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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김형미,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by 푸른사상 2018. 6. 7.

 

 

분류--문학()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김형미 지음푸른사상 시선 87128×205×9 mm1289,000

ISBN 979-11-308-1340-0 03810 | 2018.6.5

 

 

■ 도서 소개

 

김형미 시인의 시집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푸른사상 시선 87>로 출간되었다. 묵화처럼 고요한, 없음과 비움의 미학이 살아가는, 행간으로 존재하는 시인의 운명을 노래하는 시편들이다. 딱 하나씩만 용서하고, 딱 하나만 사랑하는 세상이, 시인에게는 어쩌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시인 소개

 

김형미

197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진주신문가을문예 시 당선, 전북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2003문학사상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그림 에세이 누에(nu-e)가 있다.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목정청년예술상을 수상,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지금도 나는 말한다. 시는 쓰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일이라고. 시인으로 살아온 이 모든 날들이 내게는 참 거하게 정스럽고, 눈물겹다.

 

 

목차

 

시인의 말

 

1

등대 / 수직의 이해 / 묵화 / / 산도라지 / / 천녀목란(天女木蘭) / 묵매화 / / 묵꽃 / 능으로 가는 길 / 가릉빈가 / 기장 / 가을이 오기 전부터 /

 

2

팔색조 / 피리새 / 잔받침 / 귀신고래 이야기 / 부처꽃 / 맨드라미 / 분청사기 주자 / 돌모산당산 / 만파식적의 전설 / 소쇄원에서 / 악공의 노래 / 입추(立秋) / 소리를 찾아서 / 황녹청자 / 연화문바둑판 / 수성당

 

3

여름 / 어부의 한 칸 / 바닥에 피는 꽃 / / 마디풀 / 견우성의 둥근 등 / 태풍이 지나가던 짧은 오후 / 두메별꽃 / 일일화(一日花) / 부엉이 / 이슬 / 시가 태어나는 바다 / 여름 이야기 / 허성(虛星)이라는 별이 뜰 때 / 무상한 안부 /

 

4

가을 / 시월 / 9/ 능가산 / 구절초 / 마당 / 풍경 / 노인 / 마늘꽃 / / 떠도는 일기 / 등 뒤 / / 바다 / 솔섬 / 밤눈

 

작품 해설빈속에다 쓴 한 모금의 시 - 문 신

 

 

시인의 말

 

꽃 진 자리에 풀여치가 와 운다

풀여치 떠난 자리에 달이 또 와 풀여치처럼 운다

달 저문 자리에 본래 있던 꽃 진 자리가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너 때문인가 바람 때문인가

 

아아, 이 세상에 나 아닌 게 없다

 

 

작품 세계

 

턱을 치켜들고 허공을 바라보는 시인은 예언 같은 시를 쓰고, 고개를 돌려 지나온 자취를 더듬는 시인은 삶을 기억하기 위해 시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마를 숙이는 시인도 있다. 그들은 그런 자세로 자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인이다. 이런 시인들은 바라보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다만 들여다볼 뿐이다. 심연(深淵)이라는 욕망의 물낯에 드리워진 자기 표정을 확인하듯, 자기의 눈으로 오롯하게 들여다볼 때 심연의 무늬는 읽힌다.

김형미의 시를 읽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의 시에서 멀리 내다보는 낯선 기척을 발견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는 뒤에 남겨두고 온 어떤 것을 들추어내지도 않는다. 바라보거나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들여다보는 것. 그러나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히 드러나는 것을 보아내는 것과는 다른 행위다. 드러나지 않은 어떤 것을 드러날 수 있도록 열어놓는 일이 보아내는 행위에 선행되어야 한다. 들여다보는 일은 시선(視線)의 문제가 아니라 심선(心線)이 닿아야 한다는 말이다(심선에 닿는 일을 마음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인이 들여다보는 내부에는 외부와 격절되는 벽이 있기 마련인데, 벽의 임무는 외부의 시선을 가차 없이 튕겨내는 일. 그렇기 때문에 벽에 ()문을 만들고 그 문을 열어젖히는 사전 작업이 필요해진다. 심선, 즉 마음씀은 그러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마음씀(sorge)을 세계--존재의 본질, 즉 존재의 근본 구조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마음씀으로 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마음씀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마음씀이 불안으로부터 개시된다는 점을 우리는 안다. 불안은 내면의 문을 여는 원인이면서 때로는 내부로 들어가는 문 자체가 된다. 단단한 내부의 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도 이 같은 불안의 속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형미가 저 눈은 영혼이 들고나는 통로”(등대)라고 선언한 것은 탁월한 발견으로 보인다. 눈은 이미 세계를 향해 열린 주체의 틈이자 균열이기 때문이다. (후략)

문신(시인·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추천의 글

 

아리게 아름다운 시집이다. 온 힘을 다해 쓸쓸함에 맞서고 통증을 삼켜내는 시편들, “치명적인 그리움”(만파식적의 전설)선명하게 아픈”(태풍이 지나가던 짧은 오후) 삶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다. 얼마나 더 욱신욱신해야 사랑에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심장에 생강편 한쪽 물려 있는 듯/맵고 아린 통증이 되살아와”() 가차 없이 몸과 마음을 흔들어댄다. 사는 게 막막할 때 멀리서 별을 보고 누운 사람의 냄새”()를 맡는 시인의 시를 만나는 일은 고마운 일. 침잠한 안쪽이 요동친다.

박성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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