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문학 연구란 각 작가가 작품 속에서 구축한 그 ‘유동적인 언어, 삶의 세계, 실재, 문학 형식’ 등을 다시 현재의 시간 속에 호출하는 행위이다. 문학작품의 사회적 생산뿐만 아니라, 그 유통, 수용도 모두 이 유동적인 시간과 역사의 지평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식민지 근대, 해방기, 전후에서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 등에 이르는, 우리가 모더니티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저 순간적이고 변화하는 시간 속에 전개된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 장면과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주제를 현재 속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이 다루는 시대와 작가들은 다양하지만, 그 현실적 바탕은 각 작가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상상력이다.
제1부에는 근대 시인론을 중심으로 한 글 묶음이다. 한용운 시에 대한 발생론적 연구, 한용운·김기림·백석 연구, 모더니즘에 대한 문학사회학적 스케치, 김광균 연구 등이 실려 있다.
제2부는 식민지 근대문학(이효석론), 미군정에서 정부 수립에 이르는 시기의 문학(염상섭론), 분단, 이산 모티프가 나타나 있는 1980년대 소설론(전상국, 유재용, 임동헌, 이순원, 김소진 작품론), 1990년대 신세대 소설의 비평적 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3부에는 한수산의 장편 『욕망의 거리』 해설을 비롯하여 2000년대 시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알아볼 수 있는 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 도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사회문화적 상상력과 윤리적 주체
한용운 『님의 침묵』과 『십현담』·『십현담주해』의 상호텍스트성
1. 『님의 침묵』과 김시습의 『십현담요해』, 한용운의 『십현담주해』 함께 읽기
2. 시적 변용과 창조
3. 정위’에 머물지 않는 선(禪)에서 님’에 구속되는 사랑에 대한 사유로
4. 님에 구속되기, 타자와 관계 맺기, 생명-권력-정치 재인식하기
5. 해석과 평가
근대 시인과 탈식민주의―한용운, 김기림, 백석을 중심으로
1. 한국 근대 시인의 ‘문화적 위치’와 탈식민주의
2. 식민주의, 권력, 탈식민주의
3. 결어 : 해방 후 ‘민족문학론’의 등장, 그리고 ‘그때와 지금’
모더니즘과 1930년대의 서울―역사적 모더니즘의 재평가를 위한 문학사회학적 스케치
1. 모더니즘 결산서에 대한 두 가지 의문
2. 도회의 아들’과 1930년대 서울과의 만남
3. 모더니즘 작품에 나타난 몇 개의 근대적 모티프
4. 리얼리즘과의 논쟁
5. 모더니즘의 유산
근대적 풍경시’ 속의 시인과 사회―김광균 다시 읽기
1. 1930년대 모더니즘과 김광균
2. 군산에서 서울로
3. 생활의 고단함, 기억, 그리고 낭만 사이
4. 능률사회/피로사회’, 생활과 시 사이의 갈등과 괴리
5. 결어 : 시 창작 중단과 재등장, 그리고 김광균 시와 우리 시대
제2부 유동적인 역사와 문학 프리즘
이효석과 식민지 근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초기 작품에서 「산협」까지
1. 이효석의 ‘이방인 의식과 식민지 근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
2. 동반자 작가 시대의 ‘이국 취미와 「마작철학」의 의미
3. 현실도피, 떠돎, 소설의 해체
4. 구라파주의’, 이국(異國) 문화에 대한 동경과 그 귀결
5. 잃어버린 기억과의 대면, ‘이방인 의식의 극복, 그리고 조선의 생활문화에의 관심
6. 집단적 정체성 문제와, ‘문화적 차이 인식하기
7. 주체와 타자/권력, 그리고 구성되는 문화적 정체성
염상섭의 『효풍』에 나타난 정부 수립 직전 서울의 사회·문화 풍경―미군정기 일상생활의 문화와 정치를 중심으로
1. 미군정기 일상생활의 문화/정치와 염상섭 장편소설
2. 염상섭의 중도적 문학관과 장편 『효풍』의 서사 전략
3. 『효풍』에 나타난 정부 수립 직전 서울의 사회, 문화적 풍경
4. 일상생활-문화-정치의 회로와 작가의 문학적 이성
현대 소설에 나타난 분단·이산 모티프―전상국, 유재용, 임동헌, 이순원, 김소진의 작품을 중심으로
1. 강원도 지역 문학과 분단·이산의 모티프
2. 분단·이산 문제의 문학적 인식과 잃어버린 정체성의 탐구
3. 실향민의 삶의 고통과 향수
4. 냉전 체제의 지속과 전쟁 미체험 세대의 분단 역사의식
5. 한국문학과 강원 지역 문학
일상성의 서사와 개인적 욕망의 스펙트럼―1990년대 신세대 소설의 비평적 개관
1. 1990년대 소설의 분화와 질주
2. 대중문화의 수용과 소설 형식의 실험
3. 공적 기억의 내면화, 서정적 문체, 개인 주체의 소설적 구축
4. 변두리 인물의 발견과 구연 이야기체 소설의 등장
5. 여성의 사랑, 가족 이야기와 여성 주체의 성장
6. 전환기 소설의 내부와 외부
제3부 진단과 비평
산업화 시대의 도시·욕망·윤리―한수산의 『욕망의 거리』론
현대시와 환상―최근 시단의 ‘환상시’ 확산 현상에 대하여
1. 환상시, 어떻게 볼 것인가
2. 세계화와 대중 소비 사회의 시
3. ‘타자의 언어’와 환상시
4. 환상시에도 차이가 있다
5. 환상시에 대한 문학적 질문
신비화를 넘어서―시 창작에서의 ‘시마’(영감)론에 대하여
1. 시인, 시에 사로잡힌 영혼?
