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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간행도서

정진남 시집, <성규의 집>

by 푸른사상 2017. 11. 1.

 

 

 

정진남 시집

성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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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정진남 시인의 첫 시집 성규의 집<푸른사상 시선 81>로 출간되었다. 오랜 기다림과 유산의 상처 끝에 품에 안은 아이에 대한 숭고한 모성을 기반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의 의미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까지 인식할 수 있는 시집이다.

 

시인 소개

 

정진남

1967년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집의 22녀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가족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위험한 아이라는 아버지의 일갈을 들으며 국문과를 졸업하고 시민들이 모여 만든 신문사에서 밤새워 기사를 썼다. 육아원과 양로원에 난방비가 부족한 겨울부터 해직교사와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을 만난 겨울까지. 1997년 진주여성민우회가 생겨 여성주의 상담과 여성학 책으로 수다를 떨다가 얼떨결에 진주시의회 점거농성을 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들으며 제주 4·3항쟁 순례길에 올라 당시 주민들의 은신처였던 땅굴 속에서 촛불을 밝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소중한 생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차례

 

시인의 말

 

1

아무 문제가 없어 문제입니다 / 나의 첫 산부인과 / 경상대학교 응급실 / 유산을 하였다 / 불임 클리닉 / 첫 만남 / 임신 4개월 / 우리 동네 / 걸음걸이도 조심스러웠다 / 임신 8개월 / 환자의 소신 / 태초 / 경상대학교 산부인과 병동 / 경상대학교 병원 신생아실 / 아버지 / 출산 3일째 / 드디어 배꼽이 떨어졌다 / 호호

 

2

성규가 웃고 있다 / 엄마와 나 / 너무 짧은 하루 / 성규의 힘 / 일곱 살 / 장래 희망 / 성냥불처럼 / 어른들 / 먹지 못한 유기농 채소 / 외아들 / 하느님, 살아나세요 / 318() / 모두의 일 / 초봄 / 해송 / 목련꽃 그늘 아래서 / 잘 타일렀습니다 / 거북이와의 대화 / 마음의 힘 / 이야기

 

3

불쑥 끼어들어 / 비디오게임과 삶 / 말도 안 되는 비눗방울이 있어 / 삼만 원 / 차가운 물 줘 / 따로 또 같이 / 항온동물 / / 키가 큰 사람 / 주운 벼이삭 / 걸레질 / 은유 / / 샤워 후 / 큰 입 / 햇빛 / 오늘이 아니라 다행이지

 

4

무서움 / 소피(所避)의 세계 / 20071120일 화요일 / 나는 연습 / 완전자 / 미안해 / ! 하느님, 제게 / 아이와 남편과 나 / 지우개를 놓으며 / 소금쟁이 / 놀이터 / 눈사람 / 기타와 아이 / 지킬 앤 하이드 / 내 머리 위의 별

 

작품 해설모성의 시학 - 맹문재

 

작품 세계

 

삼국유사태종 춘추공편에 나오는 문희와 보희의 이야기에서 주목할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아비 없이 임신한 문희를 구하도록 한 이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다. 선덕여왕의 지위에서 보면 나라의 기강이나 도덕적인 질서를 위해 김유신의 행동을 묵인할 수도 있었지만, 국왕 이전에 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생명체의 소중함을 인식했다. 그리하여 나라의 기강이나 법도보다 아이를 우선 살렸던 것이다.

여성의 생명 의식은 이와 같이 남성과 다른데, 정진남 시인의 작품들 역시 잘 보여주고 있다. 한 여성이 치르는 임신, 출산, 양육, 교육 등과 관계된 의지와 감정을 통해 모성이 얼마나 위대하고 숭고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인의 작품들은 한국 시문학사에서 모성의 세계를 확장 및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아이를 신뢰하고 배려하는 화자의 모성으로 말미암아 성규는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거나 점령하기보다는 다른 아이와 함께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성규의 마음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는 자기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는 보다 많이 소유하고 보다 많은 이익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탐욕으로 영위되고 있다. 그리하여 경쟁력이 없는 개인이나 기업의 도태는 당연하게 여기고 불평등한 결과를 인정한다. 해고자와 실업자가 넘치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이 그 여실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모성은 매우 중요하다. 모성은 바람직한 가족관계와 사회관계를 이루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 출산, 육아, 교육의 문제를 여성의 몫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남성도 함께해야 한다. 평등한 관계로 함께 실천하는 모성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적인 개인주의를 지양하고 공동체적인 인간 가치를 이룰 수 있는 길이다. 정진남 시인의 작품들은 모성의 숭고함을 넘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주목된다.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화분에는 새싹이 돋고 있고

물기 머금은 새살은 그늘을 딛고 피어 오른다

 

죽 휘어지며 뻗어 올라간 한 줄기

선물 받은 난 화분이 시들더니

한 대만 남겼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물을 주었다

이사할 때도 함께 가져와

물을 주며 살았다

난은 이제 세 잎이고 뿌리 쪽에 새순이 보인다

앞으로도 난의 생활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퇴고와 일필휘지를 반복할 뿐

 

 

추천의 글

 

각고의 노력 끝에 태어난 한 아이에게서 비롯되는 이 시집은 실존의 눈길로 가득 차 있고 애틋하고 아름답다. 정진남 시인에게 있어 성규는 하느님과 동격이면서 그런 신성(神性)의 영역을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모성의 아우라(aura)가 변주되는 시적 현실이다. 외동아들 성규는 우주가 화자에게 부여해준 시적 자아이며 사랑스런 별전(別傳)이 아닐 수 없고 시인은 그런 별똥별을 새로운 신성으로 길러내는 즐거운 고통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 저변과 그 속내 자체가 시가 아니고 무엇이랴. 생명의 지난함과 그 본성의 지고지순함이 한데 어울리는 시의 마당에 수양복숭아나무가 또한 그 옆구리에서 웃음을 내어준다.

문성해(시인)

 

오늘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에 아기를 낳는다.” 하초에서 시뻘겋게 흘러나온 생피. 자신의 명치끝을 위협하는 가혹함을 어금니 뭉개며 이겨낸 결과 얻은 축복, ‘성규. 어미는 새 인류를 모시고 오는 수레’, 아기 또한 어미를 탄생시키고 기르는 새로운 우주. “비밀번호를 알 수 없는 닫힌 마음을 아이는 열 수 있음을 어미가 된 후 확신하게 되었을 때, 뭉클한 갈비뼈엔 시가 쌓인다. 아이가 깻단처럼 서로 기댈 수 있는시를 데리고 온다.

시인 워즈워스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시인 정진남의 아이는 나의 하느님”.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라는 시인 괴테의 목소리, “나는 흙, 내게 발을 딛고 한 사내아이가 온 세상을 종횡무진 누빌 것이다라는 시인 정진남의 목소리. “엄마의 자질은 청유형으로 다정하다.

우리 공평하게 각자의 다리로 걸어가자.”

김은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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