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내 안에서 불던 바람
유재병 지음|푸른시인선 012|130×215×9 mm|136쪽|9,000원
ISBN 979-11-308-1331-8 03810 | 2018.4.25
■ 도서 소개
기억의 재생 그리고 치유의 시학
유재병 시인의 시집 『내 안에서 불던 바람』이 <푸른시인선 12>로 출간되었다. 등단 10여 년 만에 상재한 첫 시집은 깊은 사색과 삶의 연륜이 씨줄과 날줄로 만나 이루는 언어미학이 돋보인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위로해준다.
■ 시인 소개
인천 신도 출생. 충남대학교 기계공학교육과,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9년 『순수문학』으로 등단했다. 현재 인천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아이들의 바다
도깨비바늘 / 우리 아이들은, 지금 / 선인장 / 매미 / 해피 / 달맞이꽃 / 벽장 / 부엌칼의 내력(來歷) / 사랑은 / 그가 돌리는 필름 속에는 서해안이 살아 있다 / 시집 사리 / 가을 단상(斷想) / 아이들의 바다 / 사랑하기 때문에 / 내 안에서 불던 바람
제2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 위해 / 함께 웃을 수 있도록 / 티눈 / 아이의 기도 / 조직검사 / 아름답게 보인다 / 방학날 / 무좀 / 어떤 할머니의 전화 / 빵의 흔적 / 홍시 / 능소화 / 지웠다 쓰고 다시 / 백지(白紙) 앞에서 / 비우다 / 시인이 되려면
제3부 아침 햇살
아침 햇살 / 시가 빛날 때 / 아내의 다림질 / 소래포구 갈매기 / 겨울 동화(童話) / 펜 / 봄날 / TV를 보다가 / 창피한 이야기 / 내 친구 인수 / 발 / 보름달이 방싯 / 발교산 김씨 / 행복한 산장 / 투잡스
제4부 쓴맛을 알다
지금 이 순간 / 쓴맛을 알다 / 자물쇠 / 난(蘭) / 사진첩 / 어떤 알리바이 / 고대(苦待) / 덕적도에서 / 누워 있는 나무 / 겨울 강 / 은행나무 아래서 / 그럼에도 / 다시 자연으로 / 못 / 밤바다에서 / 속눈썹
작품 해설:기억의 재생 그리고 치유의 시학 ― 정연수
■ 시인의 말 중에서
들국화를 꺾어 꽃병에 꽂습니다.
하얗게 핀 억새풀과 함께 내 마음의 창가에 놓아둡니다.
바람이 불어도 별이 뜨지 않는 밤에도
그대 모습, 꽃향기로 피어나기를
조용히 무릎을 꿇고
깨끗한 영혼으로 꽃피울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하여도
허영과 욕심으로 진실하지 못한 어느 한구석이 있다면
꽃병의 물을 비우듯 먼저 내 가슴을 비우고
그리움의 맑은 샘물로
빈 가슴을 채우겠습니다.
■ 작품 세계
유 시인의 이번 시집에 나타난 특징은 기억과 상처를 매개로 하여 삶의 존재적 의미에 대한 이해를 시화한 점이다. 기억 속의 상처를 시로 다루는 일은 산문 장르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도 유 시인은 시의 미학을 잃지 않으면서도 삶의 의미와 존재 방식을 구체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중략)
유재병 시인의 시적 정조는 상처·회상·슬픔·절망 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적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가 않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과거의 상처를 통해 삶의 본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선 때문이다. (중략)
유재병 시인의 시는 상처의 시간, 고통의 시간, 부서지는 시간으로 가득하다. 그런 시간을 감내하는 까닭은 바로 온전한 사랑을 위해서이다. “자신을 부딪쳐 산산이 부서질 때/바람이 된다”, “온몸을 으깨야 바람이 된다”,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그것은/사랑이 아니다/상처 입은 마음에 부어졌을 때/힘없고 가난한 이와/하나가 되었을 때/그때 비로소 마음이/사랑이 된다”(「사랑은」)는 구절은 숭고한 사랑의 참뜻을 전달하고 있다. (중략)
상처와 아픔, 슬픔으로 가득한 유 시인의 시에는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 숨어 있다. 그것은 상처를 삶으로 껴안고, 자아가 타자와 만나 사랑의 세계를 드러내는 타자지향성 덕분이다. “속눈썹이 내 눈을 찌를 때가 있다/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평화로운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다/오래도록 슬픔으로 남을 수 있다”(「속눈썹」)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타자를 향한 너그러운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발견하거나 성찰한 뒤에 타자를 수용하는 세계까지 나아가는 시정신은 유 시인의 시가 지닌 미덕이기도 하다.(후략)
―정연수, 작품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유 시인은 과거의 환경이 설령, 이별·가난·상처로 가득했더라도 버릴 기억이 아니라 모두 자신의 온전한 삶이었다며 수용할 줄 안다. 이는 시인이 지닌 의식이 건강하다는 것을 증거한다. “오후 세 시의 들녘에서/오롯이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는 나”(「누워 있는 나무」)를 만나기까지 단단하게 지탱한 시정신이 시 속에 있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유재병 시인의 시적 가치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확인, 상처를 극복하며 성숙하는 지혜, 자아와 타자의 소통이라는 세 축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정연수(시인, 문학박사)
유재병 시인의 시편들은 기억의 유연성에서 발현되는 견고한 시적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시인이 불러오는 대상과 시간의 징후들은 명징한 이름을 갖고 행과 행, 연과 연 사이에서 미학적으로 추동한다. 「도깨비바늘」 「선인장」 「벽장」 등의 작품에서 시인은 “사막을 일렁이던 물렁한 시간의 몸에는 가시가 돋쳐 있어” “처마 밑을 서성이던 하오(下午)의 혓바닥이 무료한 방바닥을 훑고 지나간다”며 유려한 서정으로 삶을 반추하고 있다. 또한 「우리 아이는, 지금」 연작시에서는 솔직 담대하게 때로는 고요하게 아픔을 투시하고 따뜻한 시안(詩眼)으로 세상을 문진(問診)하고 싶어 한다. 교사로서 사진작가로서 시인이 체득한 무궁한 발자국들은 허무를 껴안고 축축한 음지에서도 잠을 잘 거라고 웅숭깊은 목소리를 들려준다. 등단 후 10여 년 만에 출간하는 첫 번째 시집이 그래서 더 믿음직하다. 앞으로도 백지를 뚫고 나오는 부드러운 언어의 힘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며 생명력 있는 시적 행군을 계속하리라 믿는다.
―한정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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