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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간행도서

안지영, <천사의 허무주의 -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허무주의의 계보>

by 푸른사상 2018. 1. 2.

 

안지영

천사의 허무주의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허무주의의 계보

 

160×230×27 mm(하드커버)40029,000979-11-308-1247-2 93800 | 2017.12.15

 

 

 

도서 소개

 

허무의 시인들이 역사의 폐허에 피워낸 다채로운 꽃밭

 

문학평론가 안지영의 천사의 허무주의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허무주의의 계보가 푸른사상사의 <현대문학연구총서 50>으로 출간되었다. 한국 문학사에서 허무주의가 차지하는 위상, 진달래꽃의 시인 김소월에서 시작하여 해방 후 현대시사를 대표하는 김수영, 김춘수 등을 거쳐 1980년대 강은교, 이성복, 기형도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 허무주의의 계보를 추적하였다.

 

 

도서 목차

 

책머리에

 

1궁핍한 시대의 허무주의

1. 한국 문학사에서 허무주의의 위상

2. 완전한 허무주의와 비역사적인 것의 지평

 

2장 폐허 의식의 변모와 허무주의의 계보

1. 데카당스의 기원과 감각의 발견

1) 개벽폐허의 허무주의

2) 적극적 허무로서의 시대고/세계고오상순과 김억의 폐허 의식

3) 영적으로 고양된 감각의 관능성과 슬픔김소월의 영혼과 감각

2. 불안사조와 니체적 태양기호

1) ‘태양의 풍속과 인공태양김기림과 이상의 태양

2) 부정적 거울기호와 최저낙원의 순백한 우수

3. ‘생명파의 카인 모티프와 불모성의 극복 문제

1) 정신적 표박자(漂迫者)들의 유랑오장환의 보헤미안적 카인

2) 절정의 에로티시즘과 생명의 꽃밭서정주의 관능적 카인

3) 몰락의 파토스와 느낌의 존재론유치환의 낭만적 카인

4. 전후 시에 나타난 폐허 의식과 생명 표상으로서의

1) 니힐리즘으로서의 모더니즘고석규, 함형수, 오상순의 태양-

2) 불모의 역사와 사랑의 승리박인환, 송욱, 전봉건의

 

3장 역사와의 대결의식과 디오니소스적 긍정김수영론

1. 초기시에 나타난 비가적 상상력과 설움의 재인식

1) 은자(隱者)의 모더니티와 생활의 설움

2) ‘설움의 비가성(悲歌性)거대한 비애와 거대한 여유

2. ‘긍정의 연습의 의미 변주

1) ‘에 나타난 죽음 이미지:「연작을 중심으로

2) 무의식과 의식의 동시성:「꽃잎연작을 중심으로

3. ‘의 시학으로서 온몸의 시학

1)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김수영의 릴케론

2) 탈아적(脫我的) 망각과 존재의 상승운동

4. ‘혁명의 기술과 사랑의 수동성

1) 혁명의 체험과 시적 순간의 도래

2) ‘대자연의 법칙으로서의 운명애

 

4장 역사허무주의와 처용-천사의 존재론김춘수론

1. 비극의 정신과 역사허무주의

1) 낭만파의 시적 지향점고도의 인간주의

2) ‘동양적 허무와 천사의 시선

2. 비애의 초극을 위한 의 존재론

1) ‘꽃병천사의 존재론김춘수의 릴케론

2) 능금과 꽃과 나비

3. ‘처용천사의 존재론적 변용과 나선형적 반복

1) 고통의 시적 변용과 광대의 슬픔

2) 신화적 반복과 자기창조의 놀이:「처용단장을 중심으로

4. ‘내용 없는 아름다움의 존재미학

1) 영혼의 구원과 자연적 인간으로서의 예수

2) 언어의 불완전한 본질과 우연적 생성으로서의 시

 

5장 자기구원을 위한 비가 혹은 송가

1.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강은교론

1) 허무 의식의 기원과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지향

2) ‘꽃뿌리의 상상력과 생명으로서의 허무

2. 예술과 구원의 문제이성복론

1) 예술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질문

2) ‘꽃핀 나무들의 괴로움과 연애시의 비밀

3. 공감의 윤리와 슬픔의 변증법기형도론

1) 포스트-진정성 시대와 시류적 갈등의 시학

2) ‘안개의 이중성과 우연에 대한 긍정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안지영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와 동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3문화일보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하여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남대학교에서 글쓰기와 한국 현대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박사논문은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허무주의의 계보 연구김수영과 김춘수를 중심으로이고, 그 외에 근면한 민족의 탄생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중심으로」 「강은교의 허무의식에 나타난 현상학적 인식론 고찰」 「김동인과 이상 소설에 나타난 서술자의 문제성(1)등의 다수 논문이 있다.

 

 

출판사 리뷰

 

한국 문학사에서 허무주의는 한()이나 슬픔, 비애 등의 수동적 정서를 보이는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띠는 작품들을 비판하기 위한 수식어로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문학사에서 허무주의로 낙인찍힌 시인들의 설움, 비애, 애수, 우울, 퇴폐, 슬픔이야말로 역사문명을 극복하려는 급진적인 기획이었다는 전제 아래, 한국 현대시의 허무주의 계보를 추적하고 작품을 분석한 것이 이 책 천사의 허무주의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허무주의의 계보이다.

