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가와 함께하는 책읽기]
동심과 만나는 즐거움
수업 끝/하빈사회화 과정에서 동심도 오염되고 있다. 그러나 시의 진정성은 동심 아닐까? 아동문학은 동심의 문학이라서 정겹고 믿음이 간다.
"하느님은/위대한/화가입니다.//오직/한 가지/색만으로//저토록/아름다운 세상을/그려 놓을 수 있다니!" -동시 '눈'
하빈의 동시집 <수업 끝>에 실린 작품이다.
눈이 내리면 하늘나라 선녀님을 떠올리면서 들떠버리지만, 오직 한 가지 색만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낸 하느님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 하느님이니까 얼마나 위대한 화가이신가. 이런 철부지 같은 생각이 동심의 본질 아닐까? 이때쯤 눈이라도 펄펄 내린다면 더없이 어울릴 텐데.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표현도 더러 만난다. 상상력이 잘 받쳐주기 때문에 감동은 더해진다.
"식탁 위 음식들이/공부하러 갑니다.//1교시:입 안/2교시:위/3교시:소장/4교시:대장//영양분이 되는 공식/피가 되는 원리//그 어려운 수업/다 마쳤다고//교실 밖으로/튀어 나오며//'수업 끝'이라고/외치는 소리//'뽀-옹'." -동시 '수업 끝'
음식물이 입 안으로 들어와 위,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내려간다.
그런 소화과정이 음식물의 공부시간이란다. 영양분이 되고, 피가 되는 원리를 배우면서…. 방귀는 그 과정이 끝나면 나온다.
어쩌면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튀어나오며 '수업 끝'을 외치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의 동시를 읽으면 몇 번이나 감탄한다. 어쩌면 이처럼 순박하게 노래했을까 하고.
동심과 만나는 일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박일
동시인
1946년 경남 사천 출생. 1979년 <아동문예> 동시 추천 완료, 계몽사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부산문학상 등을 받았고, 동시집 <주름살 웃음> 외 11권과 <동시문학 창작과 그 세계> 등을 발간했다. 현재 '아름다운 동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일보 /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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