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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김은정,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by 푸른사상 2015. 4. 2.

 

 

시집에 대하여

김은정 시인의 시집 『일인분이 일인분에게‘나-너’ 관계에 대한 절절하고도 따뜻한 동일성의 상상력, 자기 기원에 대한 깊은 회감과 고백, ‘시’를 향한 매혹적이고 궁극적인 사유 등이 결속되어 있다. 독자는 이 시집에서 사랑과 기원을 찾아가는 시인의 자의식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소개

김은정 金垠呈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했다.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풍자 문학에 나타난 정치적 상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경상대학교에서 강의하였다. 시집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학술서 『연암 박지원의 풍자정치학』이 있다.

 

시집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나의 긍지인 당신

기내식 / 맞절 / 이름 / 꽃 / 짐 / 정체성 / 여한은 나의 힘 / 크레마 / 아침 / 촉 / 함께 밥을 먹어요! / 봄비 / 죽음에 이르는 검증 / 품 / 햇빛

제2부 무한 순정의 근친이 된 듯

계좌 / 귀하의 휴머니즘은 정품입니까 / 내 안 예쁜 곳들의 피눈물 / 착한 심장 하나 걸어오고 있네 / 꽃잎 / 의혹 / 발판 / 악, 위대한 약 / 피아노 / 마른 풀잎을 쓰다듬는 달 / 북 치는 우주 / 우리는 / 관리자 / 지시문 읽고 달리기 / 모자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제3부 하늘 복 주머니 땅 복 주머니

새순 / 화분 / 고구마 / 고개 넘어가기 / 멋진 파계 / 나팔꽃 잔 / 야채 파일 첨부 / 늑도 / 완사역 / 삼천포로 빠지세요! / 열치매 나타난 지리산 / 유배지에서 보내는 벨소리 / 그랑께나가 내 말은 / 수평선 / 일인분이 일인분에게

제4부 내 영혼의 순백 에베레스트

아버지 / 출향 / 어머니의 침묵 / 태창 95 / 초록색 장갑 / 아버지의 가을 아침 / 만덕화 할머니 말씀 / 이력서 비창 / 바다의 밑변을 만져보았니? / 힘 이야기 / 구름 애인 / 하늘 원고지 / 레스보스의 작업실 / 책 ― 죽은 자와의 인맥 / 책 읽는 함초롬 눈동자

제5부 자, 우리도 뽀뽀!

선반 / 내 사랑 쿠폰 / 해바라기가 피어 있는 구석 벽 / 깊이에의 옹호 / 촌철살인에의 옹호 / 문 / 루비 울타리 / 블루베리 브라우니 / 공 / 다리 / 인생, 이 예쁜 손님 / 즐거운 착시 / 뽀뽀 / 진품 / 후손

해설:사랑과 기원을 찾아가는 시적 자의식-유성호

 

추천의 글

예삿일이 아니다. 자웅동체의 규모와 정밀이 짱짱하게 어우러진다. ‘당신’이라는 화자의 대칭과 그것이 환경인 무한이 위의를 일으킨다. 또한 ‘출발’이라는 결연한 의지의 변주가 삶의 능동성을 드러낸다. 이런 판에 때때로 ‘체중 0의 가벼움’을 제 심상으로 삼는다.

‘아침’의 시가 여기에 자리 잡는다. 오랜 상습적인 저녁을 가차 없이 쇄신하는 기상 활발발이다. 묵은 슬픔 따위도 다 걸러내고 있다. 과연 차디찬 뜨거움이다.

10여 년 전 김은정의 시를 보고 놀랐는데 그 놀라움은 이제 또 다른 고전적인 어법을 갖춘 이 묵중한 세계로 과시된다. 시인가, 철학인가.

그 어떤 흥행에도 한 점 동요 없는 ‘여한’의 정체성이 눈을 번쩍 뜨게 한다. ‘의혹’ 봐. ‘돛 단 삶’이라니 ‘별의 젖가슴’이라니. 이백의 누설인가 ‘하늘 원고지’라니.

