시는 김남주 시인의 들끓는 사유와 백척간두에서 쏟아내는 긴박함의 어조이기보다는 자연의 음악처럼 흘러 들어오는 신비한 운율감의 언어이다. 햇살 머금은 물빛의 고요함이 산속으로 퍼져나가며 시인의 상상공간이 펼쳐진다. 비판과 검증의 날카로운 긴장 속에 머물러 있던 김남주 시인의 시에 비해 머나먼 세계인 산속에 유폐된 채 침잠하는 모습을 보이는 신대철 시인의 언어는 수미일관 머뭇거리고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세심함, 섬세함, 배려 같은 것과 관련되면서 그의 겸허한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183-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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