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68)// 국자/ 김선
첫 시집 『눈 뜨는 달력』발간한 김선 시인
국자
김선
밭일 하러 나서는 어머니
구남매 먹여살리느라
허리가 구부러졌다
둥글게 휘어져
한쪽이 파였다
파인 곳에 그늘이 박혀있다
오목하게 쌓인 그늘
가난한 부엌 한 모퉁이에 걸려 있다
- 김선 시집 『눈 뜨는 달력』 에서
--------------
출근길 전철역에서 매일 음미하던 시다. 이른 아침 밭일 하러 나서던 그 옛날의 어머니, 그리고 지금은 이른 아침 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나, 어머니라는 자리의 고달픔을 동병상련으로 안으며 주먹을 쥐고 매일 아침 조우하던 그 시다. 때론 짧은 시 한 편이 백만 마디의 웅변보다 심장을 찌른다. 그래서 시인들은 자신을 갈듯 차가운 성찰과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 시의 주인공이 드디어 첫 시집『눈 뜨는 달력』을 발간했다. 참 따뜻한 보석 같은 시들 속에 방긋 웃으며 반기는 이 시를 나는 기꺼이 모셔왔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 어머니! 시인이라면 누구나 어머니에 관한 시를 한두 번쯤은 써봤을 것이다. 그 어머니의 이미지가 오늘은 국자가 되어 그리운 모성을 소환해낸다. 구부러지고 휘어졌어도 국그릇에 따끈한 모성을 담아내던 우리의 엄마들, 어머니 그 굽은 등허리를 어루만지듯 나도 국자를 든다. 무겁고 시린 등이 따뜻해온다.
[최한나]
--------------
김선 시인 /
1973년 전남 고흥 출생
2013년 <시와문화>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고흥 작가회 동인
시집 /『눈 뜨는 달력』
- [중앙뉴스] 최한나 기자 2017.08.29
'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등일보] 서향숙 동시집, <바글바글 무지개 마트> (0) | 2017.09.14 |
---|---|
[뉴스에이] 김선 시집, <눈 뜨는 달력> (0) | 2017.08.29 |
[울산매일] 김이삭 동시집, <감기 마녀> (0) | 2017.08.25 |
[뉴스페이퍼] 임성용 산문집, <뜨거운 휴식> (0) | 2017.08.16 |
[한라일보] 세월호 3주기 추모시집, <꽃으로 돌아오라> (0) | 2017.08.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