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몸과 언어, 한국적 세계관
장은하 교수의 『우리말 신체 명칭과 한국적 세계관』은 현대국어에서 신체 각 부위를 가리키는 신체 명칭과 어휘구조를 통해 모국어에 담긴 언중의 세계관을 고찰한 책이다. 신체라는 하나의 세계를 한국인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는지, 얼굴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총 718개의 단어로써 규명해간다.
■ 저자 소개
장은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응용어문정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초빙교수로 있다.
■ 도서 목차
■ 책머리에
제1장 훔볼트와 바이스게르버의 언어관
1. 이론적 배경
2. 훔볼트와 바이스게르버의 언어관
3. 연구 약사
제2장 <신체> 명칭 객관세계의 기본구조
제3장 <전체> 중심의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1. <상태> 중심의 분절구조
2. <인식방식> 중심의 분절구조
3. <성질> 중심의 분절구조
제4장 <머리> 명칭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1. <전체> 중심의 분절구조
2. <부위> 중심의 분절구조
제5장 <목> 명칭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제6장 <몸통> 명칭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1. <어깨> 명칭 분절구조
2. <가슴> 명칭 분절구조
3. <복부> 명칭 분절구조
4. <등> 명칭 분절구조
5. <허리>, <옆구리> 명칭 분절구조
제7장 <팔다리> 명칭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1. <팔> 명칭 분절구조
2. <다리> 명칭 분절구조
제8장 현대국어 <신체> 명칭 어휘구조에 반영된 한국인의 세계관
■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출판사 리뷰
한국어를 통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고찰해온 국어학자 장은하 교수의 『우리말 신체 명칭과 한국적 세계관』은 언어가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훔볼트와 바이스게르버의 언어관을 근거로 하여. 우리의 신체와 신체 각 부위를 가리키는 우리말 단어들의 분절구조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현대국어의 신체 명칭 관련 낱말 718개를 귀납적으로 살펴보았다. 신체 명칭은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고유어를 기본으로 하여 단어가 이루어지고, 우리말 언어공동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어 순수한 우리말의 어휘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라는 대상과 관련된 단어만 해도 신체, 몸, 육신, 육체 등 여러 가지가 있고, 각각의 단어들은 비슷하면서도 쓰이는 용도와 어감이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에 신체라는 객관세계를 평가하고 관조하는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718개의 어휘들을 분석한 결과 신체 명칭 중 가장 어휘 수가 많은 것이 팔다리이고, 얼굴 중에서는 눈이라는 것 등으로부터 한국인이 신체에서 어느 부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신체 명칭에도 높임과 낮춤의 특성이 나타나는 등, 서열을 중요시하는 우리말의 경어법 체계 또한 확인할 수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언어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인가? 필자는 학생들과의 처음 학기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늘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라고 답변한다. 인류의 삶, 문명과 오랜 세월 같이한 언어를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언어가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이라면 언어 외에 다른 대체수단이 있어도 과연 인간의 문명과 문화는 비슷한 발전을 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언어는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언어라는 도구 없이는 화자의 생각을 조직화하고 세밀화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를 바탕으로 한 인쇄술의 발전과 지식의 재생산 없이는 지금의 인류의 문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옳을까?
언어는 화자와 청자 간의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모국어 화자의 정신세계를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이 사고하는 과정에 동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지 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인류가 객관세계인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각 민족마다 상이한 방식의 모국어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다르게 나타나며, 변별성을 가지게 된다.
2016년에 개봉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원제 Arrival)라는 영화에 보면 언어학자인 여주인공을 통하여 외계 고등생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장면이 나온다. 외계 고등생물의 언어는 원이라는 기호체계로서 인식되고 있었는데, 그 언어는 시간이라는 객관세계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언어와 상이한 다른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즉 인간이 시간이라는 객관세계를 관조하는 방식은 일직선상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외계 고등동물의 언어는 시간의 개념이 순환구조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그 순환구조를 바탕으로 하여 여주인공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상상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상이한 언어를 매개로 외계 고등동물과 인간의 소통을 주제로 한 이 영화는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의 단계를 넘어서서 인간의 사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해주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언어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훔볼트, 바이스게르버의 언어관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그는 언어의 내적 언어 형식은 단순히 화자와 청자의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서서 모국어 화자가 세상을 바라보고 관조하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언급하고 있다.
훔볼트는 모든 화자의 마음속에 내재적으로 존재하는 창조적인 언어 자체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언어는 단지 문법가의 분석에 의한 죽어 있는 성과물(Ergon, Werk, Erzeugtes)이라기보다는 각 민족마다의 의미적, 문법적 구조인 내적 언어 형식에 기반을 두고 유기체로 판단하여 변화하게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학설에 기반하여 현대국어의 신체 명칭 관련 낱말들을 귀납적으로 살펴보고, 신체 명칭 각각의 어휘구조를 통하여 한국인의 신체라는 객관세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관조하고 있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사람의 고유한 특성을 전제로 하는 <신체>와 관련된 말들은 대부분 고유어를 기본으로 하여 단어의 조성이 이루어지고, 언어공동체의 생활에 깊이 침투되어 그 사용 빈도수가 높으며, 비유적 기능이 강하여 순수한 우리말의 어휘체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신체’의 ‘눈’, ‘귀’, ‘코’, ‘귀’ 등의 기관은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감각기관이라는 점에서 <신체>라는 객관세계에 대한 분절구조의 해명은 한 낱말의 의미 구조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진 정신세계의 단면을 더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체> 분절구조의 <머리>, <목>, <몸통>, <팔다리>로 나타나는 각각의 하위분절에 대한 비교도 동일한 객관세계에 대한 다른 관점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질 것이다.
미디어 매체의 발달과 IT기술의 집약적인 발전으로 문명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문자 메시지, SNS, 노래 가사 등에서 쓰이는 축약어, 비어, 비표준어 등을 보면 우리말 자체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문장들은 일상생활에서 한층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Alors d'une chose à l'autre, M. Hamel se mit à nous parler de la langue française, disant que c'était la plus belle langue du monde, la plus claire, la plus solide: qu'il fallait la garder entre nous et ne jamais l'oublier, parce que, quand un peuple tombe esclave, tant qu'il tient sa langue, c'est comme s'il tenait la clef de sa prison...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의 식민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모국어를 잘 지키면 감옥에서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는 아멜 선생님의 말처럼, 모국어는 그 민족의 정신세계를 간직하고 반영하며 더 나아가 창의적인 사고와 결과물을 유도해낼 수 있는 동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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