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소개
<푸른사상 산문선> 10번째로 『흑백 필름』이 간행되었습니다. 1960~1970년대 초까지 충청도 시골 마을을 무대로 삼은 이야기들로 추억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린 한 지붕 밑에 3세대가 산다.
짚신 나막신을 신고 식민지를 거쳤던 세대, 고무신을 신고 6·25전쟁을 거치며 근대의 산업현장에 동참했던 세대, 현재 운동화 구두를 신고 디지털 문화를 보는 자본주의 세대.
우리는 100년 동안 모두 다섯 켤레의 신발을 신고 살았다.
짚신-나막신-고무신-운동화-구두
이 신발들은 100년 우리 역사에 상징적인 표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통 한복을 입었던 시대가 멀지 않은 우리 부모님 세대였다.
이후 양장이 등장하고 신발이 바뀐다.
머리 모양과 의복이 바뀌는 흐름 속엔 거기 역사적 계기의 ‘방점(傍點)’들이 함께 흐른다.
또한, 우리의 의식도 함께 흐른다. 흘러가고 있다.
원시의 자연적 불빛에 의지하던 경복궁 ‘건청궁’에 최초로 전기가 들어오고, 이후 서울과 인천 사이에 개통됐던 전신주(1885)는 시간이 지나며 이젠 시골 곳곳으로 이어져 불을 밝힌다.
문명-서구 문명과 정치(들)와 함께 엮인 글로벌 시대.
‘정보화’로 치환한 이 문화 코드는 스피드하며, 숨 가쁘고 그리고 질주한다.
사회적 시스템이란 프레임 속엔 모두가 경쟁 모드로 돌입중이다.
젊은이들은 이 ‘세기’의 기호들을 빠르게 습득하고 경쟁하며 미래의 시간들을 만들어 가지만, 스피드에 유연치 못한 세대들은 현 무대 뒤로 쓸쓸히 서 있고 또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은 고무신을 신었던 나의 선배들 이야기다.
20세기와 21세기 행간에 슬쩍 끼워넣은 화면이다.
이 글들은 1960년~1970년 초까지 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을 무대로 뒀다.
이 글 속엔 댓 명의 고무신 신은 소년들이 몰려다닌다.
이 글은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닌 장르다.
소설적 흐름에 읽기 쉽게 시적 행간을 뒀다.
영상이 보이게 스토리에 집중했다.
무대는 충청도지만 그 시절 우리들 배경은 다들 이러했다.
이 나라 이 땅, 그 역사의 환란 속에 살았던 그 아버지들 그 어머니들이 낳고 기른 모습은 이러했다.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또 이러했다.
이 글은 그 시대를 살았던 나의 선배들께 바친다.
그 시대 그 시간을 살았던 생생한 날들.
거쳐 건강히 걸었을 당신들의 모습.
당신들의 모습은 이제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채 현 무대에서 물러선다.
찬란한 현 무대를 후배(후대)들에게 만들어주고 무대 뒤로 떠나는
그 소명의 길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당신들의 어린 시절 그 시간을 소박한 책으로 묶어 다시 되돌려 선물한다.
우리는 이미 당신들의 시간들로 이 시간을 선물 받을 것이기에.
글을 쓰던 시간은 ‘흑백’ 무대 속에서 그 시절 배경과 아이들이 함께 있어 행복했다.
―「작가의 말」에서
2. 저자약력
손태연
1993년『문학세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병 속에 넣은 시간』을 간행하고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한국평화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해 2013년 두 번째 시집 『내 칩은 두 개』를 간행했다. 한때 여성잡지사에서 일하며 서울 중심의 변화하는 패션에 관심을 가져 작은 부티크를 운영했다. 현재 패션 디스플레이어로 활동 중이다.
3. 도서목차
작가의 말
제1부
공포의 왕딱지
돼지 오줌보
쇠똥불에 탄 그 봄
바리깡과 알대가리
구리모 단지
파랑새 담배와 예배당
달빛 속엔 누가?
제2부
닭장 속엔 암탉이
반딧불 여름밤
새야 새야
재수 없는 날
삼백육십 원의 꿈
가을 하늘 만국기
그 겨울의 양지(陽地)
제3부
툇마루 양지에 누이는 머리 빗고
핵교는 왜 가?
징소리의 비밀
진짜표 고무신
나무 도둑들
연애편지
몇 발짝 될랑가?
제4부
여자들의 빨래터
달맞이꽃 핀 밤
목단꽃 요강
정자의 뚝방
닭을 잡으려다 염소를 죽였다
봉구의 방랑기
제5부
‘찍보’별명의 악동시절 유금호
감(枾)과 감나무, 그리고 전설 정운현
전깃불 처음 들어오던 날 윤창식
배추 꼬랭이국 김학민
고물상의 추억 권혁근
4. 추천의 말
생명을 지니고 머무는 동안 내 욕망과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무엇인가. 부딪치고, 상처 입고, 나뒹굴어지면서 간신히 한 가닥 구원의 빛, 아마 종교가 있고, 그 옆자리에 ‘문학’ 역시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이야 절대자유의 공간이다.
어떤 꿈을 구어도 좋았고, 세상을 파괴할 음모를, 반란을, 시공을 뛰어넘는 환상을 담아도 그것은 쓰는 자의 자유이다.
- 유금호(소설가/목포대 명예교수)
전설 같은 시공(時空)을 뚫고 빛이 찾아들던 날, 아득한 기억의 저편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그날의 감격은, 마치 하늘이 열리는 개벽의 순간처럼 휘황찬란하였다. 전깃불을 끌어오느라 노심초사하시던 아버지도, 빵쟁이 할머니도 이미 천국에 가셨고, 요새는 시골이라도 최신형 가전제품들이 들어와 있지만, 그날의 전깃줄과 두꺼비집은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그날의 ‘빛의 환희’를 전해주고 있다.
- 윤창식(수필가/초당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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