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 신천희 산문집 ‘무얼 믿고 사나’
김미진기자 | mjy308@domin.co.k
“에이 참!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 몸에 붙은 손도 믿을 수가 없는데 이제부터 도대체 무얼 믿고 살아야 하나!”
참나무 숯에서 축출한 액이 담긴 병과 제초기에 쓰는 기름이 담긴 병을 구분도 못하고 덥석 집어 발에 쏟아 부은 망할 놈의 손을 두고 퍼붓는 스님의 푸념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아동문학가이자 괴짜 스님으로 불리는 소야 신천희 스님이 산문집 ‘무얼 믿고 사나(푸른사상·1만3,800원)’에는 세계를 끌어안으려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그득 들어 있다. 뜻 깊은 깨달음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전하는 스님의 글은 친숙함과 친밀감을 더하고 있는 것.
“나는 중이(中2)다. 그래서 내 나이는 늘 열네 살이다. 열네 살짜리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소야 스님은 이번 산문집은 일상 속에서 얻은 소소한 깨우침을 그만의 글로 풀어 놓은 것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속이 뜨끔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게도 만드는 그의 기발한 발상은 동화작가의 엉뚱한 시각과 때묻지 않은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글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부조리한 면들을 공격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반성을 잊지 않고 있기에 오만하지 않고, 온기가 느껴진다.
소야 스님은 “바람이 있다면 이 책이 뜨거운 냄비 받침이 되거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수면제가 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솜씨 없는 글이지만 틈날 때마다 읽히고 부디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헹궈주는 청량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야 스님은 ‘아동문예’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창주문학상, 녹색문학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한국을 빛낸 사람들 아동문학 부문 공로 대상(2010) 등을 수상했다. 현재 김제의 무주암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우주인 회원 및 푼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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