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토박이의 풍자 시학
160×230×28 mm(하드커버)|408쪽|29,500원|979-11-308-1240-3 93800 | 2017.12.05
■ 도서 소개
잊혀진 길 위에 서서 문학의 본질을 생각한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노창수의 평론집 『토박이의 풍자 시학』이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창작하는 이들은 ‘얕은 문명’의 결과적 상황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서 벗어나 문학의 근본과 본질을 성찰해야 한다. 저자는 그러한 성찰을 보여주는 글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 도서 목차
■ 머리말
제1부 이야기로 창작력을 얻다
시의 정서 끌어내기와 그 비약
좋은 시의 기법 몇 가지
쓰기와 고치기
현대시의 창작 기법론-묘사와 서술, 그리고 비약(飛躍)을 중심으로
제2부 묵인의 풍자와 소통하다
묵인(默人), 그 극복의 시 의식-황광해의 시
독백의 저항과 자의식의 아이러니-김하늬의 시
사랑과 그리움이 내면화된 의지-윤경자의 시
농법(弄法)과 풍자, 그 해갈(解渴)의 사물관-진헌성의 시
디오니소스에의 여유, 그 풍자와 멋의 시학-신극주의 시
순진무구의 정신, 또는 풀잎시와 풀빛시-박형동의 시
자생적 서정시와 회귀적 낭만시-조수자의 시
고향 의식과 사물 관조의 시-최정우의 시
제3부 토박이 서정을 잇다
기원의 시에 젖어든 비의 서정-박성은의 시
서정을 진솔하게 키우는 시학-오승준의 시
고독의 극복 그리고 사랑의 노래-송윤채의 시
사물의 차례화, 그 여유의 전환-김종의 시
내면의 묵언을 활달한 서정으로 바꾸다-이태웅의 시
대상에 대한 존중심이 빚어낸 겸허의 시-이선근의 시
소년기를 반추하는 시학, 성인기를 풍자하는 시학-김진태의 시
기도의 시와 청빈의 시-김옥재의 시
고향과 가정 귀소에 대한 사랑의 정서-이창민의 시
■ 발표지 목록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저자 소개
노창수
194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다. 『현대시학』에 시로 추천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1973), 이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1979), 『시조문학』 천료(1991), 『한글문학』 평론 부문 당선(1990) 등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거울 기억제』, 『배설의 하이테크 보리개떡』 『선따라 줄긋기』 『원효사 가는 길』 『붉은 서재에서』 등이, 시조집으로 『슬픈 시를 읽는 밤』 『조반권법』 『탄피와 탱자』 등이, 논저로 『한국 현대시의 화자 연구』 『반란과 규칙의 시 읽기』 『사물을 보는 시조의 눈』 등이 있다.
한글문학상(평론), 한국시비평문학상(평론), 광주문학상(시조), 현대시문학상, 무등시조문학상, 한국아동문학작가상(평론), 한국문협작가상(시조), 박용철문학상(시) 등을 수상했으며, 광주문인협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문학박사로 현재 조선대, 광주교대, 남부대 강단에 서고 있으며 광주예술영재교육원 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다.
■ 출판사 리뷰
노창수의 평론집 『토박이의 풍자 시학』은 ‘얕은 문명’의 결과적 상황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데에서 벗어나 문학의 근본과 본질을 성찰하는 창작자들의 고뇌를 이해한다. 본질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문학의 깊은 본질을 추구하는 시인들의 단련에 평론가는 경의를 바친다.
1부 ‘이야기로 창작력을 얻다’에서는 시 창작의 원리와 기법을 설명한다. 2부 ‘묵인의 풍자와 소통하다’에서는 황광해, 김하늬, 윤경자, 진헌성 등의 작품들을 통해 저항과 풍자의 시학을 논한다. 3부 ‘토박이 서정을 잇다’에서는 지역의 독특한 감성을 간직한 시인들의 작품론을 펼친다.
■ 머리말 중에서
어쩌다 우리는 본질을 잃어버렸을까요.
