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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간행도서

서안나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

by 푸른사상 2014. 12. 2.






1. 도서 소개



상상력과 감각!

시의 미학성을 구성하는 결정적 요소

시인의 직관과 감각의 확장


현대시의 본질에 관하여 고찰한 서안나 교수의 저서 『현대시의 상상력과 감각』이 출간되었다. 

책의 제1부에서는 현대시의 상상력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제1부의 첫 번째 시작은 ‘문명의 폭력성과 우주적 상상력’이란 주제로 문효치 시인의 시세계를 분석해보았다. 문효치 시인의 시세계는 생태적 사유를 바탕으로 삼아 자연의 가치를 조명하는 동시에 문명의 폐해와 인간 중심주의 문명의 폭력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문효치의 시세계는 자연의 소소한 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근대적 이분법적 사유 아래 이분화된 사유체계의 폐해를 복원하고 인간 중심주의의 틀에 균열을 가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의의를 지닌다.


제1부의 두 번째 시인으로 권현형 시인의 시적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시세계를 “틈의 존재론과 실존의 고통”이란 주제로 설정해 심도 있게 분석해 보았다. 권현형의 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존재론적인 실존의 고통을 유발하는 비극의 탄생 지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의 시세계의 특징은 시적 주체의 시선에서 주체와 타자 사이의 감정과 그 변화 추이를 응시와 성찰의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이 야기하는 틈은 시의 구조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권현형은 영화적 기법을 차용하여 파편화된 장면과 장면을 겹쳐놓는가 하면, 비순차적인 시간과 이질적인 공간을 혼융하여 그 길항과 삼투로 시적 구조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즉 ‘틈’ 혹은 ‘사이’로 드러나는 타자와의 불일치의 비극은 이 시집에서 의미의 형식화를 통해 시의 구조적인 면을 형식화한다. 시적 주체와 타자 혹은 세계와의 관계에서 균열하는 실존의 틈과 그 비극성이 권현형 시세계의 주요 주제라 할 수 있다.

‘시에 나타난 술의 상상력과 풍류’에서는 우리 시문학에서도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술의 역사 및 술이라는 시적 소재의 시대적 변화를 다루었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과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전 시가와 현대시를 망라하여 술은 시의 중요한 핵심 소재로 다루어지고 변주되어 왔다. 술은 시인에게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으로 혹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중압감을 풀어주는 매개인 동시에, 비극적인 현실이나 시대적 상황을 타파하고 시대를 통찰하는 매개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에 나타난 술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곧 술을 통해 세계와 몸으로 부딪치려는 시인의 눈과 펜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도경』 『제민요술』 등의 문헌의 술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고려시대의 ?고려도경?과 이규보의 「명일우작」, 조선시대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 일제의 주세법과 주세령과 전통 민속주의 쇠퇴를 살펴보았다. 현대 시인으로는 조지훈의 술 주도 18단계, 김종삼, 서정주, 천상병, 박정만 등의 시에 나타난 술과 시인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제1부의 마지막으로 ‘생성으로서의 꽃의 상상력’에서는 우리 시문학에서 오래도록 시적 소재와 제재로 즐겨 사용된 꽃을 중심으로 고전시가에 나타난 꽃과 현대시에 나타난 꽃의 상상력을 살펴보았다. 심상어인 꽃은 고대 시가에서 현대 시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징과 은유로 변주되어 왔다. 시인들이 ‘꽃’을 즐겨 다룬다는 점은 꽃이 지니는 외형적 특성과 내적 가치가 곧 우리 삶의 은유로 쉽게 연결되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꽃은 “아름다움(美) 특히, 번영과 풍요, 존경과 기원의 표시, 사랑, 미인과 여인, 덧없음, 재생과 영생, 영혼의 원형, 질서”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의미들은 “문학적 상징의 공간이 됨과 동시에 인류뿐만 아니라 민족 정서에 뿌리 깊이 박힌 미의식과 자연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제2부에서는 현대시의 사유라는 주제로 이홍섭 시인의 시세계에서 불교적 세계관과 적멸의 사유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홍섭 시인의 시세계는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여 전통적인 순수 서정을 계승하면서 시인만의 개성적인 서정시의 미학을 획득하고 있다. 시인은 감정 방출을 절제하고, 절제가 배태된 비애의 정서를 통해 가변적인 속(俗)의 세계와 불변의 초월적 승(僧)의 세계를 이분화하여 대립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승의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홍섭 시인의 시의 미학은 속의 세계에서 슬픔을 껴안고 걸어가야 하는 범박한 인간 존재에 관한 연민의 정조를 통해 선량한 그늘의 깊이 같은 아름다운 서정의 결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드러나는 ‘기계적 상상력과 디지털적 사유’에 대하여 분석했다.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우리 삶에 뿌리를 내린 디지털 매체는 문학에도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은 기존의 특정 공간을 새롭게 환기시키고 공간 사이의 특징을 매개하고,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거나 메꾸어 버린다. 디지털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현대인들은 어떻게 인식의 전환을 이루고 있는가? 이러한 현실을 시인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작품 속에서 투영되고 있는가를 김언,  서효인, 고형렬 시인의 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제2부의 마지막으로, 몸을 다양하게 변주시키는 ‘전복으로서의 몸’을 주제로 다루었다. 몸을 ‘소통으로서의 몸’ ‘폭력이 자행되는 몸’ ‘우주로 확장되는 몸’으로 세분화시켜 분석하였다. 우리 시문학의 경우 198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199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몸에 대한 사유가 보다 풍부해졌다. 현대 사회에서 몸은 유기체적인 생물학적인 몸일 뿐 아니라 사회와 관계를 맺는 매개물인 동시에 권력이 발생하는 장이다. 광고 및 미디어매체들은 몸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을 통해 꾸준히 몸을 소비하고 창출하고 있다. 외형적인 몸의 조건이 내면의 깊이와 인격까지도 대신하는 루키즘 등의 현상을 통해 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몸은 이제 하나의 권력으로 등극하고 있으며 신체는 관리 대상이 되고 있는데, 최근 발표된 신작시에서 이러한 다양한 몸의 양상을 분석해 보았다.