― 고 은(시인)

시 세계

대체로 김은정의 시편에는, 시인이 사물을 해석하고 그것을 실존적으로 전유하려는 욕망이 깊이 관철되어 있다. 그녀는 사물을 물리적 속성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그 사물들과 자신이 맺어가는 관계 양상에 깊이 주목한다. 가령 첫 시집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천년의시작, 2006)의 해설을 쓴 김열규 교수는 “시인의 감정과 사물의 속성 사이의 안일한 야합이나 술 취한 듯한 도취 등은 그녀의 시에서는 얼씬도 않는다.”라고 멋지게 갈파한 바 있는데, 이처럼 그녀는 주관과 객관 사이의 단순한 결합에 한껏 원심력을 부여하면서, 사물을 온전하게 재현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만의 경험적 직접성을 섬세하게 저며 넣는 시인이다.

그런가 하면 김은정 시인은 2인칭의 존재에 대해서는 ‘나-너’의 온전한 관계를 충실하게 소망하면서, 그 2인칭이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고 찾아내야 할 시적 대상임을 고백하고 다짐한다. 자연스럽게 ‘연가’의 형식을 띠게 되는 이러한 목소리는, 첫 시집에서도 그녀 시편을 일관되게 규율해온 원초적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놀랍게도 첫 시집의 표4 글에서 이미 강은교 선생은 “나와 너가 있다. 우리는 존재한다. 연애 속에서, 연애의 완성이 아닌, 그 끊임없는 지속 속에서.”라고 그 속성을 핵심적으로 응집한 바 있다. 이처럼 연가의 형식을 집중적으로 띠는 김은정 시편들은 이번 시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분포를 이룬다.

(중략)

이렇게 2인칭을 향한 간절하고도 당당한 사랑과 합일의 희원을 노래한 김은정 시인은, 시집의 가장 깊은 곳에서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을 깊이 탐색하고 증언하고 형상화한다. 이 형상 안에는 그동안 김은정 시학이 도달하려 했던 가장 중요한 원질(原質)이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적 발화들은 ‘기억’과 ‘고백’의 형식을 통해 줄곧 수행되는데, 시인은 이를 통해 자신이 발원해온 궁극적 시간들과 내면에서 잊혀진 근원적인 것들을 동시에 환기하는 서정성을 충족해낸다. 시인이 풍부하게 보여주는 덕목들 가령 사물들이 품고 있는 비의(秘義) 탐색, 그것을 현재적 삶과 결속하면서 끌어올리는 그리움의 형상 등은 그녀 시편들이 빚지고 있는 가장 중심적인 광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기억과 고백의 형식을 통해 길어올리는 시인의 절절한 언어를 따라가면서, 그녀가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가슴 먹먹한 전언들을 만나게 된다.

(중략)

다음으로 우리가 읽어야 할 권역은 바로 ‘시’를 향한, ‘시’에 대한, 시인의 깊은 시적 자의식이다. 김은정 시인은 ‘시’에 대한 자의식, 곧 궁극적 자아 탐구로 남으려 하고 심미적 축약을 욕망하는 ‘시’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의식을 보여준다. 말할 것도 없이, 시는 ‘언어’ 자체에 대한 탐색에 무게중심을 현저하게 할애하는 언어 예술이다. 그만큼 ‘언어’를 통해, ‘언어’를 지나, ‘언어 이전’이나 ‘언어 이후’에 가 닿으려는 불가피하고도 불가능한 노력이 바로 ‘시’의 자기 규정성일 것이다.

(중략)

김은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은, ‘나-너’ 관계에 대한 절절하고도 따뜻한 동일성의 상상력, 자기 기원에 대한 깊은 회감과 고백, ‘시’를 향한 매혹적이고 궁극적인 사유 등이 결속하여 일대 진경을 이루어놓았다. 따라서 우리는, 사랑과 기원을 찾아가는 그녀의 시적 자의식이, 앞으로도 더욱 좋은 시편들을 써가게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고,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시학적 과제를 충실하고도 가파르고도 아름답게 이루어갈 것이라고 소망해보는 것이다.

― 유성호(문학평론가 · 한양대 교수)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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