2. 시 창작 과정의 신비화와 탈신비화
3. 시인이 추구하는 것
4. 시인의 일과 독자의 일
◖참고문헌
◖찾아보기
■ 저자 소개
서준섭 徐俊燮
강원도 강릉 출생.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학위 논문 「1930년대 한국 모더니즘 연구」, 1988). 저서에 『한국 모더니즘 문학 연구』(1988), 『감각의 뒤편』(1995), 『한국 근대문학과 사회』(2000), 『문학극장』(2002), 『생성과 차이』(2004), 『창조적 상상력』(2009), 『강원 문화 산책』(2010) 등이 있다. 현재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 머리말
그동안 틈틈이 쓴 한국 현대문학에 대하여 쓴 글들을 정리하노라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여러 의미에서의 ‘역사의 전환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1990년대 초 독일 통일과 소련-동구권 해체,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와 지구화, 그리고 2007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거쳐 오면서 우리는 그 시대 변화를 더욱 실감하고 있다. 민주화 시대를 거쳐 온 한국 현대문학도 이런 큰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21세기의 용마루에서 뒤돌아보면, 지난 20세기 동안의 한국문학이란 요동치는 역사 속의 인간, 그 유동적인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언어 예술이고, 작가란 그 유동하는 역사 속의 여행자라는 명제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작가가 역사 속의 시간 여행자라면 그 문학 연구자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문학 연구란 각 작가가 작품 속에서 구축한 그 ‘유동적인 언어, 삶의 세계, 실재, 문학 형식’ 등을 다시 현재의 시간 속에 호출하는 행위이다. 문학작품의 사회적 생산뿐만 아니라, 그 유통, 수용도 모두 이 유동적인 시간과 역사의 지평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식민지 근대, 해방기, 전후에서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 등에 이르는, 우리가 모더니티의 시간이라고 부르는 저 순간적이고 변화하는 시간 속에 전개된 한국 현대문학의 중요 장면과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주제를 현재 속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이 다루는 시대와 작가들은 다양하지만, 그 현실적 바탕은 각 작가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상상력이다. 현대문학 텍스트들은 각 작가들이 의지하는 이 다양한 상상력에 의해 각 시대의 생생한 역사적 맥락과 현실성을 확보한다.
한국 현대문학 연구는 과거의 문학을 현재 속으로 호출하는 행위지만, 연구자의 방법과 관심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적·지적 그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필자의 관심은 문학에서 문화로 서서히 옮겨 오면서 현대문학 연구의 범위를 조금씩 확대하는 것이었다. 찰스 테일러는 근대성과 근대 공론장 문제를 논하면서 ‘근대의 사회적 상상’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지만, 그가 언급한 사회적 상상은 사회적 가상, 사회적 인식이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한국의 근·현대의 경우 그 속에는 각 시대마다 시민으로서의 작가의 일상생활과 그가 속한 고유한 시민사회 즉 삶의 테두리를 이루는 유동적인 현실이 있고, 그 바깥에는 이에 작용하는 그 시대의 유동적인 정치와 세계 체제의 질서가 놓여 있을 것이다. 이것이 모든 시대의 현대문학의 조건이다. 문학의 사회적 상상은 실상 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사회문화적 상상(력)이며, 각 시대의 문학 텍스트란 그 본질적인 면에서 사회문화적인 복합적인 속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된다. 변화하는 시대 속의 문학과 사회를 생각하면서 언어의 창조성으로 돌아가 문학을 다시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문학 텍스트로 다시 돌아가 그 사회·문화적 성격을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창조적 상상력’이란 제목과 ‘사회문화적 상상력’이라는 제목 모두 문학 자체의 속성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양자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필자는 어느 시대 어느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작가를 만나기를 더 좋아하였다. 마음의 흐름을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된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먼저 각 시대별 문학의 큰 윤곽을 그려 본 후에 그 전체상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소의 연구 구상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동안 쓴 글을 모아 보니 1920년대에서 해방기를 거쳐, 1990년대와 최근 문학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잡다한 글 모음이 되었다. 수록 글들은 정리하면서 모두 약간씩 손질을 하였고, 논의된 시인, 작가들은 되도록 그 연대순을 고려하여 배치하면서 편의상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제1부는 근대 시인론을 중심으로 한 글 묶음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십현담』·『십현담주해』의 상호텍스트성」은 한용운 시에 대한 발생론적 연구이고, 「근대 시인과 탈식민주의」는 한용운, 김기림, 백석론이며, 「모더니즘과 1930년대의 서울」은 모더니즘에 대한 문학사회학적 스케치이다. 김광균론은 김광균 탄생 백주년을 맞아 쓴 것이다.
