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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대구일보] 맹문재, <기룬 어린 양들>

by 푸른사상 2016. 11. 16.

오피니언│전태일 / 맹문재

 

 

 

나는 완전에 가까운 그의 결단을/ 지천명처럼 믿네// 그에게는 하루 14시간의 작업이나/ 단수(斷水) 같은 월급이/ 문제가 아니었네/ 위장병이나/ 화장실조차 막는 금지도/ 문제가 아니었네// 바늘로 졸음을 찌르며/ 배고파하는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일이/ 문제였네// 내게 인정으로 배수진 치는 법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 최후까지 알려줄 것이네

시집 『기룬 어린 양들』 (푸른사상, 2013)
  


 

지난 11월13일은 전태일 열사가 몸을 불사른 지 46년 되는 날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14일은 박정희 탄신 99주년이었다. 
또 그의 딸 박근혜는 국민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어 아직도 청와대 안에 꼭꼭 숨어있다.
큰 물줄기를 관통하며 흐르는 역사 앞에 김종필 씨의 증언이 겹쳐 마음이 무겁다.

그동안 전태일에 대한 숱한 평가 작업이 있었고, 그를 기리는 여러 사업들을 해왔다.

반세기가 가까워오는데도 여전히 노동문제는 우리사회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전태일은 또렷한 현재적 의미와 이어진 역사적 사실이면서 노동 운동의 현재적 상징이다.
다만 전태일 정신을 단지 노동문제나 자기희생의 정신만 강조되는 수준에 가두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다시금 전태일 정신을 환기해내는 일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시국에 전태일 정신의 진정한 계승이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진정한 전태일 정신은 무엇이며, 그 정신을 어떻게 올바로 계승해 나가야할까. 전태일의 분신은 한국노동운동사의 새로운 전기를 연 계기가 되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 어떤 경제학자나 사회학자가 전 생애를 바쳐 쌓아올린 연구업적과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에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다준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삶의 진정한 의미와 노동자의 권익에 대한 자각이 널리 확산되었으며,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 반드시 최우선이고 지고지선의 가치가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갖게 되었다.

시인은 그러한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훗날 공고를 나와 노동자의 삶을 산 이력을 갖고 있다.
‘전태일 평전’을 끼고 다닌 시인에게 전태일의 삶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시인은 전태일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할지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하지만 그는 노동운동 차원에만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준 일이 문제’라는 진술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온기를 더 중요시 여겼다.
“우리는 전태일에게서 ‘가장 인간적일 때 가장 진보적이 된다’는 명제를 배우게 된다”고 쓴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서문을 기억한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18일부터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서 단 한 푼 정부 지원 없이 시민들의 성금으로 ‘전태일 시민문화제’가 열린다.
지금껏 그에게 덧씌워진 ‘과격불순분자’라는 편견을 벗기고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로 거듭나는 좋은 기회이다. 
전태일 뿐 아니라 ‘전태일 사상은 각성된 밑바닥 인간의 사상’이라고 한 조영래의 고향도 대구다.
전태일, 조영래의 고향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대구가 되어야할 것이다.
오는 18일엔 대구에도 그러한 함성으로 가득 차리라.

 

 

 

 

대구일보/2016.11.16/ 

출처 : http://www.idaegu.com/?c=8&uid=352369

 

 

 


 

푸른사상의 시선 시리즈인 맹문재 선생님의『기룬 어린 양들』에 있는 「전태일」이라는 시가

 

대구일보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시 소개와 함께 전태일 열사의 정신에 대하여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시집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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