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
160×230×36 mm(하드커버)|408쪽|31,000원|979-11-308-1239-7 93800 | 2017.11.25
■ 도서 소개
시는 감동, 문학은 기쁨
시인이자 평론가인 노창수의 문학론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의 오랜 고뇌와 천구 끝에 나온 좋은 작품이 진정한 소통을 만들어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그의 문학론은 시의 매력과 시를 읽는 기쁨을 다시 일깨워준다.
■ 도서 목차
■ 책머리에
제1부 사유하는 인문학을 읽다
『운영전(雲英傳)』에 나타난 굴레와 사랑
대를 이은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문학을 통한 인문학 전개에 대하여
인문학에 접근하는 서정 읽기
제2부 시의 감성을 읽다
방물고리짝 속의 디스커넥트와 열사(熱沙)의 시
잊는 것의 이율배반 그 그리움의 증후군
‘사랑의 검’과 ‘유머의 방패’를 기다리며
다듬기와 적의 그리고 죽음의 발견
은유적 매력과 시학의 기틀
사랑 또는 생명력의 미학
과거 미화의 시와 현실 비판의 시―속(續) 수용과 관심
그대에게 내비치는 우련의 선물, 시
제3부 비약에서 생명력을 보다
압축과 비약의 기법―이동주론
님 그리기, 사랑시와 기원시―김계룡론
자성적 의지와 지조의 시학―이이행론
꽃과 불심(佛心)의 시학―이양근론
아름다운 칼집, 그 서정에의 헌사(獻詞)―김광론
제4부 서정과 정서를 읽다
고향 의식 또는 섬마을의 시―박형철론
감각의 섬세미와 교육애의 인간미―조백진론
속탈의 자연관이 빚어낸 유유자적의 시―문수봉론
아픔과 환희, 인고로 쓰는 시―박철수론
푸른 질량과 노란 토박이의 시학―진헌성론
인간애를 이미지화한 시학―김주론
에필로그: 비주르와 그의 제자
■ 저자 연보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노창수
194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현대시학』에 시로 추천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1973), 이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9), 『시조문학』 천료(1991), 『한글문학』 평론 부문 당선(1990) 등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거울 기억제』, 『배설의 하이테크 보리개떡』 『선따라 줄긋기』 『원효사 가는 길』 『붉은 서재에서』 등이, 시조집으로 『슬픈 시를 읽는 밤』 『조반권법』 『탄피와 탱자』 등이, 논저로 『한국 현대시의 화자 연구』 『반란과 규칙의 시 읽기』 『사물을 보는 시조의 눈』 등이 있다.
한글문학상(평론), 한국시비평문학상(평론), 광주문학상(시조), 현대시문학상, 무등시조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평론), 한국문협작가상(시조), 박용철문학상(시) 등을 수상했으며, 광주문인협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문학박사로 현재 조선대, 광주교대, 남부대 강단에 서고 있으며 광주예술영재교육원 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다.
■ 출판사 리뷰
글이 사람을 치열하게 살게 하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권력과 결탁한 문학 이야기가 아니다. 깊은 사유와 뼈를 깎는 성찰 끝에 나온 좋은 글의 힘을 말하는 것이다.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에 깔려 있는 문학론은 난해한 철학이나 해외에서 유입된 문학이론을 나열하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과 감동의 문학, 진정한 문학의 이치를 이야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고려 때 시인 정지상(鄭知常)은 단 한 줄의 시구(詩句)를 가지고 심사(深思)와 고구(考究)를 거듭했습니다. 그의 유다른 결벽증 때문에 김부식(金富軾)에게 화장실에서 피살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백운소설(白雲小說)』에 나옵니다. 글이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치열한 삶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좋은 시구란 절로 나오지 않습니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고뇌와 천구(闡究)를 몸으로 보여준 시인들이 있습니다. 막걸리의 빛깔과 맛은 누룩의 오랜 뜸들임에서 나오고, 감칠맛 나는 묵은 김치에서는 계미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시,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갑니다.
요즈음 소통, 소통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마음의 통로가 이루어지지 않나 봅니다. 곧잘 자신의 입장을 남에게 설득시키려 들지만 남이 하는 말은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 하니까요. 시에 대한 세미나와 토론장에 가보지만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진정한 시의 소통을 생략해버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시의 주제, 이끌어나가는 품새를 당당히 합니다.
작가의 흐릿한 생각, 미몽한 유행으로 문학의 기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꼿꼿한 문학 정신만이 당신을 살아 있게 합니다. 시인들은 현세에 대해 할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음에 은닉하고 살아갑니다. ‘좋은 게 좋다’는 처세 때문이지요.
시의 감동, 하이 컨셉트(high concept)를 끌어냅니다.
