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현 시집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
128×205×8.5 mm|128쪽|값 8,800원|979-11-308-1218-2 03810|2017.10.20
■ 도서 소개
김윤현 시인의 시집 『발에 차이는 돌도 경전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80>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묵묵히 가는 구도자와 같은 작품 세계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돌탑과 바위와 들꽃에 실어 노래한다.
■ 시인 소개
김윤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다시 그리워질까』 『적천사에는 목어가 없다』 『들꽃을 엿듣다』 『지동설』이 있다. 현재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돌탑 1 / 돌탑 2 / 마애불 앞에서 / 간고등어 / 적송 / 사막을 생각함 / 반반 / 탑리오층석탑 1 / 탑리오층석탑 2 / 겨울 논에 대하여 / 등 / 바람개비 / 낙동강 / 그곳에서는 / 노루귀와 감나무 / 길이 되는 사람 / 돌
제2부
길을 물으니 / 길 / 바위 1 / 바위 2 / 바위 3 / 강물 사랑 / 가실성당 / 수평선 / 산이 전하는 말 / 눈 / 꽃이어서 / 나무들 / 들꽃 1 / 들꽃 2 / 들꽃 3 / 반짝이는 별 / 연꽃 / 상생 / 노후(老後)
제3부
눈사람 / 삶이 있는 풍경 1 / 삶이 있는 풍경 2 / 만년설 / 석축 / 류(流) / 들꽃 / 남산제비꽃 / 메아리 / 눈사태 / 믿음에 대하여 / 화단에 피는 꽃 / 마네킹 / 최고봉 / 명당(明堂) / 벽공 / 기울기 / 약국 가는 길
제4부
새해에는 / 농게 / 기차를 타면 / 사는 일 / 처럼 / 인어 / 구름이 되어 / 두려운 인생 / 끼어들기 / 강물 / 꿈 / 대나무 곁으로 / 수목(樹木) 혹은 수목(修木) / 가고 싶은 길 / 오늘도 내일도 / 귀거래 / 나팔꽃 / 숲을 보면
작품 해설:낮춤과 구도(求道)의 길 - 고명철
■ 작품 세계
김윤현의 시를 음미하고 있으면, 좋은 시가 절로 품고 있는 어떤 구도(求道)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 모습은 결코 작위성을 보이지 않는다. 도(道)에 결핍되거나 결여된 것을 애써 드러냄으로써 그것을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거나 꽉 채워야 한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또한 시쳇말로 도가연(道家然) 척하지도 않는다. 김윤현의 시에서 만날 수 있는 구도는 대상이 품고 있는 자연스러움 자체로부터 생성되는 것이지 자연스러움을 일부러 비틀거나 낯설게 하는 어떤 왜상(歪像)으로부터 촉발된 심상과 거리를 둔다.
숱한 타자들의 이해관계로 이뤄진 우리의 일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위태롭다 하더라도 일상의 구조 자체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일상을 가까스로 지탱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우리의 일상을 숲에 비유한다. 갑작스런 천재지변이나 인위적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숲은 겉으로 볼 때 말 그대로 멀쩡히 아름다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인이 비판하고 있듯, 숲 속의 생태와 환경이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듯, “우리나라 정치집단”도 생태와 환경이 파괴된 숲 속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질타한다. 여기에는 숲 속 생태의 자연스러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바, 인간 사회의 정치집단 내에서 공생 및 상생하는 정치와 거리가 먼 자기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관철시키려는 정치의 파행에 대한 시인의 준열한 비판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김윤현 시인이 추구하는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가 가고 싶고 추구하고 싶은, 구도의 길로서 시인의 삶은 어떤 것일까. 그는 어떤 거대하거나 빼어난 삶의 길을 욕망하지 않는다. 그가 정작 바라는 삶은 “상식의 모범이 된 삶”(「석축」)으로, 바위의 속성을 지닌 “어디에 자리한대도 변함없는 표정”(「바위 3」)을 지닌 채 “여러 길을 품고 있는 사람 만나서//해가 떠서 달이 이슥토록 걷고 싶”(「길이 되는 사람」)은 삶이다. 물론, 이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김윤현 시인의 이러한 구도의 길은 중단되지 않은 채 묵묵히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서 지속되리라.
―고명철(광운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시인의 말
달리 먹을 것이 많지 않았던 시절
나는 홍시를 무척 좋아했다
홍시를 먹을 때는
맨손으로 몇 번이나 스윽 문지르다가
붉은색이 더 드러나면
잠시 쳐다보다가
침을 꼴깍 삼킨 후에야 먹었다
내 시가 홍시만이나 할지
■ 추천의 글
김윤현의 새 시집 원고를 읽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고야 말았다. 신라 천년 그날부터 ‘새벽을 여는 큰스님’으로 회자되는 원효대사의 경구 중의 하나가 내 몸속으로 달려드는 듯한 모종의 ‘깨우침’… 선종(禪宗)의 충격을 받았다. “버려진 돌을 모았을 뿐인데/탑이 되었다/돌 하나 더 얹어놓는 일/또한 마음속 돌 하나 덜어내는 것이리라 여기니/발에 차이는 돌도 죄다 경전이다/돌이 될지 탑이 될지는 마음에 달려 있는 것/어디 있어도 돌 하나가 곧 탑이라 여기니/뭐 굳이 쌓지 않아도 괜찮겠다 싶다”(「돌탑 1」). 세상에?! 버려진 돌, 발에 차이는 돌이 ‘죄다 경전’이라고 말하고, 쓰고, 노래하는 대구 달구벌의 시인 김윤현! 먼 백제 땅 전라도 내게도 ‘시(詩)의 지진(地震)’을 전해준다. 그 지진의 울림이 바로 내 몸의 지층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단 두 줄의 시 「강물」을 읽을 때에도 김윤현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시인인가를 알게 되고 이내 그리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었을 때는 무작정 건너려 했지만/이제는 누군가를 건네주고 싶다”(「강물」). 아, 이 짧은 시 속에 ‘낙동강 800리’도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내 어찌 모르랴. 시 「돌탑」과 「강물」을 비롯하여 「마애불 앞에서」 「돌」 「바위 1」 「메아리」 「사는 일」 「끼어들기」 등의 시편들 또한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다. 우리 강산 하늘과 땅의 잎새마다 고운 물이 들기 시작하는 이 가을, 대구 달구벌 천년만년의 동네와 요즘 따라 메말라지는 한국 문학판에 ‘시의 경사(慶事)’를 가져다준 김윤현 시인께 감사드린다.
―김준태(시인·전 조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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