제3부에서는 ‘현대시의 감각’이라는 주제로 시인들의 시론을 대담 형식으로 묶어 시인들의 육성을 담아보았다. 먼저 정진규 시인의 시에서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율려’를 통해 시인의 시세계에서 드러나는 은유의 실체를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광주라는 정치성’을 제목으로 삼은 강인한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현대시와 정치성에 대하여 심도 있는 대담을 실었다. 다음으로 ‘서정의 근원으로서의 기억과 감각’을 재현하고 있는 박형준 시인과의 대담을 통해 시인의 시론을 분석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현재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윤천 시인과의 대담에서는 ‘남도의 해학과 유랑의 감각’을 주제로 다루었다. 그리고 김영서 시인의 작품을 통해 울음의 상징성에 관하여 분석해 보았다. 

제4부에서는 ‘현대시와 도시’라는 주제로 이순주 시인의 시세계를 살펴보았다. 그의 시세계에는 사물의 소리와 인간의 슬픈 울음소리 등 청각으로 포착되는 ‘소리’가 편재되어 있다. 이순주 시인의 시집 특징은 오감 중 청각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무”의 “울음”과 자연의 다양한 사물소리는 삶의 역동성의 표상으로서, 이러한 청각의 감각적 요소들은 시인의 시세계를 개성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문창갑 시인의 시세계를 ‘빈집의 은유과 폭력의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의 시세계는 주변의 작고 소박한 대상의 존귀함에 집중하여 공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다. 문창갑 시인의 시에서 집이 텅 빈 폐가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것은 도시 공간의 집을 폭력이 자행되는 비극적 공간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소통 부재의 공간에서 시인은 신자본주의의 인간 존엄의 훼손과 가치 전략을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 박미산 시인의 시세계에서 드러나는 ‘육체의 동력학’을 살펴보면, 그녀의 시세계는 육체성을 근간으로 한 이성과 육체(본능)의 대립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박미산의 시 속의 육체는 가부장적 권력에 포섭되고 억압된 여성 육체의 본능을 동력화하여 그 권력에 균열을 내고 위반하는 주체로 전환된다. 이러한 육체의 동력학은 육체 속의 능동적이고 무의식적인 힘을 통해 권력의 지배 전략과 통제를 와해시키는 가능성으로 기능한다.