시는 자기 감성으로부터 독자의 감동에로 연결하는 정서의 다리에 관건이 있습니다. 문학은 구차한 생의 신문고가 아닙니다. 문면(文面)에 드러난 넋두리 같은 호소도 아닙니다. 미사여구의 음풍농월(吟風弄月)의 시, 진정성이 없는 시, 자신만이 여행하고 온 듯한 기행시, ‘낯설게 하기’가 심해 주제가 소멸된 시, 긴장감 없이 자구(字句)만을 구성한 시, 내용은 있되 시적 긴장이 없는 시 등이 많습니다. 시인은 모름지기 시를 독자와의 상호 보조적 길항으로 연마해야 합니다.
세상 흐름이 ‘감성’과 ‘감동’으로 바뀌었음을 이미 드러낸 징후들에서 읽습니다. 이태석 신부의 「울지 마 톤즈」,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악기의 정치, 베네수엘라의 소외된 청소년들의 오케스트라, 오바마 대통령의 가정의 경제 스토리 등이 이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감성이 감동에 연결되면 소통과 화합은 스스로 몸을 풀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도 시는 감동입니다. 그럼에도 시인들이 문학 외적 일에 주력하는 일도 많습니다. 특히 정치화된 문학, 작품성에 의심이 가는 수상작, 인사치레와 금전으로 수수된 문학상 등 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게다가 오늘날 한국 시단에 풍미하는 문학상 수상작들을 보면 해괴한 논리를 지닌 시가 대부분입니다. 어려운 시가 좋은 시라는 등식을 전범처럼 끼고 돌기도 합니다. 모든 게 해체되고 있는 판국에 시인과 문학 교수만이 고고할 수는 없겠지요.
문학은 이제 크게 권력화되었습니다. 그것을 가장 경계해야 될 장르가 오히려 심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앙 문단, 수도권의 특정한 문예창작과 교수들, 몇 문예지 중심의 ‘끼리의 문학파’들이 한국 문단을 재단하고 범주화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류인 제자들을 은근슬쩍 그런 문단에 진출시키기도 합니다. 문단에서는 대가성 수수(授受)와 부정한 인맥 동원이 횡행하고 있는데, 어쩜 ‘김영란법’을 이야기한 문인도 없습니다그려. 한국문학의 병든 기류는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등으로 이어진 파동이 증좌하지요. ‘문화 융성’, ‘창조 문화’, ‘창조 경제’ 등의 허울만 좋은 추상적이고도 정치적인 시책으로 수천억 원이 일부 문화 행사에 쏠려버려 문학은 고사해가고 있습니다. 문예 창작에 대한 지원만 해도 특정한 인물, 해바라기성의 단체, 뚱딴지 지역에 겹치기로 집중됩니다. 여타는 ‘블랙리스트’, ‘블랙 지역’으로 의붓자식처럼 제껴놓았습니다.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껏 떠나지 않고 이 ‘블랙 지역’에서만 평생을 살고 있습니다. 2대에 걸친 보수와 공주 정권의 집권에 문학이 참사당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점철한 특정 문화 연구가, 문학인들이 저지른 죄가 어떠하다는 건 알 만하지요.
가을이 끝나는 길목에 새 책을 내놓습니다. 그동안 한 권의 논저와 두 권의 평론집을 냈는데, 운이 있던지 반응이 좀 좋았더랬습니다. 우수도서로 선정되거나 재판을 찍기도 했으니까요. 세월의 더께와 더불어 쌓인 원고들이 많아져 버리기가 아쉬웠지요. 그래, 새경 받아 쟁이는 머슴 같은 설렘으로 창고를 열고 차곡차곡 정리를 서둘렀습니다.
나는 올해 27년째 대학 강단에 서옵니다. 문학과 글쓰기, 국어 교육에 대한 강의와 논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문학을 이끌고 가르치는데, 눈치 보지 않고 품새가 당당해야 한다고 다시 각오해왔습니다. 고교와 대학 시절부터 스승님들의 그런 가르침에 충실하려고 딴엔 노력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세태에 어울려야 할 때도 있었지요. 이 자리는 진정한 문학 논리와 이치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회한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졸작이지만 나의 생산물이 된 평문들을 옛날 단칸방 윗목의 뒤주에다 넣을 늦가을 빨갛고 길쭉길쭉한 고구마처럼 새로이 글 바구니에 담아 저장해야겠다고 맘먹습니다. 그것과 함께 또 겨울을 나겠지요. 배고픈 문학을 했던 문청을 다시 불러봅니다. 하, 독자가 한 개씩 꺼내 요기 삼아 먹듯 내 평론 꼭지들을 간간 읽는다면 하고, 정말 못 말릴 기대도 하면서 말입니다. 하하.
40cm 달려온 기쁨! 글을 읽으며 머리와 정신에 반추하다 내면에 차오르는 설렘, 머리에서 시작하여 가슴으로 달려가는 거리, 사이가 진정한 문학일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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