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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간행도서

이성호,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by 푸른사상 2018. 12. 28.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이성호 지음134×204×12 mm208

13,800ISBN 979-11-308-1397-4 03810 | 2018.12.27



■ 도서 소개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들려주는 산문집

 

이성호 교수의 시와 음악을 만나는 산문집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가 출간되었다. 이 산문집은 요즘처럼 거칠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아름다운 꽃 같은 장면들을 피워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송아지를 돌보는 성실한 농부, 골목에 핀 장미꽃, 산책길에 만난 국화꽃, 이국의 여행길에서 만난 어떤 미소와 같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들을 통해 우리 독자의 소통을 기다리는 진솔한 체험의 고백을 들려주고 있다. 

 


■ 저자 소개


이성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문학 텍스트에 대한 독자반응 비교로 박사학위(Ph. D.)를 각각 받았다.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영미소설과 문학교육을 강의했다. 현재 명예교수이다.

공군 전투요격관제사(중위)로 근무했고, 한국영미문학교육학회 회장과 한국학술연구재단 학술지 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논저로 독자반응, 논문으로 텍스트와의 거리 허물기, 역서로 에덴의 동쪽, 산문집으로 석류의 마음등 다수의 저서와 영어 교과서 중등영어/고등영어(공저)를 저술했다.



■ 목차


책머리에

 

1. 생동하는 삶의 찬미금아 피천득의 시와 산문

들어가기 / 텍스트와의 만남:생동 / 텍스트와의 만남:간결 / 시와 산문 / 끝맺기

 

2. 시와 음악을 만나는 산문

새것을 불러들이는 아침 종소리 / 갈림길에서의 사유 / 목장으로의 초대 / 장미에서 전설적인 미인을 만나다 / 다시 읽는 칼로스의 그림시와 세잔의 정물화 / 시인 윌리엄스가 아내에게 쓴 시 / 숲 속에서 듣는 비발디의 <사계> /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 시 속의 쉼터 / 누님을 닮은 국화 / ‘우리의 고향향수속에 / 고쳐 쓴 주기도문

 

3. 가벼운 여러 단상

우리는 들꽃을 다르게 본다 / 우리는 모두 선생님 / 외손녀에게 쓴 편지 / 주례사에서 빠뜨린 말 / 어떤 미소 / 해변 단상 / 우쿨렐레 G7 코드와 알로하 / 편견에 대한 변명 / 모국어, 모어 그리고 외국어 / 교육이란?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 / 사람 지능과 인공지능 사이 / ‘하나하나 더하기 둘사이 / 미 공군 사령관 이취임식 참관기 / 먼 하늘을 바라본다 / 답답함에 먼 하늘을 다시 본다 / 얼음판 위의 지젤 / 진지하기와 여유 부리기 / 낭만에 대하여

 

발문_아름다움은 영원하다 / 안병대 


 

■ 책머리에서 

 

틈을 내서 지난번에 행한 금아 읽기의 강연 초록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나 자신의 글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 2년 동안 가끔 잡지와 신문에 실렸던 것들입니다.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관된 주제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시와 음악에 관한 이 작은 단상들이 어쩌면 관점의 다양함을 나름대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를 한데 묶기로 했습니다.

맨 앞에 강연 텍스트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 강연과 연관을 지으면서 독자 중심으로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글들을 골랐습니다. 이어서, 교육 문제와 같은 건조한 담론과 여행기 같은 가벼운 산문을 실었습니다. 개중에는 이미 발간된 나의 산문집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몇 편 골라 넣었습니다.

전통적인 글 읽기에 비춰보면 다소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한 문화권에서 수용될 수 있는 독자 중심의 글 읽기는 권장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 읽기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또 문학 읽기 교육의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전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출판사 리뷰 

 

저자는 학창 시절 스승이었던 금아 피천득 시인과의 인연으로, 또는 스스로 평생 영미 소설을 가르치면서 독자 중심 글 읽기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가령, 금아의 문학 텍스트인 시를 읽으며 생동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찬미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니까 시를 반드시 지력으로만 읽기보다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진정한 감성적 공감의 영역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텍스트와의 부단히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저자는 동네 산책길에서, 이국의 여행지에서, 또는 초대받은 모임에서, 우연한 시위대와의 마주침에서, 그리고 스포츠 경기를 접하면서도 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손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체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여러 글을 통해서 우리 독자들은 저자의 섬세한 해석, 예리한 통찰, 진솔한 주장, 진지한 상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작품 세계 

