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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미디어서평

[머니투데이] 이종섶 시집, <바람의 구문론>

by 푸른사상 2015. 8. 10.

이종섶 시집, <바람의 구문론>, 머니투데이, 2015.8.8

 

 

[시인의 집]타인의 시선이 조이는 '코르셋'
<9> 이종섶 시인 '바람의 구문론'…뒤틀린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다

 

 

 

 

 

한국사회는 물질 만능과 외모지상주의에 함몰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마치 기형적으로 뒤틀린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가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라고 말하듯, 아름다움은 순기능적인 역할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그 정도를 넘어선 분위기다. 강남의 성형수술 병원이 호황을 이루고 외국인들이 성형 관광을 오는 것을 환영해야 할지 모르지만, 사회 흐름이 외모지상주의를 떠받드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고 천박해 보인다. 화장하고 화려한 치장을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기는 실제 말과 행동에서 나오지 않는가. 이종섶 시인의 ‘코르셋’은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상대방의 시선에 길드는 외모지상주의에 함몰된 현실을 질타하고 있다.

뼈가 굳기 전부터 철로 만든 실 옷을 입어야 하는 분재들, 전시장에 앉기 위해 먹을 때도 배설할 때도 심지어는 잠잘 때까지도 철사로 단단히 조이는 속옷을 입어야 했다 자랄수록 더 질기고 두꺼운 옷으로 입어야 하는 운명,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낄 때마다 몸을 참아야 했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몸을 만들어야 평생 행복하다는 교훈, (‘코르셋’ 중)

시에서 “잘 다듬어진 몸매만 바라보며 찬사를 늘어놓을 뿐 사슬이 남긴 흉터자국에 대해선”외면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의도는 다양성이 배재된 사회, 주체적이지 않은 유행을 따르는 사회는 정신의 빈곤함만이 보여줄 뿐임을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으로 전달한다.

“성형천국으로 인도하는/소인국의 유일한 경전, 코르셋”은 외적 아름다움의 추구가 결코 내적 아름다움으로 이어지지 않고 고통만 동반할 뿐임을 말한다. 이러한 고통의 원인은 외형에만 심취한 현실의 어두운 단면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내면이 아닌 외부의 시선만을 의식하다면 분재된 나무처럼 고통스런 삶일 것이다. 타인의 잣대로 뭉개진 삶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 시는 뒤틀린 나무와 같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코르셋”에 빗대어 외모를 질타하면서 내면의 뒤틀린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는 타자의 틀에 맞춘 미적 기준에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와 무관한 조작된 여론과 욕망에 허덕이는 획일화된 현대인의 내적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는 거대 미디어의 여론몰이식에 빠져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끊임없는 돼지몰이에 골몰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형적 기준인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있고, 수많은 일반 대중은 다양성이 결여된 방송 미디어에 정신을 뺏겨 세상을 바로 보는 시선이 왜곡되었다.

시는 편협한 미디어에 가치판단을 흐리게 하는 외적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함을 말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벼랑에 선 소나무가 한없는 바람의 꺾임에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외형적인 모습보다 내면의 자유를 느끼기 때문이다.

◇ 바람의 구문론=이종섶 시인/푸른사상/142쪽/8000원

 이철경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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