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첫 의병장 송빈 등 ‘청주송씨 4대기’ 소설로 부활
장편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
소설가 김인배, 역사 인물 재해석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김해성을 지키다 순국한 조선 최초의 의병장 송담 송빈 등 청주송씨 4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탄생했다. 소설가 김인배 씨는 최근 송빈의 부친 송창부터 송빈의 장남 송정백과 손자 송제성에 이르기까지 청주송씨 4대를 다룬 장편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푸른사상)를 출간했다.
<오동나무 꽃 진 자리>는 유성이 떨어지던 밤에 송빈을 낳은 송창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송창은 진영 하계리에 처음 터전을 잡은 청주송씨의 입향조(入鄕祖·마을에 가장 먼저 정착한 조상)인 송승은의 4대손이다. 송승은이 성균관 대사성 벼슬을 버리고 하계리로 내려온 이후 송창 때에 이르러 청주송씨 문중은 번창의 기초를 닦았다.
송빈의 이야기는 소설의 대부분에 걸쳐 있다. 어려서부터 명민했던 송빈이 젊은 시절에 '대의'라는 참다운 삶의 의미에 눈을 떠 가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돼 있다. 송빈이 임진년(1592년)에 김해성을 사수하기 위해 벌인 나흘간의 전투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관군의 지원 없이 송빈을 중심으로 뭉친 의병들이 왜군과 맞서 싸운 임진왜란 최초의 격렬한 전투가 현장감 있게 묘사됐다. 특히 송빈이 장렬하게 순국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소설은 송빈의 장남 송정백의 삶으로 이어진다. 송정백은 부친이 순국한 뒤 의병장 곽재우의 휘하에 들어가서 김해의 의병장으로 활약한다. 영남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왜군과 싸우며 여러 번 전공을 세웠다. 전란 이후에는 과거에 급제하고도 끝내 벼슬길에 나가기를 거부했다.
송제성은 송정백의 둘째아들이다. 그는 아들이 없이 딸만 둘을 둔 숙부 송정남의 양자로 들어가 사천공파의 맥을 잇는다. 송제성은 평생 학자의 길을 걸은 인물이다.
김 작가는 1975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한 뒤 <하늘 궁전>, <후박나무 밑의 사랑> 등의 소설과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 등의 저서를 발표했다. 그는 2013년 김해의 청주송씨 문중으로부터 송빈의 일대기를 중편소설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내놓은 작품이 중편 <진실의 늪>이었다.
김 작가는 "<진실의 늪>을 발표하고 난 뒤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좀 더 이야깃거리를 확장하여 단행본 장편으로 다시 쓰는 것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편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를 구상했다"면서 "<진실의 늪>이 송빈의 이야기에 국한돼 있는 반면 <오동나무 꽃 진 자리>는 시대를 길게 잡아서 4대에 걸친 이야기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송빈은 임진왜란 초기의 의병장들이었던 김해성 4충신 중에서도 필두에 오르는 인물이다. 의병장 중의 의병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역사소설은 잘 알려진 인물을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역사의 지층에 묻혀 있는 인물을 발굴해 재해석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시인인 중앙대학교 이승하 교수는 책의 발문 '가문의 역사가 지역의 역사가 되고, 또 나라의 역사가 되기까지'에서 "김인배 작가는 팩션을 쓰는 아류 역사소설가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그 위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소설을 쓰는 정통파 역사소설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은 청주송씨 가문의 4대에 걸친 가족사이기도 하면서 조선의 의병사이기도 하다. 한 집안의 역사는 미시사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그 집안의 역사가 국가의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 그것은 미시사라고 할 수 없다. 그 역사가 '의병의 효시'였고 또한 임진왜란의 첫 번째 승전보였다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평가했다.
김해뉴스/2015.11.11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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