 

묘하게도 교수님의 산문들은 브라우닝의 대화 시와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이다. 브라우닝의 극적 독백처럼, 교수님의 글들은 진솔하게 우리 독자를 작품 속으로 초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 어느 글이든 행간에는 독자를 부르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가령, ‘ 이 시를 읽어봐요.’ ‘이 음악도 들어보실까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너그러운 목소리도 들린다. ‘다른 시선으로 보아도 괜찮습니다. 새로운 세계는 독자와 소통하는 가운데 새롭게 태어난답니다.’ 그렇다. 놀랍게도 교수님의 글쓰기는 본인이 평생을 견지해온 독자 중심 글 읽기의 실천이었다. 교수님의 이야기는 대상과 부단히 대화를 나눈 결과물인 동시에 또 다른 독자의 소통을 기다리는 대상이었다.

모든 문학이 어느 정도 그런 속성을 갖고 있으나, 특히 수필문학은 글쓴이의 진솔한 체험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의 기록이며 영혼의 고백이다. 육체의 사실적 체험과 영혼의 상상적 고백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서 직조해낸 정직한 무늬이다. 교수님은 삶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체험들을 시공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유의 비행을 통해 때론 경쾌하고 섬세하고 생생하게, 때론 진지하고 예리하게 그려낸다.

수필은 글쓴이의 마음의 거울임을 실감한다. 글의 질감은 교수님의 품성을 닮아서 부드럽고 따뜻하고 순수하다. 간결한 문장 속에도 고민을 새겨 넣었다. 그 주제와 무게와 너비와 깊이는 사유의 관심과 저울과 잣대에 따라 다채롭다. 진지한 사색과 날렵한 사고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론 당신의 거대한 사유의 궁전을 다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교수님은 겨울보다는 봄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요란한 세상과 변덕스런 세태와 거리를 두고 싶은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우상과 권력과 시대 변화와 같은 거대담론들이 진실을 얼마나 담아낼지 의심하고 있는 때문일 것이다. (중략)

안병대(한양여자대학교 교수) 발문 중에서

 

 

■ 책 속으로 

 

별은 어둠을 뚫고 빛납니다. 어릴 때 시골 마당 멍석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면, 잡힐 듯이 주먹같이 큰 별들이 정말 눈부시게 빛납니다. 금아는 그런 별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화려하다고 했습니다. 베토벤의 제9번 교향곡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많은 일화를 남긴 곡입니다. 특히 제4악장은 실러(F.Schiller)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모든 생명이 기쁨을 마시며/ 자연을 숨쉬고/ 모든 악과 선은/ 그녀가 뿌린 꽃길을 따르리라는 삶의 환희를 혼성 사중창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금아는 빛나는 별을 보는 삶의 화려함을, 그리고 환희에 찬 음악을 듣는 삶의 찬란함을 찬미하고 있습니다.

(26)

 

나는 꽃밭에 핀 그 노란 국화꽃 옆에 서본다. 국화 옆에서속의 화자처럼. 아름다운 빨간 장미에게 굳이 그리스의 헬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면, 나는 단아하게 앉아 있는 노란 국화의 이름을 누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러면 국화는 너와 나의 정이 흠뻑 밴 우리 꽃이 되지 않겠는가.

(104)

 

나는 장엄한가 하면 섬세하기도 한 이 자연의 모습에 도취되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내 앞에 한 중년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멀리 대평양 밖을 골똘히 응시하고 있었다. 키는 훤칠하지만 구릿빛 피부색으로 보아 폴리네시아 사람인 듯싶었다. 그는 얼만가 오랫동안 아득한 대양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그 미소가 무슨 의미인지 언뜻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시 말하자면 의미 있는 그 어떤 미소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 미소였다.

나는 그의 미소를 풋풋한 미소라고 앞서 말했다. ‘이라는 말은 새롭거나 처음 나온 것을 뜻하는 전철이기 때문이다. 가령, ‘풋내봄에 새로 나온 푸성귀의 풀 냄새를 의미하지 않는가. 세상 잡사에 시달리기 전, 아주 어렸을 적의 그 순수한 마음이 이제 다시 풀 냄새로 태어났을 법한 미소, 바로 그 미소가 나로 하여금 가끔씩 옅은 미소를 짓게 한다. 그래서 그 미소는 나에게 어 서튼 스마일로 다가오는가 보다.

(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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