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쪽|13,900원|2017.4.5
도서 소개
세상의 낯선 길을 찾아내는 짧은 이야기들
소설가 유경숙의 엽편소설집 『베를린 지하철의 백수광부』가 푸른사상사에서 출간되었다. 단숨에 읽어넘길 수 있는 짧고 경쾌한 소설들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인문과 철학을 넘나들며 풍부하고 소소한 이야기의 힘을 전한다.
저자 소개
유경숙
2001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집 『청어남자』와 e-book 소설집 『당신의 눈썹』 『백수광부의 침묵』이 있으며, 미니픽션 선집 8권을 공저로 펴냈다. 국제 문학단체 “한국 카잔차키스 친구들” 회장을 역임했다.
차례
■ 책머리에
1 유랑하는 자들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 / 특별한 소포 / 별장지기 조씨 / 국경 노인 / 랍샤의 유랑 / 불목하니 / 퓌센에서 / 베르쿠치 카잔 / 침낭 속의 남자
2 술의 시간
동경월야(東京月夜) / 가다가 돌아온, 최씨 / 월하독작 / 일진 사나운 날 / 처용의 변명 / 야경국가 시민
3 고요를 깨뜨리는 소소한 옛이야기
인왕제색(仁王霽色)을 그리다 / 택견의 고수 / 손돌목 / 성약, 지치의 효과 / 화관을 쓴 남자 / 피형극(皮影戱) / 투계(鬪鷄)의 전설
4 탱자나무집 계집애
섣달 그믐날 / 그 어쩔 수 없던 봄밤 / 독한 년 / 진눈깨비로 인하여 / 살비듬 / 탱자나무 가시는 제 살을 찌르지 않는다 / 기우도(騎牛圖) / 단경기(斷經期) / 속살 / 그 가을의 전설
5 증미산 사람들
치명적 실수 / 매파 시대 / 연비어약정 / 신만무방뎐 / 길 잃은 팜티루엔 / 보물 서점 / 끽연가 / 첨탑 꼭대기에서 / 옹(翁)과 환(幻)의 대화
6 별종들
작업반장 조씨 / 쟁기 / 짝귀 / 먹물꽃 / 급성 중독 / 먹물 1 / 먹물 2· / 반추동물의 입냄새 / 세상의 소금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
7 천지자연이 나의 스승
불무골의 여름밤 / 꽃물 / 구들장 / 낙타, 멍에를 벗다 / 매미 / 이화원경(梨花遠景) 1 / 이화원경(梨花遠景) 2 / 자웅동체(雌雄同體) / 기억 저편의 기억 / 밥 / 민달팽이
[발문] 영원히 끝나지 않을 세헤라자데의 저녁_ 손종업
찔딱! 찔딱! 그의 발짝 소리가……_ 심아진
출판사 리뷰
담백한 엽편소설의 매력
작가 유경숙의 소설은 화려하지 않다. 과장되어 있지도 않다. 간이 강하지 않은 사찰 음식을 먹을 때처럼, 씹을수록 재료의 본디 맛이 돋보이는 소설이랄까.
그의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는 짧은 엽편소설들의 모음집이다. 흔히 ‘콩트’로 분류되곤 하는 짤막한 이야기들을 접한 독자들은 뒤통수 치는 반전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기대에 다시 반전을 안기는 것이 유경숙 엽편소설이다. 뒤통수를 어루만지기보다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게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1부 유랑자들’에서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기이한 크메르 노인에서부터 독수리 사냥꾼 베르쿠치에 이르기까지 광야의 유랑자들이 등장한다. ‘2부 술의 시간’에서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나무를 꾸짖으며 홀로 술을 마시는 월하독작가와 번개 맞은 대추나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최씨의 이야기 등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3부 고요를 깨뜨리는 소소한 옛이야기’에서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재발견과 재구성이 돋보이며 ‘4부 탱자나무집 계집애’에서는 작가의 현재 모습을 짐작케 하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5부 증미산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부필녀(匹夫匹婦)들의 단면들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6부 별종들’에서는 세상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먹물들을 예리하게 꼬집으며 우리가 한 번쯤은 보게 되는 별종 아닌 별종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7부 천지자연이 나의 스승’에서는 자연을 사랑하고 따뜻하게 보살피려는 작가의 선한 품성과 섬세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편안하고 정겨운 이야기의 향연
작가 유경숙은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입하려는 의도 없이 덤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중세의 풍류 시인처럼 그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는 동서양의 인문, 철학을 아우르고 중앙아시아에서부터 유럽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망라하며 서라벌 시대로부터 태풍 나비를 걱정하는 현재까지 모든 시간을 오르내린다. 그러나 그 어떤 소재들도 그의 정감 어린 화법을 거치면 친근하고 편안한 것으로 바뀐다. 가본 적 없는 중세 수도원이지만, 강을 건너는 고려의 왕을 만난 적도 없지만, 더더군다나 라오스 국경 근처의 원시인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작가 유경숙을 통과하는 순간 그것들은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장면이 되고 만다. 이번 작품들에 등장하는 필압(筆壓), 수조엽락(樹凋擛落), 체로금풍(體露金風), 조로서도(鳥路鼠道), 애응지물(愛膺之物), 호흥(豪興), 늑골거근(肋骨擧筋), 잠향(潛香) 등 다소 생경할 수 있는 한자어들도 그가 끌어오는 순간 일상에서 늘 쓰던 단어처럼 편안해진다. 또한 그의 문장들은 능청스러워서 더 정겹다. 그의 소설에서 ‘제 속에서 나온 살붙이라고 서너 달 동안 살살 달래고 어른, 꽃샘추위에 아린을 비집고 나온 자목련 꽃잎처럼 여리디 여린 놈’은 치질이고(「속살」), ‘평생을 암수 놈이 한 몸으로 붙어서 똥구멍 맞추고 사는 족속들’은 민달팽이이다.(「자웅동체」) 남자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한 여자가 ‘남자를 무거운 석관에 집어넣고 열쇠를 채워 우주 밖으로 내던지기도 했고 지독한 우울증에 걸리게 해서 북해로 흘러드는 라인강에 빠뜨리기도’ (「침낭 속의 남자」) 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비장해지기 전에 웃음이 먼저 터진다.
어찌할 도리 없는 이야기꾼, 작가 유경숙
작가는 호랑이 등에 업혀가 과거에 급제했다는 문화 유씨 선조의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려준 할머니를 언급한다.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서사가 생겨났겠는가! 모름지기 서사는 인류의 시작부터 그 뼈와 살을 불려가며 인간들과 함께했다. 우리는 매일 몸집을 키우고 치장을 하고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는 이야기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작가는 당연히 그러한 역할을 기꺼이 감당할 한 사람이다. 그는 호랑이를 타고 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조곤조곤 들려줄 줄 아는 사람이다. 어찌할 도리 없는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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