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 18년 만의 첫 산문집…
서정성만큼 깊구나, 지적 탐닉
김혜영 '아나키스트의 애인' 화제, 서승은 매혹적 그림까지 곁들여
김혜영 시인의 첫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푸른사상 펴냄)이 잔잔히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시인은 평소 시와 산문, 평론을 쓴다. 계간 '시와 사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시인이면서 대학에서 시 쓰기와 영문학을 강의한다. 시인은 예민한 감각을 지녔거나 감각의 세계를 즐겨 탐닉한다. 학자는 감각에만 기대지 않고 논리, 이성, 지식을 중시한다.
산뜻한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이 보여주는 산문 세계는 예민한 감각과 차분한 판단이 공존하는 글쓰기이다. 지난달 중순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최근 2쇄에 들어갔다. 김 시인의 글맛과 서승은 화가의 매혹 넘치는 그림이 어우러진다.
서승은 화가의 삽화. |
박열을 힘껏 돕다 일제의 감옥에서 '의문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자신의 시 '가네코 후미코'를 책에 소개하면서 말한다. "제국주의의 틀을 벗어나 '진실한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삶을 선택한' 가네코 후미코가 찬란한 불꽃으로 부활하기를 기다린다."
김 시인은 "1997년 '현대시'로 등단한 뒤 18년 동안 조금씩 쓴 글을 모은 첫 산문집"이라고 했다. 감각적 인식과 표현에 그치지 않고 이를 논리와 지식으로 탄탄히 받치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가 느껴진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와 만나 인터뷰에 동참한 체험을 글로 쓰면서 김 시인은 '자크 랑시에르는 누구이며 어떤 철학을 하는지'로 말문을 열기보다 이렇게 말한다. "그의 이론은 책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그의 육체와 분위기를 만나는 이 느낌은 어떻게 설명할까? 짧은 인터뷰였지만 내 마음에 각인된 것은 먼 이국의 철학자를 만나는 경험의 따스함이었다."
'가벼움의 미학'에서 밀란 쿤데라를 좋아한다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예로 든다. "그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얘기하는 마법을 부린다. 정치적으로는 개혁적이고 완전주의자이지만, 성적인 유혹에 아주 쉽게 넘어가는 주인공을 통해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삶을 엿볼 수 있다." 시인 김혜영의 글 또한 그런 느낌이다.
국제신문/2016.01.18/조봉권 기자/bgjoe@kookje.co.kr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160119.22023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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