저자는 허무주의는 역사적인 것에서 비역사적인 것으로의 전회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미학이며 시인의 슬픔은 결코 나약함의 증표가 아니다. 역사허무주의는 역사에 대한 패배 선언이 아니라 역사 따위는 진정한 싸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거대한 긍정이라고, 허무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타파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수영의 에서 사랑의 가능성이 재발견되고,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에서는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천사적 존재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니체의 철학과 하이데거의 통찰, 릴케의 시학을 두루 원용하면서 1920년의 김억, 김소월, 오상순으로 시작하여 1930년대 김기림과 이상, 1940년대 오장환, 유치환, 서정주 등 생명파 시인, 그리고 1950년대 전후문화의 꽃을 피운 박인환, 전봉건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사에 면면히 잠재되어 내려온 창조적 흐름에 주목한다. 더 나아가 김수영, 김춘수를 거쳐 1980년대 강은교, 이성복, 기형도에 이르는 한국 현대시 허무주의의 계보를 탐색한다. 허무를 창조적으로 극복함으로써 오히려 문화적인 르네상스가 가능했다는 이 책의 관점은 한국 현대시사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담대한 기획으로서 주목된다.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의 내용을 구상하면서 시인의 존재론을 다루어보겠다는 나름의 담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여느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러하듯이 위대한 시인들에게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겪지 못하는 것을 겪어내는 존재의 방식이 있다고 믿는다. 과연 192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허무주의 계보를 훑으며 시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임을 절감하였다. 이들은 자기 삶의 매 순간을 충만한 시간으로 수놓으며 개체적 자아를 넘어 존재론적 비약을 보여주었다. 시인들은 꽃이자 풀이자 나무였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이었다가 그 미풍에 흩날리듯 날아가는 나비가 되었다. 이들의 시는 그렇게 자연과 문명,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과 세계 사이의 복잡한 관계망이 회복된 아름다운 순간들과 만나게 해주었다.

나는 이와 같은 시인의 존재론이 허무주의라는 공통된 세계관과 더불어 전개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허무주의는 무엇보다 역사적인 것에서 비역사적인 것으로의 전회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미학이다. 허무주의를 부정적으로 인식해온 이들에게 이와 같은 접근은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에서는 이를 김춘수의 표현을 살짝 빌려와 역사허무주의로 구체화하였다. 그러니까 이것은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금욕주의적 허무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옭아매는 역사를 부정하고 삶을 더 욕망하게 되는 허무를 말함이다. 스스로를 역사의 주체라고 자임하는 근대적 개인이 역사의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역사허무주의는 역사의 노예로 살아온 삶을 해방시켜 존재의 비약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비역사적인 것의 지평 안에서 삶을 꾸려간다는 것이 시인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벤야민이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에서 포착한 천사의 모습은 시인들의 자화상이기도 하였다.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시간을 균질적이고 공허한 것으로 만들며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라고 명령하는 역사의 폭풍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천사에 대해 묘사한 바 있다. 이러한 천사의 모습은 진보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느라 역사의 노예가 되어버린 인간에 대한 비유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벤야민이 인용한 니체의 말처럼, “우리는 역사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식의 정원에서 소일하는 나태한 자가 필요로 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말이다. 어쩌면 역사가 폐허라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천사는 폭풍을 뚫고 충만한 시간을 되찾게 해줄 작은 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그러한 천사의 소임을 맡아준 것이 니체의 철학이었다. 니체는 역사의 폭풍에 휘말리는 순간들마다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너는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는가라는 니체적 명제는 변증법적 역사철학에 대한 선전포고라 할 수 있다. 그는 인간들이 역사의 과잉으로 인해 겪게 되는 불행을 상기시키며 비극과 웃음과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나는 이 책에서 이와 같은 니체의 명제를 구현해낸 시인들이 역사라는 폐허에 피워낸 다채로운 꽃밭을 펼쳐 보이고 싶었다. 이들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왜소함에 비애를 느끼고 좌절할 때 나 역시 허무한 슬픔을 느꼈다. 이들의 절망은 깊었고 다시는 날개를 펼 수 없을 것처럼 보일 때조차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시를 읽으며 비애를 뚫고 넘어갈 수 있는 힘이란 바로 그 비애로부터 비롯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법을, 그리고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니체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니 시인의 슬픔은 결코 나약함의 증표가 아니다. 역사허무주의는 역사에 대한 패배 선언이 아니라 역사 따위는 진정한 싸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거대한 긍정이다. “맛없는 울음”(오장환, 연화시편)을 울며 역사를 짊어지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의 아릿한 슬픔 속에서 천사는 아름다운 비상을 보여준다.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불어넣어주십시오라는 릴케의 간절한 기도에서 알 수 있듯이 무르익은 슬픔은 삶을 성숙하게 한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죽음에 대한 소망은 죽음마저 축복할 만한 것으로 변용시킨다. 해서, 두이노의 비가에서 릴케는 이렇게 노래한다. “몰락조차도 그에겐/존재를 위한 구실, 최후의 탄생에 불과했나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와 릴케의 천사의 동일성을 지적한 하이데거의 명민한 통찰처럼, 니체의 철학 못지않게 이 책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릴케의 시이다. 시인들이 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마다 영혼의 피난처를 마련해주었던 것처럼, 릴케는 이 책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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