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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새전북신문] 김도수 시집, <진뫼로 간다>

by 푸른사상 2015. 7. 24.

김도수 시집, <진뫼로 간다>, 새전북신문, 2015.7.15.


고향 사랑하는 마음 고스란히
[■ 화제의 책] 김도수 산문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월곡양반 월곡댁/ 손발톱 속에 낀 흙/ 마당에 뿌려져/ 일곱 자식 밟고 살았네’ 이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희귀한 기념비가 그의 고향마을 앞 고추밭 한 귀퉁이엔 세워져 있다. 바로 부모님께 바치는 ‘사랑비’다.

“취직이 되면 주말마다 술병을 들고 진뫼마을로 달려오라”고, 막내아들 보고 싶은 마음을 살아생전 그리 표현하던 어머니. 취직이 되고 보니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셨다. 그 말씀이 가슴에 사무쳐 첫 봉급 타던 날 통장 하나 따로 만들어 속옷 값을 넣는 등 차곡차곡 돈을 모아 그 돈으로 부모님 땀 흘리던 마을 앞 고추밭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빗돌 하나를 세웠다. 그 비에 새긴 ‘손발톱 속에 낀 흙’은 두메산골에서 오로지 자신의 몸뚱아리를 닳아치는 것으로 자식들을 건사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한 생애와 헌신을 증거한다.

임실군 덕치면 진뫼마을이 고향인 김도수(57)씨가 산문집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전라도닷컴 발행, 값 1만5,000원)를 펴냈다. 작가는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이제 막 당도한 잃어버린 낙원, 혹은 되찾아야 할 마을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2004년 펴낸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에서 보여준 고향사랑이 더 깊어졌다.

남에게 팔려버린 고향집을 12년 만에 되찾고 나서야 밤마다 진뫼마을 곳곳을 헤매던 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람. 목요일 저녁이면 주말에 고향집으로 가지고 갈 보따리들을 현관에 가지런히 챙겨놓아야 비로소 안심되는 사람. 딸아들이 현관 초인종을 누르면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물어보곤 ‘진뫼’라고 대답해야 문을 열어주는 사람. 김도수시인을 사람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야 한다면 ‘고향을 징글징글하게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빛나는 것은 산골마을에서 자식들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한생애를 바쳤던 어머니의 헌신과 아버지의 개성이 문장 곳곳마다 드리워져 있다. 육성회비가 없어 학교에서 쫓겨온 아들을 빈손으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가 눈물 펑펑 쏟던 길에 얽힌 추억, 억척스러움과 한량 기질과 타고난 해학이 한데 버무려진 아버지의 일화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언젠가 저 보따리, 고향집 안방에 꼭 풀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던 나의 보따리처럼 누구든 꿈보따리 하나씩은 보듬고 살아가길...” 작가는 ‘고향’이란 꿈보따리를 결코 내버리지 않고 살아오면서 이처럼 축원의 메시지를 건네다. 작가는 2006년 ‘사람의 깊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 산문집 ‘섬진강 푸른물에 징검다리’(전라도닷컴, 2004), 시집 ‘진뫼로 간다’(푸른사상, 2015) 등을 펴낸 바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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