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한
한국 현대시의 체험과 상상력
160×234×27mm(하드커버)|352쪽|값 27,000원|979-11-308-1096-6 93800 | 발행일:2017.5.15
■ 도서 소개
주조 상실의 시대, 문학의 새로운 경향
송기한 교수의 『한국 현대시의 체험과 상상력』이 푸른사상사의 <현대문학연구총서 49>로 출간되었다. 격변하는 현 시대의 문단에는 과거와 같은 주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조를 잃어버린 이 시대에도 변함이 없는 것은 근원에 대한 의식과 갈망이라는 문학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테마임을 저자는 다양한 논설과 평문을 통해 대변하고 있다.
■ 저자 소개
송기한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국 전후시와 시간의식』 『문학비평의 욕망과 절제』 『한국 현대시의 서정적 기반』 『고은:민족문학에의 길』 『한국 현대시사 탐구』 『시의 형식과 의미의 유희』 『1960년대 시인연구』 『21세기 한국시의 현장』 『한국 현대시와 근대성 비판』 『한국 현대시와 시정신의 행방』 『현대문학 속의 성과 사랑』 『한국 개화기 시가 사전』 『한국 시의 근대성과 반근대성』 『문학비평의 경계』 『서정주 연구』 『현대시의 유형과 의식의 지평』 『인식과 비평』 『정지용과 그의 세계』 『현대시의 정신과 미학』 『육당 최남선 문학 연구』, 역서로 『마르크스주의와 언어철학』 『프로이트주의』가 있다. 문학평론가. UC BERKELEY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대전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부 교수로 있다.
■ 출판사 리뷰
“지금 우리 사회는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100년을 넘긴 근대문학의 역사 속에서 문학은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그때마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된 흐름은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 접어들어 시대를 대표하는 사조도, 문학이 나아갈 뚜렷한 방향도 짐작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변혁의 시대에는 더더욱 문학의 향방을 모색하기가 힘들다.
저자 송기한 교수는 시의 돌파구를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데서 찾는다. 근원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갈망이라는, 어쩌면 이 시대 고유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감수성. 그것을 품은 시인들의 노력이 조금씩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갈 것이며, 그들의 문학적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비평의 의무일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한국 현대시의 체험과 상상력』는 그러한 비평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1부에서는 변혁의 시대 속에서 시와 시인이 감당해야 할 임무에 대해 논하고, 2부에서는 송준영, 이동순, 이은봉, 오정국, 박정선, 문화영, 강해림 등의 최근 시를 통해 현대시의 복잡다기한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문학의 가치를 모색한다. 3부에는 신달자, 이상백, 윤덕점, 배소희, 김광순, 김홍기, 이옥, 박영식, 송찬호, 이중도 등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 도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시인들의 시대적 임무
시여! 이날을 노래하자!
내일을 여는 시인들의 지혜
우리 시대 시의 임무
체험의 정서적 감응력
생태적 요구와 수평적 사유
따스함, 혹은 평등을 향한 발언들
열린 광장으로의 길을 막는 소통의 부재
현대를 진단하고 뛰어넘는 다양한 문법
서정성을 통한, 사회를 향해 발언하는 방법
제2부 현대시의 자아와 상징
자연과 선시의 상관관계―송준영의 최근 시
원형적 리듬에서 걸러진 일상의 평화―이동순의 최근 시
가변적인 것과 항구적인 것 사이에서―이은봉의 최근 시
싱크홀의 시대적 경고와 숲의 상징적 가치―오정국의 최근 시
흔적 지우기와 세우기를 통한 새로운 자아의 탄생―박정선과 문화영의 최근 시들
견고한 것의 와해와 자유로운 영혼의 추구―강해림의 최근 시
제3부 상상력과 체험의 상관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삶의 저장소―신달자의 『북촌』
자아 성찰과 대상 끌어안기―이상백의 『밥풀』
조화와 근원을 향한 모성적, 축제적 세계에 대한 갈망―윤덕점의 『그녀의 배꼽 아래 물푸레나무가 산다』
자연과 하나 되기 위한 아름다운 서정의 세계―배소희의 『편백나무 숲으로』
고향과 자연, 나, 그리고 공존의 교향악―김광순의 『새는 마흔쯤에 자유롭다』
현실을 가로질러 얻어진 ‘수묵의 풍경’―김홍기의 『해평습지』
‘불림’과 ‘열림’의 상상력―이옥의 『길인 줄 알고 간 사람 얼마나 있을까』
‘흙’의 시학, 경계를 아우르는 건강한 통합적 상상력―박영식의 『굽다리접시』
근대로부터 파생된 서정적 거리를 극복하는 두 가지 방식―송찬호의 『분홍 나막신』과 이중도의 『당신을 통째로 삼킬 것입니다』
<필내음>과 생명 중심의 시학
이성인가 본능인가―김동인의 「광염소나타」
∎ 발표지 목록
∎ 찾아보기
■ 책머리에 중에서
근대 이후 한국문학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무척이나 성숙되어왔다. 시기 구분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긴 하겠지만 근대문학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그 과정 속에 수많은 사조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문인 또한 동일한 과정을 거쳐왔다. 그 과정이 소중했기에 찬란한 한국 문학사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거대한 장강처럼 흘러온 우리 문학사에서 주목할 만한 문학적 흐름도 있었고, 또 비평가나 문학사가, 혹은 작가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조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 남아 있는 것보다 더 풍부한 문학적 자산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취를 감춘 것처럼 비춰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비록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해도 문학 종사자들의 무의식에 알게 모르게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헤럴드 블룸의 상호 영향 관계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이는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거대한 문학적 흐름이 현시대에 와서는 사뭇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물론 여기서 이 말이 함의하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과거를 이어가는 일종의 계승의 차원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현시대의 문단을 지도하는 주류적 흐름이 없다는 말과 동일한 차원에 놓이는데, 실상 이 시대를 대표하는 사조랄까 주조는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것들이 문학의 배음에 깔려서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인가. 그러나 결과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어떤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든 지금은 주조 상실의 시대여서 문학 또한 뚜렷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그 나아갈 방향이랄까 경향이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근원에 대한 의식 혹은 그에 대한 갈망들이란 늘상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테마가 갖는 장점은 그것이 매우 보편적인 감수성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지만, 이런 흐름들을 두고 이 시대만의 고유성이라고 진단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군의 시인들에게서 이에 대한 성찰이나 갈망은 점진적이면서도 간단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조 상실의 이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작지만 강해 보이는 이런 노력들이 모아질 때, 비로소 주조라고 하는 것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문학적 경향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보편에의 지향이란 영속적인 것이어서 어느 한 시대만의 고유성으로 그 시효가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두고 이 시대만의 특수성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은 지적해두어야겠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하는 것이고 순환하는 것이다. 또한 지나온 것들이 당대 혹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동일하게 현재화된다고 해서 의미 없는 것이라 치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요구는 필요에 의해서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필연성이 없는 계기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사실은 매우 강조되어야 하겠다.
세기말이 경과하고 새천년이 도래한 지도 벌써 십수 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변화들이 사회에서 일어났고, 그에 반응하는 문학적 응전의 방식 또한 다양하게 형성되었다. 이런 임기응변이란 전적으로 문학인의 업적이자 능력에 해당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토해낸 문학적 열정들에 대해 감히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그 결과들에 대해 적절한 가치 평가와 문학사적 맥락화 또한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것이 비평의 중요한, 궁극적 의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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