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시)
기우뚱기우뚱
정현기 지음|푸른시인선 011|130×215×13.5 mm|232쪽|10,000원
ISBN 979-11-308-1328-8 03810 | 2018.4.15
■ 도서 소개
시로 기록한 일상의 위대함
정현기 시인의 제4시집 『기우뚱기우뚱』이 <푸른시인선 11>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하루하루 일기 쓰듯 시를 쓰고 시마다 번호를 매겼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섬세하게, 날카롭게, 유쾌하게, 솔직 담백하게 포착해냈다. 시로 기록한 일상. 기록은 위대하고, 시는 아름답다.
■ 시인 소개
정현기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9년 『문학사상』으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연세대학교 교수, 세종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시집으로 『시에 든 보석』 『흰 방울새와 최익현』 『나는 꿈꾸는 새다』 등이 있다.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사람 머물던 빈자리
아버지 제삿날 밤의 음복술(266)
만두 속을 다지며(267)
캄캄한 밤길(268)
새벽 어스름에 눈을 막는 어둠(269)
원앙새들의 안경(270)
쳇바퀴 돈다(271)
사람 머물던 빈자리(272-1)
사람 머물던 빈자리(272-2)
번데기의 꿈틀댐(273)
가족사 자리바꿈(274)
벼룩이 간에 대한 명상(275)
슬픔의 강(276)
김소월과 김동리, 서정주, 김현의 산유화(277)
산(278)
밤(279)
천안문 광장(280)
기우뚱기우뚱(281)
제2부 시골의 겨울 아침
몸에 든 것들의 몸바꿈―날개(282)
변두리 사람 그리움(283)
겨울새 똥에 대한 명상(284)
봄동(285)
호통, 잘못된 호통소리(286)
코미디(287)
시골의 겨울 아침(288)
묏새 소리, 마음 울리는 바람(289)
펑펑 눈 내리는 서하리(290)
버림, 버림받음에 대한 생각 하나―피아노(291)
범죄자들의 못된 재채기(292)
익명의 글쓰기(293)
밝은 햇빛 아래 어두운 마음(294)
얽히고설키고 삶은 시작하고 끝나고(295)
그리움이 다섯 술독 속에 녹아(296)
새야, 새야 파랑새야 훨훨 날아라, 새야(297)
새들의 날개(298)
처마 밑 빗물 소리에 섞이는 오줌발(299)
제3부 님은 어디 계신가
돌의 문답(300)
초지진에도 봄은 오고(301)
기다림과 쓰라림(302)
전인초 의리들 마시다(303)
숨바꼭질(304-1)
숨바꼭질(304-2)
팔씨름(305)
님은 어디 계신가(306)
잃음(307)
잃어, 잃어버림, 동동거림에 대하여(308)
집짐승들 혓바닥 핥는 바닥(309)
두려움 2―몸에 든 것들 15(310)
두려움 2-1―몸에 든 것들 15
시간의 자벌레(311)
안개마을에 서서(312)
용의 껍데기와 마음 진 몸(313)
외로움과 우박 기도(314)
제4부 봄비가 달면 두꺼비 올까
봉암사 가은 들판을 지키다(315)
달콤한 봄비(316)
봄비가 달면 두꺼비 올까(317)
풍경 소리와 바람(318)
경칩 날 새벽달(319)
큰 바위 덩어리 속에 든 살집(320)
김희주가 나임을 확인한 거꾸로 선 세모꼴(321)
눈부신 햇볕 아래 서하리 누에 하나(322)
오리온 그림 아랫자리 별 두 개(323)
지하철에서 책 읽고 있던 권택영(324)
길(325)
신화(326)
시가 시에게 말하길(327)
황석영 그 작가 큰 물 나댐 소리(328)
조각달 그림자(329)
청매실 꽃 봉오리 위에 앉은 봄비(330)
몸에 든 것들―병치레 16(331)
화안한 매화, 꼭 옥수수 튀밥이다(332)
제5부 별들은 숨을 죽이고
시와 빚(333)
흘림(334)
눈 속의 별(335)
전봉준 공초 또는 유식한 척한 사람의 글쓰기(336)
연줄, 연 날리던 끈만(337)
조부 젯날 밤의 쓸쓸한 음식상(338)
봄 벌레(339)
감자 세 골을 심으며(340)
봄꽃 아우내 장터(341)
별들은 숨을 죽이고(342)
이기상 동쪽 별자리에 앉아(343)
시골 빈 집 마당에 앵초꽃 한 그루(344)
하루하루가 다들 그렇게(345)
구름 뜬 바다에 말뚝 박기(346)
5월 나무 숨 냄새(347)
바닷가 모래성(348)
가뭄 비와 기분(349)
5월 등나무와 오동나무(350)
