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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강원도민일보] 정일남 시집, <봄들에서>

by 푸른사상 2015. 10. 5.

정일남 시집, <봄들에서>, 강원도민일보, 2015.10.3



‘광부시인’의 고단한 이력
막장생활 속 틈틈이 습작
소박한 언어로 울림 선사


삼척 출신 정일남 시인은 우리나라 1호 ‘광부시인’이다. 관동대 상학과를 중퇴하고 1961년 태백 장성광업소 채탄 광부로 입사해 막장에서 직접 석탄을 캐면서 틈틈이 습작을 했다. 1970년대 초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에도 1980년까지 광부생활을 이어갔다.

그의 열번째 시집 ‘봄들에서’는 발파공으로 광산을 떠돌던 고단한 삶의 이력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시인은 시 ‘폐광촌 언덕에서’에 등장하는 시인의 동료처럼 우리 모두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음을 말한다.

‘반공 포로 윤달주는 선산부/머슴 강민석은 후산부/전과자 배남준은 착암기 운전공/…/나는 다이너마이트를 메고 다닌 발파공이었다//이들은 나와 생사를 같이한 길벗들이었지/심장이 불덩이처럼 뜨겁던 이립의 나이에//…//죽은 그들의 공동묘지에 폐가 망가진 낮달이 뜬다/소복한 여인이 묘지에 와서 잡초를 뽑는다/미망인의 지난날을 물어보지 못했다’(시 ‘폐광촌 언덕에서’ 중)

황정산 시인은 작품해설에서 “정일남 시인의 시를 읽으면 폐광 근처에 서 있는 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시인의 들풀같은 소박한 언어가 깊은 울림과 사유의 무게를 얻게 되는 것은 가난을 택해 그것을 슬픔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집에 실린 50여 편의 시에는 자신이 경험한 삭막한 삶, 폐허의 세상이 냉소적인 시어로 빚어져있다. 시집 첫 장에 실린 시인의 말부터가 그렇다.

‘객지는 향수와 한패가 되어 싸고돌았다. 내 삶은 고운 무늬를 이루지 못했다. 고향 밀밭을 잊은 지 오래다. 허기지면 시를 주워 먹었다. 생은 이렇게 질기다.’

안영옥 okisoul@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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