제2부는 서로 다른 시대를 다룬 네 편의 소설론을 중심으로 묶었다. 「이효석과 식민지 근대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 「염상섭의 『효풍』에 나타난 정부 수립 직전 서울의 사회·문화 풍경」, 「현대 소설에 나타난 분단·이산 모티프」, 「일상성의 서사와 개인적 욕망의 스펙트럼」 등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흡한 대로 각각 식민지 근대문학, 미군정에서 1948년 정부 수립에 이르는 시기의 문학, 1980년대 소설, 1990년대 신세대 작가들의 소설 등을 이해하기 위해 쓴 글이다.
제3부는 한수산의 장편 『욕망의 거리』, 2000년대 최근 시와 ‘환상성’의 문제, 시 창작에서의 ‘시마, 영감’론 등을 주제로 한 세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글은 해당 작품의 해설로 쓴 것이고, 나머지 두 편은 모두 2000년대 들어 문예 잡지에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 현대문학 전공자로서 한 가지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이고 싶다. 지구의 앞에서 보면, 한국은 동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이고, 한국문학을 읽고 연구하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 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을 비롯한 몇 나라의 한국학 연구자에 불과하다. 다른 연구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 근·현대 작가만 주로 대하다 보니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가 하는 따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몇 권의 책을 내고 몇 편의 글을 쓰기도 했지만 그것은 모두 필자의 문학적 열정의 잔해일 뿐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작품도 읽지 않는 풍토에서 문학 연구 책을 누가 읽을 것인가 하는 회의에 빠질 때도 있었다. 스스로 한국문학이나 문학 연구에서 떠나 다른 시공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필자는 그래서 방학 때를 기다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틈에 끼어 외국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문화적 편력을 거듭 시도하였다. 지금도 그런 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특히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서유럽 국가들과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 몇몇 국가들을, 그들이 축적한 지적·문화적 전통을 생각하며 ‘주마간산’ 식으로나마 둘러본 경험은 필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고, 역사의 상흔을 간직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몇 나라와 러시아 연해주를 여행하면서 그 속에서 ‘20세기의 한국과 한국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거듭 자문해 볼 수 있었던 기억은 우리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필자가 방문했던 여러 도시들과 각국의 문물과 역사를 필자 나름대로 소화하고 내면화하기 위해 귀국 후 그 나라의 역사, 문화 관련 서적과 각국의 대표적인 인문학자들의 저술을 구해 읽거나 이미 읽은 적이 있는 관련 저술들은 다시 읽어 보는, 현장 경험과 관련한 독서의 즐거움에 자주 빠져들기도 하였다. 독서의 즐거움이란 글쓰기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서에서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한동안 따분하게 느껴졌던 한국 현대문학 작품들도 다시 읽고 싶은 의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각 국가의 문학(문화)은 차이가 있고, 각각 저 마다 고유한 문학(문화)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 각국의 문화는 그 나름의 개별성과 보편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여행과 여행 후의 독서 체험이 축적되면서, 각 나라 사람의 현대적인 삶은 언제 어디서나 서로 비슷한 점이 있고, 모든 나라의 문학(문화) 전통은 그 나라에서 태어나 살았던 각국 작가들의 일상적 삶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자명한 명제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떠나고 싶었던 그 한국문학이야말로 필자의 출발점이라는 상식을 둔감한 탓에 뒤늦게 깨닫게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한동안 밀쳐 두었던 글과 최근 쓴 글들의 일부를 정리해 이렇게 책으로 묶어 볼 용기를 낸 것은, 한국 현대문학과 문화적 전통을 스스로 돌아보면서 이를 통해 문학 공부의 새 계기를 마련해 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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