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수, <진뫼로 간다>, 전북도민일보, 2015.5.18.
김도수 시집, 사무치는 그 땅 ‘진뫼로 간다’
“배추밭에 들어가 풀 매고/ 밭두렁 올라서는데/ 고무신 속 몽근 흙/ 발걸음 옮길 때마다 곰지락거린다// 울 어매 발바닥 닳게/ 내 생명 키워준/ 그 흙 한 톨도 아까워// 다시 밭으로 들어가/ 탈탈 털고 나왔다”「흙」전문
섬진강 상류 산골짝 강변 마을에서 태어난 김도수 시인. 그의 고향에 대한 마음은 조금 각별하다. 주말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구었던 그 땅에 가서 밭을 갈면서, 부모님의 살과 다를 바 없는 흙을 매만지는 시인.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자연이 안겨주는 풍요로움이 있었기에 그는 고향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시인의 소중한 이야기들이 한 권의 시집에 담겼다. 그의 첫 시집 ‘진뫼로 간다(푸른사상·8,000원)’를 펼치는 순간, 구수한 사투리와 진솔한 표현이 독자들의 가슴을 짠하게 울린다.
이에 대해 김 시인은 “이 시집에 쓰인 언어들은 가능한 한 나의 고향 마을에서 통용되는 말을 그대로 썼다. ‘촌스럽다’고 흔히 폄하되기 일쑤인 시골말 속에 담긴 삶의 생생함과 진정성을 같이 나누고픈 마음이다. 내겐 고향 말이 변방의 사투리가 아니다. 어머니의 말이자, 일상의 표준어이다”고 말한다.
임실 진뫼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각각의 시편에서는 전통적 농경을 근간으로 살아왔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 속에서 함께했던 가족들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그려내고 있어 더욱 사무친다. 그의 시편들은 따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매우 평이한 내용이지만, 애써 시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파헤치고 간추려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더욱 와 닿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복효근 시인은 그의 첫 시집 해설에 붙여 “팽팽한 언어의 긴장 속에서 논리적 분석력으로 읽어야 할 시가 있다면 언어가 그려주는 온전한 풍경과 느낌에 젖어들어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시가 있다”면서 “김도수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은 자신이 뱉어내는 시어와 참 닮은 듯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인은 퇴근하면 서실에 놓은 부모님 사진 앞에 아내와 자식들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끝낸다. 이미 팔려버린 고향집을 12년 만에 되찾아 안방에 부모님 영정 사진을 걸어놓고, 취직을 하자마자 돌아가신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통장을 만들어 그 돈으로 부모님이 땀 흘리던 밭두렁에 ‘사랑비’를 세웠다. 그리고 주말마다 막걸리를 올리고, 사라진 고향 강변의 징검다리를 마을 울력으로 다시 놓고, 관공서 표지석으로 끌려간 고향 강변의 ‘허락바위’를 간절한 민원 편지를 써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등 고향의 모든 존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시집에서 김 시인이 진뫼를 노래해야만했던 이유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시인은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면서, 진뫼로 간다.
박남준 시인은 “시집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마을 사랑과 절절한 사모곡이라니, 코끝이 짠하다”면서 “가난해서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은 떠나간 사람들이 살던 마을의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시로 다시 살아나서 마을 앞 강물처럼 반짝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선옥 소설가는 “지금 하루 삼시 세끼 잘 먹고 사는데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자꾸 속이 허전하거든 김도수가 나직이 들려주는 말에 귀 기울여보라”면서 “그럴 때 당신은 놀라운 생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될 것이다”고 추천했다.
김도수 시인은 전북 임실 진뫼마을에서 태어나 2006년 ‘사람의 깊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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