다음으로 ‘존재의 균열과 몸의 변주’라는 주제로 이명수 시인의 시세계를 살펴보았다. 이명수 시인의 시에서는 시인이 몸을 주요한 시적 소재로 채택하고 있으며 회복되는 몸을 통해 세계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훼손되는 신체의 소실감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결핍을 뜻하며 시적 화자로 하여금 세계를 주시하는 태도의 변화를 불러오게 한다. 시적 화자는 소진하는 육체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가 곧 꿈이며, 전도몽상(顚倒夢想)을 통해 소멸과 생성이 두 개가 아닌 하나라는 불이사상을 통해 질주하는 세계를 연모하기보다 멈칫거리는 서투른 발길에 눈길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여유와 너그러움은 세계를 억압적이고 강박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배려와 연민의 관계로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재편된 시선 속에서 시적 화자는 소외된 자들에게도 가까이 가 닿고 있다. 이명수 시인의 시에서 소진되는 “몸”은 소진하여 삶의 유한성을 자각하는 인식론적 차원에서 통합되고 조화로움을 꾀하는 존재론적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채민 시인의 시세계를 ‘꽃의 두 가지 독법’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이채민 시인의 시에서는 “꽃” 혹은 “나무” 등의 자연 표상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때 자연 표상은 존재론적 의의를 지니는 동시에 존재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매개물로 작용한다. 또한 그의 시세계는 삶의 고통과 비극적인 외부 세계를 지워버리거나 침잠하기보다는 온몸으로 부딪치는 역동적인 시적 주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꽃의 표상을 통해 순환론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물이 뒤섞이고 경계가 무화되어 육화되는 조화로운 미적 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2. 저자 약력


서안나 徐安那


제주에서 출생하여 대전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 후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 『플롯 속의 그녀들』 『립스틱 발달사』,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이 있으며, 『논리적 사고와 표현』(공저) 등이 있다. <서쪽> 동인이다. 

현재 한양대, 숙명여대, 추계예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3. 도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현대시의 상상력


문명의 폭력성과 우주적 상상력 ― 문효치론

1. 자연에서 우주적 상상력을 건져 올리다

2. 자연의 의인화와 생태학적 사유

3. 나는 우주를 만진 적이 있다


틈의 존재론과 실존의 고통 ― 권현형론

1. 코코슈카의 <바람의 신부>와 비대칭의 비극

2. 뜨겁고 격한 포옹의 방식과 틈의 존재론

3. 자발적 유폐와 최초의 방


시에 나타난 술의 상상력과 풍류

1. 시인과 술

2. 『고려도경(高麗圖經)』과 이규보의 「명일우작(明日又作)」

3. 조선 시대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

4. 일제의 주세법과 주세령과 전통 민속주의 쇠퇴

5. 술 권하는 사회와 조지훈의 술 주도 18단계

6. ‌소주 수백 병을 마시고 수백 편의 시를 토한 박정만 시인


생성으로서의 꽃의 상상력

1. 시인과 꽃

2. 고전 시가에 나타난 꽃

3. 현대시에 나타난 꽃



제2부 현대시의 사유


불교적 세계관과 적멸의 사유 ― 이홍섭론

1. 선험적 감각과 절제미

2. 훼손된 신체와 적멸의 사유


기계적 상상력과 디지털적 사유

1. 균질화된 공간과 공간의 재현 형식

2. 질주정의 속도와 펀(FUN)


빈집의 은유와 폭력의 메커니즘 ― 문창갑론

1. 빈집과 가족의 해체

2. 폭력의 메커니즘과 비극적 세계 인식

3. 흙의 생명력과 주체의 회복 의지


전복으로서의 몸

1. 소통으로서의 몸

2. 폭력이 자행되는 몸

3. 우주로 확장되는 몸



제3부 현대시의 감각


은유의 실체와 율려 ― 정진규론

1. 『芽話集』과 시적 감성

2. ‘靑塔會’와 동인지 『白流』

3. 리듬의 요체 율려(律呂)

4. 율려와 초끈이론

5. 산문시와 내재율

6. 실체의 은유와 시의 미학적 가치


광주라는 정치성 ― 강인한론

1. 아버지의 창작 노트와 『학원』지

2. 광주의 비극과 「대운동회의 만세소리」

3. 『이상기후』와 『불꽃』의 현실 인식

4. 현실 인식과 미학성의 구현

5. 시의 엄결성과 시인 정신


서정의 근원으로서의 기억과 감각 ― 박형준론

1. 도시 체험과 감각의 재편

2. 감각과 서정

3. 죽음, 부정적 초월로서의 의지

4. 인천의 지리 심상

5. 기억과 서정의 근원


남도의 해학과 유랑의 감각 ― 정윤천론

1. 시와 정치성

2. 거대 서사와 향토성

3. 시와 자연



제4부 현대시와 도시


공간 인식과 감각의 교환

1. 공간 인식과 청각의 리듬화

2. 울음의 상상력과 시적 개성

3. 소리의 역동성과 리듬의 변칙성


육체의 동력학과 신체 은유 ― 박미산론

1. 여성 육체의 본능의 동력화

2. 생성과 능동의 육체


존재의 균열과 몸의 변주 ― 이명수론

1. 결핍과 충만

2. 전도된 육체


꽃의 두 가지 독법

1. 자연 표상과 생의 비의

2. 꽃과 주체의 역동적 의지


울음의 상징성

1. 울음의 화법

2. 유령의 세계와 슬픈 그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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