유행을 쫓는 요즘 세상이 너무 감각적이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사람들은 예전과 달리 그런 자신을 발견하며 놀라지도 않습니다. 당연하다고. 심지어 이를 주도하지 못해 안달하는 경향이 있지요들. 사탕 맛을 본 아이가 어머니의 젖 맛을 잃고 우는 것처럼 이미 그 달콤함에 익숙히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제 몸에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걸 모르니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지갑이 명품인들 비어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빈 지갑을 내보이듯 시인 정현종은 문명에 자리를 내준 본질적인 자연에 대한 아쉬움을 「깊은 흙길」이란 시에서 노래한 적이 있지요. 실속이 없는 지구상은 이제 ‘깊은 자연’은 사라지고 ‘얕은 문명’만이 남은 황폐한 현상이라고 비꼰 것입니다.
“흙길이었을 때 언덕길은 / 깊고 깊었다 / 포장을 하고 난 뒤 그 길에서는 / 깊음이 사라졌다
숲의 정령들도 사라졌다”(정현종, 「깊은 흙길」)
사실 시인이 지적한 대로 길은 옛 흙길이었을 때가 좋았습니다. 포장을 하고 난 뒤부터는 자연 냄새, 사람 냄새가 사라진 길이었거든요. 자동차만의 길은 감각적인 길입니다. 속도가 우선이지요. 그러니 깊고 무거운 숨을 쉬는 자연의 길은 이미 아니지요. 자연의 길은 본질입니다. 포장된 길, 문명화된 길. 여유와 여백이 없어진 길에서 우리네 삶은 가파르다 못해 지금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정국이 옷 로비 건에 휘말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민생 해결이 본질임에도 이를 뒤로 밀쳐두고 정치는 숫제 옷타령이었지요. 익히 보아온 대로 옷은 감각적인 물건입니다. 옷이 추위나 더위를 막는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운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군요. 대부분의 옷 자체가 사치의 대명사니까요. 사실 옷이란 체온을 유지하게 한다는 본질적 기능은 어디로 가버리고 멋의 대상으로만 남았습니다. 수많은 멋진 옷 때문에 청렴이란 고어사전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낡은 용어가 되고 말았지요.
근본과 본질은 생각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일에만 매여 있는 경우를 비유한 예로,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쓴 청렴주의자 이덕무의 글이 생각납니다.
“눈 속에 서 있는 옛 누각은 단청(丹靑)이 더욱 새롭게 보이고, 강 가운데서 듣는 피리의 곡조는 갑자기 높게 들리는 법이니, 밝은 빛과 곡조에 구애되지 말고 흰 눈과 맑은 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박찬호나 김연아, 빌 게이츠 같은 발군(拔群)의 인물에서도 우리는 한낱 성과만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이른바 ‘그림자 효과’나 ‘깃털 보기’에 연연해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왜 그처럼 성공하게 되었는가, 또 어떤 뼈 깎는 고생이 있었는가 하는 ‘몸체론’ 즉 삶의 본질을 잊어버립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인내와 극기 과정, 말하자면 정신적 성찰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요. 단말마적인 물질 문명관이자 외표로만 인식하려는 우리 고질적 병폐라고나 할까요.
옛말에 “따스한 봄날 물가의 오리는 봄을 즐기면서 깃을 다듬고, 먼 산의 날랜 매는 멀리 창공을 내려다보며 발톱과 부리를 가다듬는다”고 했습니다. 봄을 즐기는 오리나 창공의 매는 자신은 정작 아름다움을 모르는 법입니다. 다만 그는 예비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 단련하고 있지요. 겉보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이를 멋있다고 보고 있을 뿐입니다.
차제에 문학가는 자신의 창작에 ‘깊은 자연’의 본질이 없는 ‘얕은 문명’의 결과적 상황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나 않은지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성공적인 대중성보다는 그 결과가 있기까지 생의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번 평론집엔 그런 과정으로서의 아픔과 진통이 꿰어진 글을 안내합니다. 하지만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지요.
'2017 간행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빈 산문집, <꼰대와 스마트폰> (0) | 2017.12.04 |
---|---|
노창수, <감성 매력과 은유 기틀> (0) | 2017.12.04 |
권순희 에세이, <세상을 바꾸는 밥상머리 교육> (0) | 2017.12.04 |
조동일, <시조의 넓이와 깊이> (0) | 2017.11.27 |
황영경 책이야기, <그 사람, 그 무늬들> (0) | 2017.11.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