제6부 봄을 밟고 여름 위에 서서
8년생 나무 백일홍(351)
천둥번개(352)
쥐에게(353)
소금(354)
쥐덫(355)
무당벌레와 나와 감자(356)
불 밝은 대낮 5월(357)
철학자 김영근(358)
손님(359)
고수(高手)(360)
덩굴식물 성질(361)
무당벌레도 난다(362)
열무김치(363)
봄을 밟고 여름 위에 서서(364)
식민지 시인들의 부산한 눈 굴림(365)
명품은 명가만 알아본다(366)
■ 시인의 말 중에서
한때 나는 잡문이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였다. 시나 소설 작품에다 비평이라는 글쓰기란 아주 고귀한 품격을 갖춘 금이나 은 아니면 다이아몬드 격에 드는 말꼴이라고 믿었던 탓일 테다. 그런데 이 지구에 와서 좀 오래 살다 보니 말씨의 높낮이나 격조라는 것도 실은 다 사람들이 만들어 덮어쓴 착시 계급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차차 깨우치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이 다 고귀한 존재인가? 자, 그렇다고 치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는 방식에 따라 높낮이를 정해서는 안 되는 거다. 이 나라에서 꽤 오래전부터 쓰는 아주 시시한 말 가운데 선진국이니 중진국 후진국 따위 정치적 책략에 의한 말투만큼 껄렁한 말이 없다. 남보다 늘 높다고 착각하는 인생들 쳐놓고 시시하지 않은 패들이 있을까? 서양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지녀 퍼뜨려온 이런 열등 우월 감정의 치도곤을 우리 모두 다 흠씬 두들겨맞은 채 비실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자주 우울하다.
지금부터 까마득한 옛날 800여 년 시간 저쪽 고릿적 사람 이규보(李奎報)라는 분은 참 많은 글쓰기를 했던 분 같다. 2천여 편이 넘게 시문을 썼다고 했는데, 그도 70여 년을 이 지구에 와 살면서 퍽 심심했던 모양이다. 사람살이는 이 외로움이라는 심심함에서 벗어나려고 평생 발버둥질이나 치는 쓸쓸하고 불쌍한 사리들이다. 그게 내 생각이고 그걸 벗어나려고 발버둥질치는 몸짓 가운데 이 시 쓰기가 거기 들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나날이 일기 쓰듯 써온 시가 오늘로 3,792편이다. 그것을 쓴 날짜와 곳을 알리면서 나날의 느낌이나 생각을 나는 적어놓는다. 800여 년 저쪽에서 그렇게나 사는 일을 힘겨워한 이규보 어른님! 그가 남긴 800년 저쪽 나날의 말 쓰기는 지금 읽어도 나는 자주 즐겁다. 아하, 남들도 다 저렇게 사는 게 시시하다고 느꼈구나! 나도 그런 나날의 기록을 나날이 하루치씩 적어가고 있는 중이다. 언제 이 시 쓰기가 멈출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러나 아득한 시공간 저쪽 사람의 말투를 읽으며 그를 만나는 즐거움이 조금은 있다는 게 이 글쓰기의 뒷심이다. 그런 겪음을 믿고 나도 이런 시집을 다시 묶는다. 2007년도에 적어둔 시들이니 지금 보면 이것들도 다 아득한 시간 저쪽에 있던 이야기들이다.
■ 추천의 글
정예의 한국문학 연구자가 정년 전후한 시기에 자신의 생활을 시로 쓰기 시작하였다. 매 편마다 짤막한 메모가 덧붙여 있다. 강단과 문단에서 이미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중견이지만, 모란시장에서 산 모종을 텃밭에 심고, 식구와 어울려 밥상을 받고, 먼 길 찾아온 제자를 만나고, 시내에 나가 동료와 술잔을 나누고, 교원공제회에서 빌린 돈을 정년에 맞추어 상환할 걱정에 잠 못 이루고, 거기에는 ‘한 생활인의 작은 경제’가 무던히 여실하게 그려져 있다. 기록은 위대하다. 기록은 지금 이 당사자에게 위안과, 미래 후손에게 긴요한 자료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정직하고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삶의 경영……, 시는 물경 3천 편을 넘어 4천 편으로 달려가고 있다 한다.
―고운기(시인·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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